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콘도회원권에 1003억원 사용, 이용은 저조
연수원 운영도 방만…가족 휴양시설 전락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등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공공기관들이 골프와 콘도회원권에 1000억원이 넘는 돈을 쓰고도 아예 이용하지 않거나 이용 실적이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직원 교육용으로 사용해야 할 연수원을 직원 가족들의 휴양 목적으로 사용하는 등 방만하게 운영하고 있었다.
6일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공공기관, 국책금융기관들은 골프회원권 73개 구입에 627억3800만원, 콘도회원권 1135개 구입에 376억4600만원을 사용해 총 1003억6300만원의 예산을 골프 및 콘도회원권 구입에 썼다.
골프회원권 구입에 가장 많은 돈을 쓴 곳은 산업은행 자회사인 KDB대우증권이었다.
대우증권은 골프회원권 29.5개를 구입하면서 229억3000만원을 사용했다.
이어 기업은행(114억2100만원)과 산업은행(75억5300만원), 한국거래소(69억원) 순으로 골프회원권 구입에 많은 예산을 썼다.
그러나 이들 기관은 영업이나 복지차원에서 막대한 예산을 들여 골프회원권을 구입했지만 이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었다.
회원권 사용 실적이 가장 저조한 주택금융공사는 골프회원권 구입에 20억원 가까이 썼지만 최근 5년간 단 4번 이용하는데 그쳐, 1회 평균 회원권 이용금액이 4억9775만원에 달했다.
이어 정책금융공사(7회)와 기술보증기금(20회), 신용보증기금(37회) 순으로 골프회원권 이용실적이 적었다.
이들 4개 기관이 골프회원권 구입에 49억원의 예산을 들였는데, 이를 이용실적으로 환산하면 한 번 골프를 치는데 평균 7200만원의 돈을 쏟아부은 셈이다.
또 자산관리공사는 최근 5년간 회원권 이용실적이 전무했고, 예탁결제원은 20억원이나 들여 회원권을 구입했지만 이용실적을 관리하지 않고 있었다.
수백억원의 예산을 쏟아붓고도 이를 제대로 사용하지 않아 예산을 낭비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김기식 의원은 "골프회원권은 모두 기관의 임원들과 사장, 이사장 등 간부급 직원들이 독점적으로 이용하고 있는데, 지나치게 많은 예산을 투입해 회원권을 갖고 있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편 금융공공기관 중 콘도회원권을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곳은 기업은행이었다.
기업은행은 콘도회원권 574개 구좌를 구입하는데 177억8900만원을 썼다. 이는 금융위 산하 금융공공기관이 사용한 전체 콘도회원권 구입 예산의 47.2%에 해당하는 규모다.
또 금융공공기관들이 소유한 연수원도 방만하게 운영되고 있었다. 기업은행과 산업은행, 기술보증기금, 신용보증기금, 자산관리공사 등이 보유한 연수원 자산가치(장부가액)는 2829억원에 달했지만, 연수원 이용률은 53~70% 수준으로 저조했다.
이마저도 직원 연수보다는 가족들의 휴양시설로 사용되고 있는 실정이었다.
신용보증기금이 소유하고 있는 천왕동연수원과 속초연수원, 남해연수원 등 3곳의 경우 자체연수는 202건에 불과했지만 가족들의 이용은 6353건에 달했다.
김기식 의원은 "금융기관들이 수십, 수백억원을 들여 골프회원권을 사들이는 것도 부적절하지만 그만한 돈을 쓰고도 이용실적이 너무 저조하거나 이용실적도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것이 더 큰 문제"라며 "필요 이상으로 보유하고 있는 회원권은 매각해 이용률과 사용실적을 기반으로 적정한 수준에서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또 "설치 목적에서 벗어나 사실상 휴양시설로 활용되고 있는 금융공공기관의 연수원도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