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1900선 붕괴 위험…내년 2분기 소비 부양 기대감
최근 국제유가가 급락하며 코스피 1900선이 붕괴 위험에 놓이는 등 한국 경제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유가 하락은 소비 촉진이라는 긍정적 효과가 있지만, 최근에는 글로벌 경제 부진에 대한 우려를 키우고 있다.
하지만 금융 전문가들은 내년 한국이 유가 하락의 최대 수혜국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 국제유가 하락으로 국제·국내 증시 흔들흔들= 15일(현지시간) 국제유가가 급락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내년 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1.90달러(3.3%) 하락한 배럴당 55.91달러로 마감했다. 2009년 5월 이후 최저치다. 런던 ICE 선물시장의 브렌트유는 96센트(1.55%) 내려간 배럴당 60.89달러 선에서 거래됐다.
유가 하락은 최근 6개월 사이 계속되고 있다. 국제유가가 떨어진 것은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당분간 감산(減産)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수하일 알-마즈루에이 아랍에미리트(UAE) 에너지 장관은 "유가가 40달러까지 하락해도 감산하지 않을 것이며, 극적인 일이 발생하지 않는 한 내년 6월 이전 석유장관 회동은 없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내년에 미국 셰일가스 수출이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도 유가 하락을 견인하고 있다. 미국 연방 에너지규제위원회(FERC)가 최근 셰일가스 수출 프로젝트인 사빈패스(Sabine Pass)와 캐머런(Cameron), 프리포트(Freeport), 코브포인트(Cove Point) 등 4개를 승인, 이르면 내년부터 셰일가스 수출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14개 셰일가스 프로젝트가 추가로 FERC의 인가를 기다리고 있는 데다 캐나다에서도 셰일가스 개발이 왕성해 북미지역 가스 수출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국제유가 급락의 여파는 뉴욕 증시에서 고스란히 재연됐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주 마지막 거래일보다 99.99p(0.58%) 하락한 1만7184.84를, 나스닥종합지수는 48.44p(1.04%) 급락한 4605.16으로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도 12.70p(0.63%) 떨어졌다. 하락세는 17일까지 이어지며 금융시장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한국 증시에도 유가 하락의 후폭풍이 불고 있다. 지난 16일 코스피는 개장 초 1900선 초반대에서 약세 흐름을 이어가다 3.97p(0.21%) 내린 1900.16에 마감했다.
□ 유가 하락→가계소득 증대·기업 원가 절감→경기 호재?= 국제유가 하락은 당장 금융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지만 내년 2분기부터는 한국 경제에 긍정적인 방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
하이투자증권은 유가 하락이 1차적으로 제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9개월 이후부터 다른 부문에 수혜가 예상된다고 발표했다. 업종별로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자동차, 운송, 의류 등이 유가 하락의 긍정적 영향을 받는 것으로 예측됐다. 반면 건설과 음식료 등은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유가 하락은 단기간 내에는 경제에 부담을 줄 수 있지만, 일정 기간 이후부터는 소비자의 가처분소득 증가와 기업의 원가 절감을 이끌어낸다"며 "한국의 소비, 제조업 생산, 수출 등의 상관관계를 살펴보면 내년 2분기부터 수출 경기와 국내 제조업 경기가 반등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유가 하락은 장기적으로 원유 수입 비중이 높은 국가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가격 절감 효과 때문이다.
한국의 GDP 대비 원유 수입 비중은 작년 기준 7.61%. G20 중 인도(7.89%)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남아프리카공화국(4.20%), 일본(2.97%), 중국(2.32%)이 뒤를 잇는다.
유승민 삼성증권 연구원은 "에너지와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는 유가 하락이 긍정적일 수 있다. 수입 물가 하락과 교역 조건 개선이 국내 소득에 긍정적이며, 미국 소비자의 소비 여력 증가로 한국의 주력 산업들이 수혜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저유가의 직접적 수혜를 받을 것으로 기대되는 업종은 항공, 운송, 레저, 음식료, 유틸리티, 화학 등이다. 간접적인 수혜 업종은 IT(반도체, 디스플레이, 휴대폰 등), 자동차 등이다. 반면 건설, 조선, 기계, 정유 업종은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국제유가가 배럴당 60달러까지 떨어질 경우 한국은 GDP의 2.4%에 이르는 원유 수입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절감률은 인도(1.8%), 일본(1.2%), 중국(0.8%) 등이 뒤를 이었다. 쿠웨이트(-18.1%), 사우디아라비아(-15.8%), 이라크(-13.6%) 등 원유 수출국들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측됐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국제유가가 10% 하락할 경우 한국 GDP는 0.27%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대경제연구원과 KDI는 각각 0.27%, 0.21%의 GDP 증가 효과를 기대했고, 한국은행은 0.2%로 예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