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협점 못 찾아…노조 "통합 중단"vs하나 "통합 강행"
금융당국 부담 커져…"조기 통합 승인 쉽지 않을 것"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조기통합을 놓고 불거진 갈등에 노사가 본격 대화에 나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정작 하나금융과 외은 노조는 서로 다른 그림을 그리며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14일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과 외환은행 노조와의 첫 만남인 상견례가 삐걱대기는 했지만 하나금융과 노조는 대화 테이블에 마주 앉는데 성공했다.
본 협상에 들어가기 전 협상 원칙이나 범위, 안건을 협의하는 실무진 간의 협상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하나금융과 노조의 입장 차이가 너무 커 쉽사리 타협점을 찾지 못하는 상황.
노조는 대화를 시작했으니 통합절차는 당분간 중단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하나금융 측은 은행 환경이 어려운 상황인 만큼 시간을 지체할 수 없고 조기통합 추진을 강행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대화가 진행 중인 만큼 금융당국 예비인가 신청은 잠시 보류하고 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노사간 합의가 진척이 있다면 예비인가 신청을 진행할 계획이고, 당위성이 인정되는 만큼 금융당국도 승인할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전했다.
반면 금융당국은 노사합의가 전제이기 때문에 과정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노조 합의 문제가 남아 있어 당분간 쉽지 않을 것"이라며 "정례회의는 첫째, 셋째 수요일에 열리는데 이것 때문에 임시회의를 열기는 어렵고 구체적인 일정도 잡혀있지 않다"고 회의적인 반응을 내놨다.
외환은행 노조 관계자는 금융위 역할과 관련해 "금융위가 합의서에 입회인 자격으로 서명한 만큼 합의서 이행을 담보하는 보증인 지위에 있다"며 "하나금융의 합병 인가 신청 움직임에 대해 합의서 위반이라는 입장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더해 은행과 노조 측의 갈등은 소송전으로 비화되고 있다.
외환은행은 지난 9월 3일 노조를 상대로 4억2000만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노조가 직원들에게 은행 통합에 대한 찬반 의견을 묻는다는 명목으로 총회를 추진, 업무상 손실을 입었다는 이유에서다.
반대로 노조는 은행 측이 회유와 협박으로 총회 참여를 반대하는 등 정상적인 노조활동을 방해했다며 부당노동행위로 서울지방노동청에 고발했다.
또 징계를 받은 38명 중 11명은 징계 무효 확인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법정과 노동위원회에서 서로 얼굴 붉힐 일이 남아 있는 것이다.
한편 이날 오전 10시 국회 의원회관에서 김기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심상정 정의당 의원, 박원석 정의당 의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의 권영국, 김하나, 류하경 변호사로 구성된 '한국외환은행 합의 위반 및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진상조사단'은 외환은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진상조사단 단장을 맡은 권영국 변호사는 "은행은 노조가 소집한 조합원 총회 개최를 방해한데다 총회에 참석한 직원을 징계하고 개별 직원에게는 조기합병 동의서 작성을 강요했다"면서 "지금도 부점장 협의회를 중심으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지배·개입에 의한 부당노동행위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권 변호사는 또 "2.17합의서는 노사정 합의서로서 민사약정이자 단체협약의 성격을 가지기 때문에 합의 당사자인 노동조합과 은행은 합의서 내용을 이행해야 하고, 금융위는 이를 보증한 당사자로 관리·감독 의무와 보증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하나금융 측은 "긴급한 사안도 아닌데 예외나 열외 없이 파업에 준하는 총회를 개최한다는 것은 논리적으로나 명분으로나 이해가 안된다"며 "합법적인 총회 요건이 아니기 때문에 업무시간 내 총회 소집을 불법으로 본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