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분식회계와 회계법인의 부실감사가 도마 위에 오르며 감사인 지정제가 확대된다.
감사인 지정제는 감사인의 독립성을 강화시키는 방안이다. 이는 감사인이 지금처럼 회사로부터 낙점을 받아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정부로부터 배정을 받게 되므로 감사인은 회사의 눈치를 살필 필요가 없어 소신껏 감사를 할 수가 있음을 전제로 한다.
우선은 부채비율이 높고 영업을 해도 이자를 갚지 못하는 회사들이나 은행과 재무개선약정을 맺은 14개 그룹의 회사들만이 지정대상이 된다. 상장사 일부로 지정제를 국한 시킬 것이 아니라 상장사와 금융기관 전부가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편, 지정 대상에서 벗어난 회사들에게는 현행 감사인을 변경할 때 감사보고서를 발행하기 전에 해야 된다는 제도가 조만간 적용될 모양이다. 이 또한 감사인이 좌고우면(左顧右眄)하지 않을 환경을 조성할 목적으로 입법예고되었다.
이러한 일련의 조치들은 감사인의 지위를 보장해 주고 이른바 회사가 갑의 위치를 이용하여 감사인에게 부당한 압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길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것이므로 부실감사를 크게 줄여 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 일련의 조치들을 보면서 뭔가 빠진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본래 재무제표는 회사가 작성하는 것이다. 감사인은 이를 감사할 뿐이다. 회계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재무제표를 작성하는 회사의 의지와 역할이 보다 더 중요한 것이다. 좋은 제품을 갖기 위해서는 이를 처음부터 잘 만들어야지 만들어진 불량품을 잘 고르는 것이 능사는 아닌 것과 같은 이치다.
따라서 얼마 전 도입한 내부회계관리제도, 사외이사 및 감사위원회 등 현재 선진국에서는 잘 작동하는 제도가 왜 우리기업에서는 적절히 운영되지 않는지를 짚어 볼 필요가 있다. 우리만의 독특한 지배구조가 내부견제를 막는 원인일 수 있다.
우리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혹독한 미국등의 선진국등의 제재에 비해 우리의 분식회계에 대한 행정적, 법률적 제재가 충분하지 않은게 이유라는 의견도 많다.
하지만 좀더 근본적으로 우리사회의 투명회계에 대한 인식 부족이 중요한 요인은 아닐까? 회계원칙은 회사 상황이 좋을때는 지키고 힘들때는 어길 수도 있는 대상으로 인식된 것은 아닌지 자문해 볼일이다.
범죄를 줄이기 위해 경찰과 초소를 계속 늘릴 수 만은 없다. 마을을 깨끗이 하고 마을주민을 설득하여 범죄율을 낮추는 작업이 선행되야 하지 않을까?
이제는 투명한 회계를 위한 자발적인 사회운동이라도 벌일 때가 된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