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이 ‘땅콩 회항’ 사건으로 바닥에 떨어진 직원들의 사기를 북돋우기 위해 대표 명의의 호소문을 발표했으나 직원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지창훈 총괄사장은 17일 발표한 ‘임직원들께 드리는 말씀’에서 “임직원 여러분의 소중한 일터가 사회적 비난의 대상이 되어버린 작금의 상황에 대해 사장으로서 깊은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지 사장은 “지금까지 우리는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자세로 늘 새로운 대한항공이 되기 위해 노력해 왔으나 사회가 요구하고 시대가 원하는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했다는 것을 이번 일을 계기로 깨닫게 됐다”며 “국민의 사랑을 받고 신뢰받는 기업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우리의 노력이 부족했다는 것도 알게 됐다”고도 술회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는 저부터 앞장서서 우리 회사가 보다 유연하고 개방된 조직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며 실행에 옮기도록 하겠다”면서 “지금은 남 탓을 하기보다 먼저 우리 자신을 돌아보는 성숙한 자세가 필요하고 아울러 우리 모두 한마음으로 힘을 합칠 것을 간곡히 당부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금은 비록 매우 어렵고 힘들지만 이제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여러분 각자의 자리를 굳건히 지켜 달라”고도 했다.
지 사장은 끝으로 “대한항공 임직원들의 저력을 믿고 있다”며 “고객과 국민들의 질타를 겸허히 받아들이며 지금의 어려움을 우리가 한 단계 도약하는 기회로 만들어 나가자”고 호소했다.
지 사장의 호소문을 노조 홈페이지에 올린 한 직원은 “조 씨 일가의 눈치만 보는 회사의 임원진들은 이번 사태의 원인을 대한항공 내부에서만 찾고 있다”며 “조현아의 잘못으로 대한항공이 욕을 먹고 있는 것을 알지만, 임원진들만은 대한항공의 잘못으로, 우리의(직원들의) 잘못으로 사태가 발생했다고 거짓말을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왜 대한항공이 수억원의 광고비를 써가며 국민에게 사과해야 하나. 조현아가 곧 대한항공이냐”고 묻고 “바뀌어야 할 것은 우리가 아니라, 대한항공이 아니라 조 씨 일가에 충성하는 당신들 임원들”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직원은 “오너 가족과 측근들이 일을 저질러 놓고 직원들에게 뭘 돌아보라는 거냐”며 “직원들이야 무릎 꿇고 폭언과 폭행을 감당한 거밖에 없다. 경영층이 문제를 파악하지 못하는 거 보니 문제 해결도 기대하지 못하겠다”고 비꼬았다.
이 밖에 “그렇게 여론에서 당하고도 뭐가 잘못된 것인지 모르는 장님들 인가 봅니다”, “지난번 조사를 진두지휘하였던 실세(?) ㅇㅇㅇ님은 대국민 코메디를 다시 한 번 연출했습니다”, “이제 도덕적 전문 경영인이 자본을 관리해야함을 깨달았죠? 사장 스스로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여 조 자녀를 빼세요”, “사장은 사건의 전말과 너의 담화문과 직원들의 의견을 네 처자식에게 모두 있는 그대로 떳떳하게 말할 수 있는지 본인 스스로 되돌아봐라!” 등의 댓글이 올라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