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부터 은행 매각 번번이 실패
자회사 분할 매각이 위안…반쪽짜리 민영화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직'을 걸면서까지 야심차게 추진했던 우리은행 민영화가 또다시 좌초됐다.
28일 우리은행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마감 예정이던 경영권 지분 예비입찰에서 유력한 후보 중 한 곳인 교보생명이 참여하지 않았다. 당초 인수 의사를 타진했던 중국의 안방(安邦)보험은 예비입찰에 참여했다.
그러나 정부 지분의 경우 2곳 이상이 입찰에 참여해야 유효경쟁이 성립하기 때문에 입찰은 자연스레 무산됐다.
우리은행은 IMF 외환위기에 부실을 겪으며 천문학적인 국민 혈세가 투입돼 설립된 은행이다.
정부는 1998년부터 2001년 기간 중 우리은행(옛 상업, 한일, 한빛은행) 7조9058억원, 평화은행 8316억원, 경남은행 3528억원, 광주은행 4418억원, 우리종금 3조2343억원 등 총 12조8000억원의 공적자금을 지원했다.
최근 우리투자증권 패키지 등 자회사 매각을 통해 공적자금 일부를 회수했지만 우리은행 지분 5조원 가량은 아직 회수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우리금융 민영화를 첫번째로 추진한 지난 2010년에는 우리금융투자자그룹 외 투자자들이 10% 미만만 입찰에 참여하면서 민영화가 중단됐다.
이어 2011년에는 대형 금융지주사가 빠진 채 사모펀드 MBK파트너스만 예비입찰에 참여해 유찰됐다.
2012년에는 KB금융그룹이 유력한 인수 후보로 떠올랐지만 정치적 부담을 이유로 입찰 참여를 포기했고,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와 IMM PE 등도 모두 불참해 입찰이 최종 무산됐다.
우리금융 민영화가 계속 무산되자 정부는 지난해 우리금융을 쪼개 매각하는 방안을 재추진했다. 크게 은행과 증권, 지방은행으로 나눠 파는 방식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경남은행과 광주은행을 BS금융지주와 JB금융지주에 매각했고, 우리투자증권 패키지(우리투자증권, 우리금융저축은행, 우리아비바생명)를 NH농협금융지주에 팔았다.
또 우리파이낸셜은 KB금융그룹에, 우리자산운용은 키움증권에, 우리F&I는 대신증권에 넘겼다.
우리금융 계열사가 단계별로 매각이 이뤄진데다 우리은행 지분을 경영권 지분과 소수 지분으로 나눠 매각하는 투트랙 방안의 매각이 추진되면서 이번 4차 민영화 추진은 성공하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이 높았다.
그러나 우리은행은 다른 계열사들과는 달리 너무 규모가 큰 것이 문제였다. 인수 의지를 내비치면서 유력한 인수 후보로 거론된 교보생명이 끝내 입찰 불참을 선언하며 4차 민영화 추진마저 수포로 돌아간 것이다.
우리은행의 경영권을 인수하려면 주가와 경영권 프리미엄을 고려할 때, 3조원대의 자금이 필요하다. 교보생명은 보험업법상 직접 조달할 수 있는 자금이 '자산의 3% 이내, 즉 1조3000억원 가량이기 때문에 재무적 투자자를 확보해 컨소시엄 형성을 위한 협의를 벌여왔다.
하지만 시장에서 교보생명의 경영권 지분 인수에 부정적 신호가 전달되며 교보생명은 예비입찰 막판에 주저하는 모습을 보였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개인이 대주주로 있는 회사가 우리은행 경영권을 인수할 경우 자칫 특혜 시비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 탓이다.
금융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교보생명은 법적으로 우리은행을 인수하는 데 문제가 없지만 개인 사주가 대형 시중은행을 소유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컸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