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노근, 野 여성의원에 "버릇 고쳐야" 본회의 발칵
이완구 앞에선 '격조', 뒤에선 '강성'의원 앞세워…여야 '정쟁'으로 몰아
청와대 비선실세 '정윤회 문건' 파문과 관련, 이틀째 국회 긴급현안 질의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야당 공세를 차단하기 위한 새누리당의 막말, 억지 주장이 도를 넘고 있다.
정윤회 국정개입 보고서 유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았던 서울지방경찰청 최모 경위가 자살한 데 이어 최모 경위 동료이자 같은 혐의로 수사를 받는 한모 경위가 '청와대 민정수석실의 회유'를 폭로했다. 여기에 한모 경위 부인까지 검찰에서 영장 없이 강압 수사를 받았다고 주장해 파문이 더욱 확산되고 있다.
새누리당은 이렇듯 의혹이 계속 불거지고 있는 상황임에도 거듭 '풍설', '낭설'로 일축하며 의혹을 제기하는 야당의원들을 향해 막말과 비하는 물론 '정윤회 문건' 파문과 관련 없는 일까지 엮어 파상공세를 퍼붓고 있다. 이는 국정농단 의혹이라는 문제의 본질을 외면한 채 여야 간 '정쟁'으로 시선을 돌리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 이노근, 최민희 의혹 제기에 "버릇부터 고쳐야" 논란 = 임시국회 둘째 날인 16일 긴급현안질의에 나선 이노근 의원(서울 노원갑)은 앞서 질의에 나선 야당 여성 의원을 향해 "버릇부터 고쳐야한다"고 말해 본회의장을 발칵 뒤집어 놨다.
이 의원은 청와대 제2부속실이 작년 5월 시계형 몰래카메라(몰카시계)를 구입한 것을 밝히며 의혹을 제기한 새정치민주연합 최민희 의원에 대해 "공상 소설을 쓰고 있다. 한마디로 요새 정치인 버릇부터 고쳐야 한다"고 비난했다. 이에 야당 의원들은 "누가 누구의 버릇을 고치냐", "사과하라“고 강력히 반발했다.
이 의원의 질의 후 최 의원은 즉각 신상발언을 신청해 "피 같은 질의시간 앞부분 3분 이상을 제 질의를 비난하고 폄훼하는데 쓰는 게 맞는 일이냐"라며 "모든 게 청와대 주위에서 벌어진 일인데 왜 야당 탓을 하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새누리당 원내지도부를 향해 "방금 전 발언한 의원께 공개 사과를 받고 싶다"고 요구했다. 이에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는 이 의원을 불러 '주의'를 주었고, 이 의원은 오후 속개된 회의에서 "본의 아니게 다소 소란을 일으킨 것에 대해 대단히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 김진태·이장우, 박지원 향해 "조화 심부름꾼, 北정권 대변인" 막말 = 앞서 전날(15일) 긴급현안 질의에 나선 김진태 의원도 야당을 향해 "(정윤회 문건 파문으로) 야당이 재미 좀 보셨느냐”고 비꼬며 자극했다.
특히 김 의원과 이장우 의원은 '만만회 인사개입' 의혹을 제기했던 새정치연합 박지원 의원이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3주기를 맞아 이희호 여사 명의의 조화를 전달하기 위해 방북하는 문제를 엮어 막말을 퍼부었다.
김 의원은 박 의원에 대해 "대한민국 국회의원이 김정은, 김정일 조화 배달하는 심부름꾼이냐"라고 비꼬았고 이 의원은 "북한 정권의 남자대변인"이라고 도를 넘는 비난을 가했다.
□ 막말로 국회 '진흙탕 만들기'? 국정농단 의혹 '본질' 흐리기 = 이러한 여당의 '막말 공세'는 정윤회 문건 파문을 여야 간 '진흙탕 싸움'으로 끌고 가 국정농단 의혹의 본질을 흐리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완구 원내대표가 전날에 이어 16일 긴급현안 질의에서의 '격조 높은 질문'과 상대에 대한 예의와 품위를 당부한 것이 '립서비스'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야당에 겉으로는 '예의와 품격'을 말하지만 막말로 논란을 일으킨 강성 의원들을 '선수'들로 구성해 긴급현안 질의의 의미를 퇴색시켰다는 것이다.
한 야당 관계자는 "여당이니 의혹에 대한 방어가 중요하다해도 현안 질의에 나선 의원들 면면을 보면 이게 과연 격조 높은 질문을 할 인사들인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문제의 의원들이 전부 '초선'에 박근혜 대통령을 비호하고 막말 논란을 일으킨 의원들 아니냐. 이들의 막말과 고성으로 국정농단 의혹 본질을 흐리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