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M 업체, 잉여∙상쇄배출권 매매로 수익 증가 예상
탄소배출권 파생상품화로 침체된 금융권 부활 기대
탄소펀드 등 운영 시 개인 투자자 보호제도 필요
탄소배출권 거래시장이 내년 1월 12일 문을 연다. 탄소배출권 거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어떤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을까.
탄소배출권은 기후변화로 인한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제기구 간 협약에 의해 기업들이 탄소를 배출할 권리를 매매하도록 한 것이다.
배출권 시장 개설을 한 달 앞두고 청정개발체제(CDM:Clean DevelopmentMechaism) 사업권을 확보한 업체들의 수혜와 함께 금융거래 활성화라는 쌍끌이 효과가 기대를 모으고 있다.
□ 청정개발체제(CDM)로 사업권을 확보한 업체들 1차적 수혜= 탄소배출권 거래시장은 주식시장과 유사하다. 기업별로 탄소배출권을 할당 받고, 그 범위 내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하되 배출권의 부족분이나 여분을 한국거래소(KRX) 산하의 거래소에서 매매하는 것이다.
국내에서 탄소배출권 거래에 참여할 수 있는 회원은 대상업체 525사와 한국산업은행, 중소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등 공적금융기관으로 확정됐다. 거래종목은 각 업체에 할당된 이행연도별 배출권이다. 거래기간은 해당 이행연도 다음 해의 6월 말까지다. 예컨대 2015년 배출권의 경우 내년 1월 12일부터 2016년 6월 말까지 거래 가능하다.
2017년까지는 기업들이 정부로부터 탄소배출권을 무상 할당받지만 2018년부터는 전체 물량의 3%가 유상 할당된다. 그리고 3년 후인 2021년에는 유상 할당 비율이 10%로 높아지고, 이 비율은 점차적으로 높아질 예정이다.
탄소배출권 거래의 제1차 수익자는 CDM 사업으로 배출권을 확보한 업체들이다. 정부는 2020년까지 온실가스를 배출전망치(BAU) 대비 30% 감축할 계획이다. 1차 계획기간에 해당하는 2015~2017년 배출권 총수량은 16억8700만 배출권(KAU)이다.
하지만 정부가 525개 대상업체에 할당한 배출권 규모는 15억9800만KAU 뿐이다. 총수량에 못 미치는 규모다. 박선현 하나대투증권 선임연구원은 "정부가 배출량 전망치보다 적은 수량의 배출권을 할당했기 때문에 시장을 통한 배출권 거래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배출권 할당 대상업체는 선제적으로 온실가스 감축을 통해 비용 부담을 줄이고, 잉여배출권 판매를 통해 수익을 달성할 수 있다. 또 온실가스 감축 실적을 인정해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경감해주는 상쇄배출권제도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상쇄배출권은 배출권거래제 시행 이전의 감축 실적이 일정 조건을 충족할 경우 배출권으로 전환이 가능하다.
실제로 이런 움직임은 주가 상승으로 나타나고 있다. 탈황설비, 집진설비로 탄소배출권을 획득한 바 있는 KC코트렐은 탄소배출권 거래시장 개설 논의가 본격화된 지난 11월 초 대비 주가가 28.01% 상승했다. 같은 기간 온실가스 저감시설을 보유한 후성은 32.26%, 온실가스 배출권 판매사업을 지속적으로 해 온 휴켐스는 14.84% 올랐다.
박 선임연구원은 "제도 시행 초기에는 온실가스 감축 관련 투자보다는 상쇄배출권을 통한 온실가스 감축 수요가 높을 전망"이라면서 "이미 감축 실적을 보유 중인 업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유엔기후변화협약을 통해 인증 받은 CDM사업의 경우 상쇄배출권 전환을 위한 절차가 간소화돼 있다. 박 선임연구원은 "다른 외부사업에 비해 상쇄배출권으로 전환이 단기간에 가능한 만큼 CDM사업으로 배출권을 확보한 업체의 수혜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 장외 금융시장에 활력소 불어넣나= 1997년 12월 일본 교토에서 개최된 기후변화협약 제3차 당사국 총회는 '기후변화에 관한 국제연합 규약의 교토의정서'를 채택, 탄소배출권 거래제의 초석을 마련했다. 2005년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55% 이상을 차지하는 국가들을 포함해 55개국의 비준으로 교토의정서가 발효됨으로써 전 세계적 규모로 탄소배출권 거래제가 출범했다.
탄소배출권 거래제는 현재 유럽연합(EU), 미국, 캐나다, 뉴질랜드, 호주 등 전 세계 30여 개국이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탄소배출권 시장은 아직 갈 길이 멀다. 2005년부터 2008년까지 탄소배출권 거래규모는 연간 2~3배씩 급증했으나, 2008년 세계 금융위기의 여파로 지난 2012년까지 같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다.
현재 EU 주도로 글로벌 탄소시장이 운영되고 있다. 뉴질랜드, 호주, 일본, 중국 등에서 배출권 거래제도를 운영하거나 도입 예정이다. 그러나 아직 국가 간 탄소시장 연계는 되지 않고 있다.
2012년 전 세계 탄소배출권 거래량이 약 110억 톤인 점에 비춰보면 탄소배출권 거래가 본격화될 경우 부산 탄소배출권거래소를 중심으로 약 2조원에서 6조원의 금융거래가 이뤄질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따라 탄소배출권거래소를 중심으로 탄소배출권 거래를 직접 중개하고 참여하는 민간기업, 기존 금융기관의 탄소펀드 운영, 검증 및 인증, 보고와 관련된 컨설팅 서비스업 등 탄소금융을 중심으로 한 고부가가치의 지식서비스산업이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전문가들은 탄소배출권을 파생상품화(化)함으로써 장내거래뿐 아니라 장외 금융시장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선물거래는 만기 전에는 일일정산∙레버리지 15% 방식으로 결제하고, 만기 시 나머지 인수대금 정산과 탄소배출권 실물 인도가 이뤄지는 방식이다.
□ 개인 투자자, 2021년부터 거래 가능= 탄소배출권 거래의 본격화는 금융기관의 입장에서도 호재로 작용한다. 국제 탄소배출권 거래의 선행 사례를 EU 배출거래제도(EU Emission Trading Scheme:EU ETS)에 비춰 살펴보면 우리나라 배출권 거래의 윤곽을 잡아볼 수 있다. EU-ETS 거래 참여자는 발전사, 기타 산업체, 은행, 투자자로, 금융기관의 시장점유율이 절대적으로 높다.
예를 들어보자. 도이치뱅크(Deutsche bank)는 2000년 4월 탄소펀드를 2억달러 규모로 조성해 23개의 기관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민간 참여 비중도 57.6%나 된다. 또 풍력, 폐열회수 등 다수의 CDM(Clean Development Mechanism:청정개발체제) 분야에 투자하며 CDM 활성화를 유도했고, 배출권 직접거래 혹은 중개 서비스를 통해 파생상품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출시한 바 있다.
우리나라도 ETS 관련 발생시장과 유통시장에서 다양한 금융기법을 도입, 금융거래를 활성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초기에는 기업 위주의 거래가 이뤄지지만 2021년부터는 금융투자업자와 일반 투자자의 거래도 가능해진다. 개인 투자자들은 탄소펀드 등에 가입해 수익률을 노려볼 수 있다. 물론 장외상품의 투자라면 '원본 초과 손실' 가능성이 있고, 개인 투자자 보호제도가 마련돼 있지 않은 만큼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기존의 인프라를 활용해 전체적으로 비용을 최소화하고, 투자자 보호 제도 마련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