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개세주의(國民皆稅主義).
모든 국민이 세금을 내야 한다는 이 말은 지난 2012년 당시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종교인 과세를 도입하기 위해 사용한 용어이다.
소득이 적은 사람이라도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누구나 세금을 내야 한다는 뜻의 이 말은 옛날 면세특권을 누리던 귀족들도 세금을 내야 한다는 논리를 뒷받침하기 위해 탄생했다.
그렇다면 옛날 우리 선조들은 어떤 방법으로 세금을 부과했을까?
그 궁금증을 풀고 싶다면 10일부터 열리는 국세청 조세박물관 '근본을 헤아리다, 호적의 발자취' 특별전을 찾아가보면 된다.
이번 특별전은 삼국시대부터 근대까지 국가운영의 근간이 되는 호적자료와 세금의 연관성을 소개해 관람객들이 공정과세와 근거과세를 위한 선조들의 지혜를 살펴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국세청은 소개했다.
◆…조선시대 세금부과 기준으로 활용됐던 호구단자에는 호의 대표자인 호주 뿐만 아니라 부부, 자녀 등의 구성원 등을 기록해 나라에 제출하면 국가에서 이를 검증해 세금을 부과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사람과 가축이 결합된 노동력과 토지결수 등 경제력 차이에 따라 호구를 9등급으로 나누고 세금을 고르게 부과하도록 조사·기록한 신라장적에서 여러 소득을 합산 과세하는 현재 종합소득세의 원형을 찾아볼 수 있다.
근대 이전의 호적(戶籍)은 국가가 나라살림 운영을 위해 세금부과 대상을 파악하고 주민들의 신분을 구별하기 위한 다목적 인구조사 자료이다.
주민이 주소와 인적사항, 호(戶)의 대표자인 호주(戶主) 부부의 사조(四祖, 부·조·증조·외조의 성명·나이·본관·관직), 구성원 등을 기록해 나라에 제출하면 국가에서는 내용 검증 후 지역별로 호적대장을 만들어 세금 부과에 활용했다.
조선시대 세금제도를 살펴보면 크게 부동산과 사람에 대해 세금을 부과했는데, 부동산에 부과하는 세금은 전세(租), 사람에게 부과하는 공납과 군역, 요역 등은 호세(戶)라고 불리었다.
부동산은 20년마다 대장에 누락된 토지를 파악해 탈세를 방지하고 토지경작 상황의 변동을 조사해 세금을 징수했다. 호세는 3년마다 주기적으로 과세기준을 파악해 징수했으며 호적을 기초로 16~60세 남성에게 호패를 발급해 세금을 부과했다.
조선시대 인조 18년(1640년) 인조실록에 기재된 호적통계를 보면 전국적으로 50만3124호가 있었으며 이 중 경상도 지역이 31%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전라도는 23.6%, 충청도는 12%, 평안도는 10.9%, 경기도는 7.6%, 황해도 5.8%, 함경도 5.6%, 서울 2.5%, 강원도 1% 순이었다.
고구려 광개토대왕비의 내용을 봐도 공평과세를 추구했던 내용을 추론해볼 수 있다. 왕릉을 지키는 인원을 연호(烟戶, 공동취사를 하는 가족 단위)마다 1명을 배정했는데 이는 각 가정의 1명씩을 공평하게 징발해 주민들에게 과도한 부담을 지우지 않도록 노력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린이 호패(戶牌) 만들기 체험코너에서 직접 체험을 해보고 있는 임환수 국세청장.
이밖에 조세특별전에서는 어린이들이 쉽고 재미있게 참여할 수 있도록 호적의 보조역할을 했던 호패(戶牌) 만들기 체험코너를 운영해 관심도를 높였다.
서진욱 국세청 징세법무국장은 "조세박물관에서는 유물 전시뿐 아니라 어린이와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는 다양한 세금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며 "특별전 전시에 대한 자세한 내용과 관람예약은 조세박물관 홈페이지(www.nts.go.kr/museum)을 참고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