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부실사태, 동양증권 사건, 카드사 고객정보유출, KB금융지주 사태에 이르기까지 한국 금융의 신뢰성이 바닥을 친 데에는 금융사보다 금융감독시스템에 더 큰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동원 고려대 경제학과 초빙교수는 6일 명동 은행회관에서 한국금융연구원과 한국국제경제학회의 주최로 열린 '한국금융의 쟁점과 향후 개혁 과제'라는 주제의 정책세미나에서 감독당국의 문제점에 대해 일침을 놓았다.
김 교수는 "최근 일련의 금융사고들을 보면 당국에서 과연 감독을 하는 건지 모를 정도이며 신뢰의 졸도 상태에 있다"며 "최근 조사에 따르면 문제가 많은 금융사보다 금융당국을 더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한국금융연구원이 지난 9월 발표한 금융신뢰지수에서 '금융감독기관의 금융회사에 대한 감독'과 관련 63.2%가 부정적 응답을 한 부분을 지적한 것이다.
김 교수는 "금융산업이 퇴보를 하고 있으며 이처럼 밥그릇이 줄어드는데도 밥그릇 싸움을 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세계경제포럼(WEF) 세계순위에서 금융시장 발전부문이 80위권으로 뒤쳐져 있고, 국내은행 순이익(2007년 15조→2013년 4.5조),금융보험/GDP(2007년 5.9%→2013년 5.0%), 금융보험/총취업자(2007년 3.4%→2013년 3.4%) 등 지표상으로 금융산업이 오히려 퇴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도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간 밥그릇 다툼으로 감독체계의 개선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김 교수는 "쌍봉형 감독체계와 단일감독기구 등에 대해 논의가 많았는데 사실 최적의 감독체계는 없다"며 "금융의 본질은 정치이며, 영국의 감독기구 개편이 그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금융감독기관의 독립성이 강조되고 있지만 그에 대한 양면의 칼날과 같은 책임성을 거론했다.
김 교수는 "중앙은행의 경우 정부로부터의 독립성이 강조된 나머지 중앙은행의 역할 이행에 대한 책임 문제는 소홀히 되고 있는데 책임이 없는 독립성은 성립될 수 없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쌍봉형 감독체계로 간다고 해서 독립성이 강화될 지에는 의문점이 남는다"고 밝혔다.
독립성과 함께 금융감독 정책과 운영방향에 대해 두 감독기관이 금융기관들에 대해 동일한 방향의 지침을 주는 것이 감독의 실효성 확보에 있어 중요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
그가 제시한 안은 금융정책기능은 분리해 기재부로 이관하고, 금융안정을 위한 최종 정책결정 공식기구로 '금융안정협의회'(기재부 부총리·한은 총재·금융위원장)를 두는 것이다. 또 금융감독정책의 최종결정기구인 금융감독위원회는 독립적 합의제 위원회로 단일화하고 당연직은 최소화해 일부 위원을 국회에서 추천받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위원회는 매년 국회에 금융감독보고서를 제출토록 하고, 위원회 산하에는 소비자보호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 제재위원회를 설치해 상임위원이 각 위원회를 분담하도록 하자고 주장했다. 감독 실행기구로 위원회의 감독과 예산 통제를 받는 '미시건전성 감독기구'와 '영업행위 감독기구'를 분리해 설립하자는 안도 제시했다.
김 교수는 "좋은 감독기구는 'NO'라고 말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며 "현재 선제적 감독기능이 부재한 상황인데 관치 컴플렉스를 벗어나 적기에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할 것이다"고 역설했다.
이와 관련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감독기관 간 정책간 상충 문제가 올 수도 있기 때문에 견제와 균형의 원리를 생각해야 할 것"이라며 "소비자보호기구는 별도의 독립기구로 설치하는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사전적인 규제 규모를 너무 광범위하게 되면 금융회사의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고 업무 사각지대가 올 수도 있다"며 "형식적인 기구에서 정책의 일관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최종적인 정책조정기구가 필요할 것 같다"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