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세무사회는 제12대 고은경 회장때부터 사단법인 설립을 추진해 왔다. 쏟아부은 시간만 8년. 하지만 성과는 없다.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기대마저도 하기 힘든 상황이다.
최근 들어서는 사단법인 설립을 위해 그동안 겪어온 인고의 세월이 '연구용역비 지급'이라는 세무사회가 건넨 작은 '당근'에 의해 아예 사라져 버릴 것이라는 주장이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 여성관세사회-여성세무사회…엇갈린 '명암' = 여성관세사회는 지난 5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임페리얼 팰리스 호텔에서 새정치민주연합 김현미 의원을 비롯한 50여명의 내외빈을 초청한 가운데, 사단법인으로서의 힘찬 첫발을 축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여성관세사회는 지난 2010년 첫발을 내딛은 이래 4년만인 지난 5월 관세청으로부터 사단법인 인가를 받았고, 상위 단체인 관세사회의 지원 아래 당당히 사단법인으로서의 공식적인 출범행사를 가진 것이다.
이날 행사에는 여성세무사회, 여성변리사회, 여성법무사회, 여성변호사회 등 각 전문직역 여성단체들이 모여 자리를 함께 했다. 특히 한국관세사회 한휘선 회장이 참석해 축사를 전하는 등 훈훈한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는 한국세무사회 정구정 회장이 보였던 모습과는 정반대의 행보.
정 회장은 지난 9월 열린 '세무사제도 창설 53주년 기념식'에서 회원 300여명과 김귀순 여성세무사회장 참석한 공개석상에서 여성세무사회의 사단법인 설립 추진을 정면으로 비판한 바 있다.
정 회장은 당시 "여성세무사회에 간곡히 부탁했음에도 불구하고 사단법인 설립신고서를 관계기관에 접수했다"며 "이로써 외형적으로 세무사와 관련한 법정단체가 또 생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단합을 명분으로 여성세무사회의 사단법인화를 저지하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정 회장은 "세무사회는 여성세무사회의 사단법인화에 반대하기로 결정했다"면서 "세무사회가 성별, 지역 등으로 분열되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 여성세무사회 사단법인 설립…걸림돌은? = 김귀순 여성세무사회장은 여성관세사회 행사에서 "여성세무사회 사단법인화는 한국세무사회에의 반대에 밀려 어려움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사단법인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입장에서 이렇게 여성관세사회가 당당히 사단법인 설립에 성공한 것을 보니 그저 부러울 따름"이라고 속내를 드러냈다.
임의단체인 여성세무사회는 관계기관에 인가를 신청하는 등 사단법인 설립을 추진 중에 있으며, 여성세무사들의 위상 제고, 공동사업 참여, 공동프로젝트 수행, 여성세무사의 주체성 및 정체성 확립 등을 그 목적으로 밝힌 바 있다.
현재 여성세무사회의 사단법인에 가장 큰 장애물은 바로 '큰집', 한국세무사회다.
세무사회라는 단체 내부에서 여러 하위단체들이 난립하면 분열을 초래할 수 있다는 세무사회의 우려 때문이다.
여성세무사회가 연구용역 입찰 및 최근 퇴출된 여성단체협의회 재가입을 사단법인 설립의 주목적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세무사회는 사단법인 설립만큼은 안 된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세무사회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친 여성세무사회는 현재 세무사회와의 타협점을 찾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세무사회는 굳이 사단법인 설립을 하지 않더라도 연구용역을 받고 여성단체협의회에 재가입을 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해보겠다며 여성세무사회에 사단법인 설립을 중지할 것을 제안했고, 여성세무사회는 이를 받아들여 현재 사단법인 설립을 보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귀순 여성세무사회장은 "최근 사단법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여성단체협의회에서 퇴출당했다"며 "여성단체협의회의 재가입과 연구용역을 받는 것이 여성세무사회가 사단법인화를 하려는 주 목적"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재 여성세무사회는 세무사회와의 협의 하에 사단법인화를 보류 중"이라며 "여성세무사회가 사단법인화를 하지 않아도 여성단체협의회에 재가입하고 연구용역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세무사회가 연구 중이다"라고 전했다.
아울러 "세무사회와의 트러블은 여성세무사회로서는 달갑지 않은 일"이라며 "트러블을 감수하면서까지 사단법인 설립을 추진 할 바에야 세무사회가 내건 조건을 받아들이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 과연 사단법인 설립 없이 연구용역 입찰 가능할까? = 여성세무사회는 세무사회가 연구용역 및 여성단체협의회 재가입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주는 조건으로 사단법인 추진을 보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세무사회가 내건 조건은 사실상 실현 불가능하다는 것이 세무사회 관계자의 설명이다.
여성세무사회가 여성단체협의회에서 퇴출된 것에는 엄연한 정관상의 이유가 있을 것인데 세무사회가 무슨 수로 재가입을 시킬 수 있느냐는 것이다.
또한 정부에서 발주하는 연구용역 입찰도 사단법인이 아니면 할 수 없도록 되어있는데 세무사회가 여성세무사회에 연구용역 입찰을 넘겨주는 것이 아닌 이상 여성세무사회가 독자적으로 연구용역 입찰을 받는 것도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세무사회 관계자는 "여성단체협의회의 정관상 여성세무사회가 퇴출된 이유가 있을 것인데 세무사회가 이를 해결해준다는 것은 인맥을 통하는 등의 우회적인 방법이 아니면 불가능한 것"이라며 "연구용역 입찰의 경우도 여성세무사회가 임의단체인 점을 미루어봤을 때 세무사회 이름으로 용역을 딴 뒤 여성세무사회에 넘겨주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여성세무사회가 연구용 역입찰과 여성단체협의회 재가입을 조건으로 사단법인화를 보류하는 것은 아닐 것"며 "세무사회로부터 따로 지원을 받는 등 이유가 있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세무사회는 세무업계 내 사단법인이 늘어나면 크기는 달라도 세무사회와 동등한 입장이 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며 "현 세무사회장의 임기 내에는 여성세무사회가 사단법인이 되기 힘들 것"이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