박근혜 대통령의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은 '절박함'이 오롯이 담겨있었다.
지난해 경제활성화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 17조3000억원 규모의 추경을 편성한 것을 거론하며 우리 경제가 희망의 길이 보인다고 언급했지만 올해 시정연설은 전혀 다른 기조였다.
박 대통령은 29일 국회에서 가진 2015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통해 지금을 우리 경제가 도약할 수 있는 '마지막 골든타임'이라고 규정했다.
재정적자 우려에도 불구하고 내년 46조원의 재정패키지를 통해 경제활성화의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지금 손을 놓아버리면 우리 경제는 깊은 침체의 늪으로 빠질 것이라는 판단이 배경에 자리잡고 있다.
재정적자를 감수한 정부의 지출확대 정책기조는 실패하면 엄청난 리스크를 떠안게 되는, 대형 승부수다. 박 대통령이 역대 대통령 중 처음으로 두 해 연속 예산안 시정연설을 한 것도 이 위험한 승부수에 국회도 힘을 보태달라는 요청이나 다름없다.
이번 시정연설에서는'디테일'도 곳곳에 드러났다. 지난해에는 경제활성화와 대북정책, 창조경제 등에 대해 방향성만 제시하는 큰 그림을 그렸다면 올해는 창조경제와 재정개혁 계획을 상당히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지난해 각각 5~6개 문장 정도만 언급하던 안전·복지 예산에 대해선 올해는 17개 문장이나 언급하는 등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고 내용 또한 4대악 척결, 복지재정누수 방지 등 방향성을 제시했던 지난해와 달리 학교시설 안전 확보, 세 모녀사건 등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대북 문제를 포함한 정치적인 이슈 등은 거의 거론하지 않았다.
□ 첫째도 둘째도 '경제' = 재정건전성은 역대 정부 모두 해결해야 할 숙제였지만 박근혜 정부에게는 더욱 아프게 다가오고 있다.
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세수는 부족하고 복지에 대한 수요는 늘어나는 등 재정이 투입돼야 할 곳은 날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채무와 가계부채도 급격하게 늘어나 우리나라 경제를 갉아먹고 있는 존재가 됐다. 가계부채는 올해 1000조원을 돌파하는 등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 됐으며 국민세금으로 갚아야 하는 적자성 국가채무는 사상 처음으로 내년 30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정건전성이 더욱 절실해지는 이유이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시정연설을 통해 하반기 재정보강 12조원, 공기업투자 확대 5조원, 정책금융 지원 29조원 등 총 46조원 규모의 정책패키지를 거론하며 "이 과정에서 재정적자와 국가채무가 늘어나게 된다는 점을 잘 알고 있지만 지금 재정적자를 늘려서라도 경제를 살리는데 투자해 위기에서 빠져나오도록 각고의 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정건전성이 우려되지만 과감한 재정투자를 통해 경기를 활성화하는 기반을 조성하는 등 경기침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버리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창조경제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도 내놨다. 지난해 창조경제의 개념과 관련한 논란이 불거지면서 비판을 받았던 박 대통령은 이번 시정연설을 통해 창조경제의 실현방안을 세세하게 제시했다.
특히 창조경제 지원에 8조3000억원을 투자하고 전국에 창조경제혁신센터를 개설하는 등의 구체적인 지원책을 내놓았으며 세종지역은 농업에 ICT를 접목하고 대구는 섬유와 자동차부품 사업에 ICT를 접목하는 등 지역별 특성을 일일이 언급하며 창조경제의 모델을 제시했다.
박 대통령은 30분간 진행된 시정연설의 상당 부분을 경제활성화와 재정투자 등에 할애했지만 딱 하나 공무원 연금 개혁에 있어서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박 대통령은 "과거 정부들이 공무원들의 희생을 요구해야 하는 공무원 연금 개혁이 두렵다는 이유로 미뤄왔지만 매년 막대한 세금이 투입되는 공무원 연금을 더 이상을 이를 방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야당과 공무원들의 반발이 거세다는 점에서 "오랜 세월 공무원은 나라의 대들보 역할을 해 왔고 그 공로를 인정한다"며 공무원들의 역할을 충분히 인정했다. 세월호 사태로 대국민담화를 했을 당시 공무원들의 보신주의와 민관유착을 타파해야 하는 일종의 '개혁 대상'으로 말한 것과는 사뭇 다른 기류였다.
민감한 연금 개혁 문제를 다루는 와중에 폭발 직전까지 부풀어오른 공무원들의 '감정선'을 누르기 위한 정치적 수사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이밖에 박 대통령은 안전과 복지 분야에는 대규모 예산과 서민밀착형 정책이 추진되는 것을 세세하게 언급하며 국민들의 정책 체감도를 끌어올리겠다고 공언했다.
송파 세 모녀 사건을 직접 거론하며 긴급복지지원 예산을 올해보다 2배 이상으로 늘리고 기초생활보장제도 지원대상을 대폭 늘리는 한편 학교시설에 대한 투자를 확대에 안전을 확보하겠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