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의 기쁨보다 가슴을 적신 한 단어, '가족'

겨울의 시작을 알리는 매서운 칼바람이 옷깃을 잔뜩 여미게 만든 14일 오후, 서울 수송동 국세청사 2층에 일단의 사람들이 모여들었습니다.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의 표정은 바깥의 찬공기가 무색할 정도로 잔뜩 상기되어 있었고,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기 때문일까요.

그렇습니다. 이날 이 장소에서는 지난 11일 발표된 복수직 서기관 승진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이들에 대한 임명장 수여식이 열렸습니다.

36명의 승진자는 물론 남편의, 아버지의, 아들 또는 딸이 영광스런 임명장을 받는 모습을 두 눈으로 보기 위해 달려온 가족들로 채워졌습니다. 이들은 4시 행사가 시작되기 전 행사장 주변에 만들어 놓은 포토존에서 가족들과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의 순간을 사진으로 담았습니다.

행사가 시작되고 행사 실무진에서 만든 한 승진자(남동성 부산국세청 조사1국1과장)의 인생역정이 담긴 동영상이 상영되자 행사장 내는 일순간 숙연한 분위기가 연출되기도 했습니다.

36명 승진자에게 일일이 임명장을 수여한 임환수 국세청장은 마이크를 건네받은 뒤 "승진을 축하한다. 앞으로 국세청을 이끌 중심이 되어주면 좋겠다"고 짧게 코멘트했습니다.

이어 이준목 서기관(국세청 차세대국세행정시스템추진단)을 호명한 뒤 "잠깐 일어나 보세요. 여러분, 이 분이 아직 미혼입니다. 결혼할 사람은 정해졌다고는 하는데, 축하해 주세요"라고 즉석에서 제안하는 '센스'를 발휘하기도 했습니다.

행사 중간 휴식시간을 이용해 다과를 들고 있던 임 국세청장 주변으로 하나 둘씩 승진자들이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가족들의 손을 이끌고 임 국세청장 곁으로 온 승진자들은 연신 사진을 함께 찍자는 요청을 했고 임 국세청장은 기꺼이 '모델'이 되어주며 추억을 선물했습니다.

이번 승진자 임명장 수여식에는 예년의 행사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감동적인 이벤트가 포함됐습니다.

승진자들의 곁에서 노심초사하며 묵묵히 그들을 응원해 온 가족들의 축하메시지가 담긴 동영상이 상영된 것입니다.

오히려 승진자들보다 더 마음을 졸였을 그들의 배우자, 자녀, 부모 이들이 전하는 축하의 말과 응원의 메시지, 사랑한다는 말, 아마도 승진자들에게는 승진의 기쁨보다 더 가슴을 쿵쾅쿵쾅 뛰게 만든 감동의 경험이었을 것 같습니다.

지금 이순간, 그리고 적게는 수 년, 많게는 십 여년의 시간 동안 이들은 '대한민국의 서기관(혹은 그 이상이 될 수도 있겠지요)'으로 살아갈 것입니다. 하지만 그 시간이 지난 후에도 이들은 한 가족의 일원으로서 남편, 아내, 아버지, 어머니로 살아갈 것입니다.

이날 임명장 수여식은 그런 의미에서 승진자들과 그들의 가족, 축하를 해주기 위해 삼삼오오 행사장을 찾은 상하동료들에게 가족의 의미를 다시한번 절절히 느끼게 해준, 기회가 됐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