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그룹 74조원으로 2010년 이후 최저 수준 기록
올들어 기업실적 악화로 10대그룹의 배당금 등의 재원으로 쓰이는 미처분 이익금이 급감하면서 지난 2010년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따라서 상당수 대기업들이 배당을 줄일 가능성이 높아 올해 정부가 추진해온 주주 배당 확대 계획에 차질이 예상된다.
재벌닷컴은 8일 자산 상위 10대그룹 소속 상장사를 대상으로 미처분 이익금을 집계한 결과 올해 9월 말 현재 73조 7600억원으로 작년 말 91조 8300억원보다 19.7%, 금액으로는 18조 600억원 감소했다고 밝혔다.
기업의 ’미처분 이익금’은 영업활동을 한 결과 얻게 된 이익잉여금에서 법정적립금 등으로 처분되고 남아 있는 실제 활용 가능한 돈이며 현금 배당이나 연구개발비 등으로 사용되는 재원이다.
조사 결과 10대그룹의 미처분 이익금이 올 3분기 현재 74조원대에 그쳐 지난 2010년 이후 처음으로 80조원대 밑으로 떨어졌다.
10대그룹의 미처분 이익금은 지난 2010년 87조 1600억원에서 2011년 98조 7200억원으로 급증했으며, 2012년에도 89조 5천억원을 기록하는 등 매년 90조원 안팎의 수준을 유지했다.
이처럼 10대그룹의 미처분 이익금이 올들어 급감함에 따라 올해 결산 주주 배당금도 크게 줄어들 공산이 크다.
10대그룹의 미처분 이익금에서 차지하는 배당금 비율은 지난해 7.6%로 6조 9800억원에 달하는 등 지난 2010년 이후 평균 7%대를 유지했다.
하지만 올해 미처분 이익금이 크게 줄어든 점을 감안하면 전년과 같은 배당 수준을 유지하더라도 올해 결산 배당금 규모는 작년보다 최대 1조원가량 감소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그룹별로 보면 SK, GS, 한화 등 3개 그룹은 작년보다 미처분 이익금이 증가한 반면 삼성, 현대자동차, LG, 롯데, 포스코, 현대중공업, 한진 등 나머지 7개 그룹은 모두 미처분 이익금이 감소했다.
특히 현대중공업과 한진 등 2개 그룹은 핵심 계열사들이 대규모 적자를 내면서 미처분 이익금이 마이너스(-)를 기록해 외부차입이나 자산매각을 통해 유동성을 확보해야 하는 형편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주력회사인 현대중공업이 올해 3분기까지 개별기준으로 1조 5700억원, 현대미포조선이 6620억원의 적자를 내면서 미처분 이익금이 작년말 8700억원 흑자에서 1조 9600억원 적자로 곤두박질쳤다.
한진그룹도 주력회사인 대한항공은 지난해 적자에서 올해 440억원 흑자로 돌아섰지만, 한진해운이 3400억원의 적자를 내면서 미처분 이익금이 지난해 700억원 흑자에서 2천억원 적자로 반전했다.
재계 랭킹 1위인 삼성그룹의 미처분 이익금도 작년보다 크게 줄었다. 삼성그룹은 주력회사인 삼성전자의 미처분 이익금이 작년 말 17조 8500억원에서 올해 11조 690억원으로 급감하면서 전체 미처분 이익금도 작년 말 33조 6900억원에서 올해 27조 6200억원으로 18%(6조 700억원) 감소했다.
현대자동차그룹도 현대자동차, 현대모비스, 기아자동차 등 주력3사의 미처분 이익금이 모두 하락하면서 작년보다 5조 1300억원 줄어든 10조 6500억원에 그쳤고, LG그룹 역시 5조 5800억원 감소한 9조 1200억원에 머물렀다.
포스코그룹은 주력회사인 포스코의 미처분 이익금이 작년 말 2조 3천억원에서 올해 1조 1천억원으로 반토막이 나면서 작년보다 1조 3500억원 하락한 8700억원이었고, 롯데그룹도 2200억원 줄어든 1조 5300억원에 그쳤다.
반면 SK그룹은 실적호조를 지속하고 있는 SK하이닉스의 미처분 이익금이 작년 말 5조 9370억원에서 8조 5470억원으로 2조 6100억원이나 급증하는데 힘입어 작년보다 3조 2500억원 늘어나 10대그룹 중 가장 많이 증가했다.
최근 삼성테크윈 등 삼성그룹 4개 계열사 인수에 나선 한화그룹은 한화생명 등 금융 계열사의 미처분 이익금이 증가하면서 작년보다 1200억원 늘어난 2조 7400억원을 기록했고, GS그룹은 작년보다 소폭 증가한 1조 200억원을 기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