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창 생명보험협회장은 지난 9일 취임식에서 "지금이 IFRS4 2단계 도입에 대응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라며 재무건전성 제도 강화에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보험사 여유에 리스크시계 째깍째깍
"벼락치기 안돼" VS "확정되면 고민"
금융당국이 새로 도입될 IFRS4 2단계 준비를 서두르라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정작 보험사들은 느긋함을 보이고 있다.
이에 보험사들이 리스크시계만 계속 흘려보내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새로운 제도를 받아들이는 준비가 늦어질수록 그에 따른 위험 대처 능력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9일 취임한 이수창 생명보험협회장은 이 같은 상황을 반영해 취임사에서 "IFRS4 2단계가 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어느 정도일지 예측조차 쉽지 않아 보험역사상 가장 큰 도전으로 인식되고 있다"면서 "지금이 이 같은 제도 변경에 대응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라고 말했다.
이어 "재무건전성 제도 강화에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면서 "IFRS4 2단계가 안정적으로 정착될 수 있도록 업계와 정책당국, 학계, 연구기관 모두가 머리를 맞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할 때"라고 강조했다.
□소극적인 보험사에 "빨리 준비" 한 목소리= 현재 IFRS4 2단계 도입과 관련해 보험사들이 여유를 부리고 있는 가운데 금융감독원과 보험연구원 등의 관계자들은 서둘러야 할 때라고 강조하고 있다.
김진홍 금융위원회 보험과장은 "보험사들이 IFRS4 2단계 도입에 소극적인 것은 사실"이라면서 "이미 금감원과 보험연구원, 교수 등을 동원해 보험사들에 독려를 많이 해왔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세미나 등을 수시로 마련해 지도하겠다"고 말했다.
이수창 회장은 "현재 각 보험사를 방문하는 중인데 이제 거의 다 방문을 해 간다"면서 "전부 다 방문하고 나면 그들의 여건과 견해를 파악해 이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IFRS4 2단계가 안겨줄 위기를 잘 알고 있는 관계자들은 저축성보험에 대한 대안 마련을 걱정하고 있다. 저축성보험의 저축보험료가 수입으로 잡히지 않게 돼 매출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올해 초부터 지난 9월 말까지 생보협회에 등록된 전체 생명보험사의 수입보험료를 살펴보면 저축성보험의 비중은 평균 56.7%이다.
IBK연금보험의 경우는 저축성보험의 비중이 100%로 1위를 기록했다.
그 다음으로는 BNP파리바카디프생명(98.4%) 2위, KB생명(94.9%) 3위로 나타났다.
이어 하나생명(91.5%)과 농협생명(85%),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78.7%), 우리아비바생명(72.2%), 알리안츠생명(71.4%), 미래에셋생명(65.8%), 흥국생명(64.8%), 동양생명(63.5%), KDB생명(62.7%), 현대라이프생명(59.5%), 동부생명(55.3%), 신한생명(52.7%), 한화생명(51%), 삼성생명(50%), PCA생명(49.9%), 교보생명(49%), 에이스생명(44.2%), ING생명(41.1%), 메트라이프생명(30.9%), AIA생명(29%), 푸르덴셜생명(17.7%), 라이나생명(0.1%)이 각 순서대로 집계됐다.
이에 전문가들은 저축성보험을 주로 판매해 온 생보사들의 경우 상품 전략을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주요 생보사의 한 관계자는 "어차피 내년에 확정 기준서가 발표되면 또 다시 고민하고 계획을 짜야 하는데 너무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IFRS4 2단계 도입 준비는 어떻게?= 조재린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완전하게 룰이 정해지진 않았지만 기본적인 틀은 있기 때문에 대체적으로 어떤 영향이 있는지 분석은 해 볼 수 있다"면서 "그래야 빠르게 대책을 세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마다 영향의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자본을 늘려야 하는 회사 또는 상품을 바꿔야 하는 회사 등 여러 가지 회사들로 나뉠 것"이라면서 "IFRS4 2단계는 복잡하기 때문에 시스템 도입을 금방 할 수 없으니 먼저 영향 분석을 빠르게 하고 그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계획을 짜야 한다"고 덧붙였다.
회사에 돈이 필요할 경우만 살펴보더라도 주식발행과 후순위채권 등 다양한 조달 방법이 있고, 아직 방법이 정해져있지 않기 때문에 미리 점검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이 그의 판단이다.
조 연구위원은 "미리 단계를 밟아 공부해 놓으면 빠르고 편하지만 발등에 불이 떨어졌을 때 벼락치기로 공부하면 너무 힘든 것처럼 IFRS4 2단계의 도입 준비도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김진홍 보험과장은 "보험사들은 먼저 충분한 지급여력(RBC)을 쌓아놔야 한다"면서 "이에 지난 5월 보험사들의 지급여력을 강화하기 위한 일정표를 마련했는데 오는 2016년까지는 준비를 마쳐야 한다"고 말했다.
지급여력을 쌓아 놓은 뒤 할인율 등의 구체적인 규모가 정해지면 부채가 어느 정도 시가로 반영 될지 판단하면 된다는 게 그의 해결책이다.
이창욱 금융감독원 보험상품총괄팀장은 "보험사들은 향후 보험의 계리제도나 상품제도에 변화가 있을 것이니 사전에 자체적으로 제도 변경에 따라 조직을 재편하거나 예산을 지원받든지 준비를 해야 한다"면서 "특히 과거에 많이 판매된 고금리 상품에 대한 준비금은 큰 부담일 테니 구체적으로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회사 실정에 맞게 분석, 실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수창 회장은 "각 보험사들의 여건이 조금씩 달라서 일률·단편적으로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면서 "각 보험사들을 방문해 현재 IFRS4 2단계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으니 곧 각 보험사에 맞는 방법을 찾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미래에셋생명, IFRS4 2단계 전담 TF 구성= 현재 금융감독원은 보험사들에 철저한 준비를 강조하기 전 지난 6월 전담 TF를 구성, 운영하고 있는 중이다.
현재 금감원에는 총 2개의 TF가 존재하는데 업계 실무자들 중심의 '실무 TF'와 각 보험사의 부서장들과 금감원 부원장보, 국장을 중심으로 한 '도입준비단 TF'가 그것이다. 실무 TF의 경우는 재작년 말, 도입준비단 TF는 지난해 9월 만들었다.
도입준비단 TF는 주로 정기적인 모임 형식으로 진행해 왔으며, TF에 투입되는 인원은 이슈에 따라 바뀌었다. 주로 주제에 따라 해당 전문가들이 모여 논의하는 것으로 진행했다. 또 참여 보험사들은 계속 달라졌으며 사람을 중심으로 진행했다.
하지만 지난 6월부터는 이 도입준비단 TF가 IFRS4 2단계 업무만을 맡아서 진행하는 전담 부서로 바뀌었다.
이는 아직 전담 TF를 구성하지 않은 삼성·한화·교보생명 등의 주요 생보사와 삼성·동부화재, 현대해상 등의 주요 손해보험사가 비교되는 대목이다.
반면 미래에셋생명은 전담 TF를 구성해 철저한 준비에 들어가 눈길을 끌기도 했다.
한편 금감원의 한 관계자는 "3~4년 전부터 감독원에서 IFRS4 2단계를 보험사들에 얘기하고 있어왔다"면서 "올해에는 지난해에 비해 학회나 세미나 등이 진행된 것으로 봐서 비교적 관심도가 많이 늘어난 것 같다"며 긍정적으로 바라봤다.
이어 "2단계 도입으로 인해 보험사들이 존폐 위기에 놓이게 되면 도입하는 데 의미가 없고, 금감원에도 책임이 있는 것이기에 보험사들이 위기에 빠지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