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소득 증대세제 3대 패키지, 국회 통과…불안한 시각 '여전'
재계·전문가 "실효성 없다" 한 목소리
국회와 재계, 전문가 등 수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초이노믹스의 대표작인 가계소득 증대세제 3대 패키지(근로소득 증대세제, 기업소득 환류세제, 배당소득 증대세제-이하 3대 패키지)가 국회 문턱을 넘어섰지만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는 잦아들고 있지 않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취임 초기부터 경제활성화를 이끌어 낼 카드로 뽑아들었던 3대 패키지는 야당 뿐만 아니라 여당까지 반대하며 난색을 표했지만 결국 정부 원안에서 단 한 글자도 수정되지 않은 채 국회를 통과했다.
그동안 3대 패키지는 제도의 실효성을 기대하기 어려울 뿐더러 특히 사내유보금에 과세하는 기업소득 환류세제는 기업들의 자율권을 침해한다는 논란에 시달려왔다.
세법을 심의해야 할 조세소위에서 충분한 논의가 이뤄져야 했지만 국회선진화법 앞에서 조세심의권은 제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예산안과 부수법안 처리 법정시한이 다가오면서 3대 패키지는 조세소위는 커녕 기재위 전체회의와 법사위도 거치지 못하면서 제대로 된 논의 한 번 해보지 못했다.
□ 우려 틀어막고 통과된 환류세제, 실효성은? = 각계각층에서 가장 많이 반대했던 기업소득 환류세제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우려 섞인 의견들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기업소득 환류세제는 기업들의 사내유보금에 법인세를 추가과세 해 기업들의 투자를 유도하겠다는 최 부총리의 경제활성화 정책으로 기업들이 투자를 하지 않으면 일종의 '패널티'를 주는 제도. 바꿔 말하면 기업들의 '돈'으로 경제를 살려보겠다는 이 제도인 셈이다.
환류세제는 자기자본 500억원 초과 법인(중소기업 제외)과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소속 법인을 대상으로 하며 내년부터 2017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된다.
과세방식은 두 가지가 있는데 A방식은 '[당기소득 × 60~80% - (투자+임금증가+배당액등)] × 세율(10%)', B방식은 '[당기소득 × 20~40%* - (임금증가+배당액등)] × 세율(10%)' 이다.
당기소득은 각 사업연도 소득금액에서 이월결손금, 법인세액, 상법상 이익준비금 적립액 등을 제외한 금액이며 투자액은 사업용 유형자산 및 무형자산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자산 투자액, 임금증가분은 임원과 고액연봉자 등 제외한 임금 증가액을 뜻한다.
과세방식에 정확히 명시돼 있지 않은 과표기준 A방식 60~80%와 B방식 20~40%은 시행령에서 구체적으로 정하기로 했다. 기업들의 투자범위에 대해서도 시행령 등을 통해 추후 논의키로 했다.
재계 관계자들은 기업소득 환류세제가 제대로 논의되지 않은 채 원안 그대로 통과된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한편 제도의 실효성도 기대하기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비실명을 요청한 재계의 한 관계자는 "기업소득 환류세제는 과세로 투자를 유도하겠다는 것인데, 긍정적인 효과를 이끌어내는 것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기업소득 환류세제 자체가 비정상적이다. 정부에서도 정상적이지 않기 때문에 3년간 한시적으로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세금을 더 걷을 것이 아니라 기업들이 투자나 배당을 더 하도록 신호를 줘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사실 투자나 배당은 기업의 자율성에 맡겨야 하는데 경제상황이 절박하다보니 정부가 기업소득 환류세제를 시행하겠다고 한 것"이라며 "기업들에게 부담이 되는 것은 맞지만 어차피 시행할 것이라면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역시 기업소득 환류세제의 과세방식이 복잡하고 세법 논의과정에서 많은 부분이 수정됐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해 아쉽다는 입장이었다. 다만 추후 시행령을 놓고 논의할 때 이런 우려들이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는 "기업소득 환류세제는 흔하지 않는 세제이기 때문에 논의를 통해 다듬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해 정부안 그대로 통과돼 아쉽다"며 "남아있는 것은 투자범위와 과세방식 과표기준인데 이는 시행령 논의 과정에서 생산적인 논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월급 올려준다고?…취지는 좋지만" = 3대 패키지 중 하나인 근로소득 증대세제와 배당소득 증대세제에 대해서도 의견은 분분하다.
기업소득 환류세제는 '패널티'인 반면 나머지 세제는 '인센티브'이기 때문에 재계의 반발은 그나마 덜하지만 실효성 부분에 있어선 재계와 전문가들 모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가계의 소득을 직접적으로 인상해 경기를 활성화시키겠다는 근로소득 증대세제는 근로자의 임금을 인상하는 모든 기업을 대상으로 하며 내년부터 2017년 말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한다.
요건은 임원이나 고액연봉자, 최대주주 특수관계인을 제외한 상시근로자의 당해연도 평균임금 증가율이 직전 3년 평균임금 증가율의 평균보다 높으면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다만 당해연도 상시근로자 수가 직전연도 상시근로자 수와 같거나 높아야 한다. 구조조정을 한다는 이유로 직원을 내보내면 대상이 될 수 없단 뜻이다.
세액공제액은 '[당해연도 평균임금 - 직전연도 평균임금 × (1 + 직전 3년 평균임금 증가율의 평균)] × 직전연도 근로자 수 × 세액공제율'을 적용한다. 세액공제율은 중소·중견기업 10%, 대기업 5%이다.
배당소득 증대세제는 기업들의 배당을 늘려 경제를 활성화시키겠다는 제도로 야당의 거센 반발을 불렀던 법안이다. 야당은 배당소득이 있는 부자들에게 분리과세 세율을 인하해 혜택을 줘 부자들을 위한 세제혜택이라는 비판을 했었다.
적용대상은 ▲시장평균 배당성향·배당수익률 120% 이상 혹은 총배당금 증가율 10% 이상 상장주식 ▲시장평균 배당성향·배당수익률의 50% 이상 혹은 총배당금 증가율 30% 이상 상장주식 등 둘 중에 하나만 해당하면 된다.
이들 기업으로부터 배당을 받는 경우 분리과세 대상인 경우 분리원천징수 세율이 14%에서 9%로 인하되며 종합과세 대상인 경우 거주자의 선택에 따라 25%의 세율을 적용한다.
전문가들은 두 세제 모두 가계소득을 늘린다는 상징성은 있지만 그 이상의 의미는 없다는 입장이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는 근로소득 증대세제에 대해 "안 그래도 대기업은 임금이 높은데 이를 더 올리면 국가 전체적으로 임금이 상승돼 상대적으로 중소기업들이 어려워지고 노동생산성이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배당소득 증대세제에 대해선 "지금까지 일부러 배당을 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미래에 투자하기 위해 기업이 보유하고 있었던 것"이라며 "삼성전자의 경우 배당을 받는 사람이 외국인 비율이 높은데 그 사람들이 배당을 가져간다고 해서 소비창출이 일어나진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박기백 서울시립대 교수는 "근로소득 증대세제는 고소득자에게 혜택이 많이 치우쳐 곤란하다"며 "큰 실효성도 없어보이지만 정부에서는 무언가 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하는 그 정도 수준의 의미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