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은퇴, 연금 설계 중요성 커져"

은퇴 준비가 미흡할수록 노후의 빈부 격차는 더 확대될 것이란 불안이 커지고 있다. 또 연금제도적 측면에서 볼 때 국민연금은 2060년쯤 고갈이 예상되지만 퇴직연금, 개인연금 등 사적연금의 비중은 점차 확대되고 있다.

문성필 한국투자증권 상품마케팅본부장은 "은퇴 자산 운용에 있어 개인의 역할과 책임이 이전보다 강화되는 추세이다. 지금까지의 은퇴 설계는 돈을 얼마큼 모으느냐에 초점이 맞춰졌으나, 이제는 자산을 어떻게 설계하고 인출할 것인가로 관심이 옮겨가고 있다"며 은퇴 설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불안한 국민연금, 퇴직연금·개인연금 뜬다= 향후 자산 관리 시장은 이러한 수요에 부응할 수 있도록 다양한 상품 개발이 활발하게 이뤄질 전망이다.

문성필 본부장은 "일반적인 투자가 결혼, 주택 자금, 교육비 등 생애주기상 발생하는 자금을 충당하기 위해 중·단기에 걸쳐 이뤄진다면, 100세 시대 노후 대비 투자는 예측 불가능한 때 자산이 소진되지 않도록 수익 관리가 가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은퇴 설계를 할 때 연금과 관련된 부분을 빼고 이야기하기 어려울 정도로 연금은 은퇴 설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은 빅데이터(big data)를 이용해 고객의 효율적인 재무 설계가 이뤄지도록 하고 있다. 투자나 거래에 관한 내역을 분석하고 '자산관리 예측모형'을 설계함으로써 단순한 데이터 활용에 그치지 않는 것이다.

"은퇴 자산 인출의 전략은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현금 흐름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근로 기간에 매달 받는 급여 수입으로 생활하고 저축하는 것처럼 은퇴 이후에도 정기적인 현금 수입이 있어야 하니까요."

연금으로 활용할 수 있는 상품 중에 대표적인 것이 월 지급식 상품이다. 투자자가 맡긴 자산의 운용 수익률에 따라 매달 일정액을 돌려주는 방식의 펀드이다.

문 본부장은 "월 지급식 ELS(주가연계증권)는 주식형 펀드보다 안정적인 수익 확보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주가가 일정 수준까지 하락하지 않으면 수익이 월 단위로 발생하는 구조라 안정성과 수익성을 겸비한 좋은 투자 대안 상품 중 하나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연금저축계좌는 중도 해지 없이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대표적인 노후 대비 상품으로 손꼽힌다. 지난해 세법 개정으로 연간 400만원까지 세액공제 받을 수 있으며 여러 개의 상품을 편입했다가 해지하는 것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자유롭게 인출하는 것이 허용돼 기존 연금펀드의 단점을 개선했다.

□연금자산 운용, 본인 소득성향 고려해야= 문 본부장은 "노후 대비를 위한 연금 자산 운용은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 스케줄에 맞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투자자 본인의 소득 성향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 즉 소득이 얼마나 높게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는지, 금융시장과의 상관성은 어떠한 지에 따라 투자를 달리해야 한다.

문 본부장은 "안정적인 소득 흐름이 예상되는 젊은 투자자는 주식에 더 많이 투자하고, 소득 흐름의 변동성이 큰 사람은 주식 투자 비중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은퇴까지 남은 기간과 투자 자금의 회수 시기를 고려하고 내가 금융자산을 얼마나 보유하고 있으며 빚지고 있는지를 따져 은퇴 자산을 운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컨대 젊었을 때에는 주식 투자에 실패해도 주기적으로 들어오는 임금 소득으로 대체가 가능하지만, 은퇴 시점이 가까워진 상황에서 투자에 실패하면 회복이 어려워진다. 투자 가능 기간이 짧을수록 투자 위험도 증가하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는 것이다.

보유한 금융자산 규모가 클수록 손실을 감당할 수 있는 능력도 크다. 반대로 부채 규모가 크다면 투자 실패에 따른 타격이 클 수 있다. 따라서 투자 위험을 어느 정도 받아들일 수 있는지에 대한 위험 선호도를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 문 본부장의 조언이다.

"어떤 사람은 투자자산의 가치가 출렁거리면 매우 스트레스를 받지만, 어떤 사람은 이러한 상황에 크게 개의치 않기도 합니다. 투자 기간이 여유 있고, 소득 흐름도 안정적인 사람이라면 위험 자산 수준을 높게 가져가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막상 위험 자산에 투자해놓고 불안을 이기지 못한다면 본래의 운용 목표를 달성하는 것과 거리가 멀어질 수 있습니다."

□연금? 일시금? 절세 혜택 알고 선택하는 것 중요= 연금저축계좌에서 인출할 때에는 인출 방법과 소득 원천에 따라 적용되는 세율이 다르다.

예를 들어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계좌에 해마다 적립금을 납입하는 근로자의 경우에는 부담금뿐 아니라 운용 수익까지 퇴직 소득이 된다. 이 경우 퇴직소득 세율은 연금이나 일시금에 관계없이 다른 소득에 비해 낮다.

반면, 세제 혜택을 받은 자기 부담금과 여기에서 발생하는 운용 수익을 연금으로 수령하면 연령과 종신연금 여부에 따라 지방세 포함 3.3~5.5%의 세율이 적용된다. 일시금으로 인출한 경우에는 기타소득으로 과세된다.

문 본부장은 "따라서 운용 수익의 원천이 사용자 부담금인지 자기 부담금인지에 따라 과세 방식이 다르다는 점을 이해하고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DC 가입자가 연금저축계좌, 개인형 퇴직연금(IRP) 등 복수의 계좌를 갖고 있고 분산 투자를 한다고 가정할 때에는 사용자 부담금에서 많은 수익이 발생하도록 해야 한다.

문 본부장은 "연금저축계좌에서 주식형이나 혼합형 펀드 등 실적배당형 상품에 적극적인 투자를 해 기대 수익을 높이고자 한다면 DC 계좌에 정기적으로 납입하는 사용자 부담금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일시금으로 인출할 때 사용자 부담금의 운용 수익은 세율이 낮은 퇴직소득으로 과세되지만, 자기 부담금의 운용 수익은 세율이 높은 기타소득으로 과세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