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정부의 자의적인 세금징수를 방지하기 위해 '조세법률주의'를 원칙으로 삼고 있습니다. 이는 정부가 국민의 대표(국회)가 승인한 세법에 근거해서만 세금을 거둘 수 있다는 것을 말합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납세자를 보호하기에는 부족한 듯 보이는데요.
일반 국민들은 세무공무원들만큼 복잡한 세법을 잘 몰라 세무조사를 받을 경우 스스로를 제대로 방어하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이에 우리 세법에는 '납세자권리헌장'이라는 것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습니다.
일반 국민은 세무조사를 받을 때 자신이 왜 세무조사를 받아야 하는지, 어떤 근거에 의한 것인지 과세관청으로부터 통지받을 권리를 가진다는 것이 그 내용입니다.
또한 납세자가 제시하는 자료는 기본적으로 진실한 것으로 추정되며, 세무조사의 내용은 비밀로 한다는 것 등 납세자를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장치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최근 조세심판원은 과세관청의 처분이 이 납세자권리헌장에 위배된다는 불복청구에 대한 결정을 내놨는데요. 심판원은 어떤 판단을 내렸을지 알아보겠습니다.
□ 증여세 안냈다는데 '납세자권리헌장'? = 과세관청으로부터 증여세 탈세 혐의를 받고 있는 A씨. B주식회사는 연약지반 처리 등에 대한 기술력 및 영업기반 등을 가지고 있던 A씨를 영입할 목적으로 공동대표이사직을 부여하면서 주식을 양수할 것을 제의했는데요.
이를 받아들인 A씨는 B회사로부터 주식을 양수했습니다.
하지만 과세관청은 B회사에 대한 세무조사를 진행하던 중 B회사가 A씨에게 해당 주식을 저가로 양도했다고 판단해 그 부분에 대한 증여세를 부과했습니다.
하지만 A씨는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결국 조세심판원을 찾게 됐습니다.
A씨는 일단 자신에게 부과된 증여세의 가부를 따지기 전에 과세관청이 자신에게 세무조사를 사전에 통지하지 않는 등 납세자의 권익을 침해했다고 주장했습니다.
A씨는 "과세관청은 세무조사 당시 세무조사 실시에 대한 사전통지, 납세자권리헌장 교부 및 납세해명자료 안내문 발송 등을 한 사실이 없다"며 "이 건의 과세처분은 납세자의 권익을 침해한 위법.부당한 처분"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과세관청은 세무조사 당시 A씨에게 조사 착수 전 조사사유 등에 대해 미리 통지한 바 있다고 반박했습니다.
과세관청은 "주식변동관련 서면확인을 실시하면서 A씨가 제출해야 할 거래증명 서류 등을 구체적으로 기재한 해명자료 제출 안내문을 등기우편으로 송달했다"며 "A씨가 제출한 해명자료를 바탕으로 조사에 착수하기 11일 전 조사대상 세목, 조사기간, 조사사유 등을 기재한 사전통지서를 송달했기 때문에 세무조사 절차.방법에 위법 하자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해명했습니다.
A씨는 증여세 부과에 대해 항변했습니다. B회사가 자신에게 시가보다 주식을 싸게 넘겨 이득을 볼 이유도 없을 뿐더러 당시 양도 가격은 객관적인 가치가 반영된 정상적인 거래라는 것입니다.
A씨는 "B회사 사주인 C와는 아무런 혈연, 지연도 없고 단지 형식적인 특수관계자에 불과해 어떠한 경제적 이익을 무상으로 이전할 이유가 없다"며 "해당 거래는 거래당사자간 합리적인 판단과 자율적 의사에 따라 대등하게 객관적인 교환가치로 거래한 정상적인 거래"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설령 양수한 가액이 시가에 못미친다 하더라도 공사수익 작업진행률 계산 오류로 인해 법인 수익이 과다계상된 측면이 있다"며 "더불어 B회사가 A에게 지급한 상여금이 법인 자산에서 제외되어야 하기 때문에 시가를 재산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과세관청은 "A씨는 시가로 인정할만한 매매사례가액 등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며 "법인 수익 및 순자산가지치 과다계상됐다고 주장하지만 이미 국세부과제척기간이 지났기 때문에 경정할 수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 심판원 "증여세 부과, 절차상 하자없다" = 심판원은 과세관청의 처분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우선 과세관청의 처분은 절차상에 하자가 없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심판원은 "과세관청은 제출기한을 기재해 소명사항 제출안내문을 등기우편으로 발송했고, 조사기간과 세목, 조사사유 또한 기재해 세무조사 사전통지서를 송달한 사실이 확인된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과세관청이 제출한 수령증에 의하면 A씨는 세무조사 사전통지서, 납세자권리헌장, 그린북, 위임장 서식 등을 수령한 것으로 되어있다"며 "조세 탈루사실이 확인되는데도 이를 과세하지 않는다면 세법에 규정된 과세소득에 대해 임의로 과세하지 않는 결과가 초래돼 합법성의 원칙을 저해하고 공평과세의 원칙을 위반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세무조사 사전통지 등 절차위반등을 이유로 그에 기초한 처분이 무효가 되거나 해당 처분을 취소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과세관청의 증여세 과세가액이 잘못됐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현행 상증세법에 따르면 특수관계자로부터 시가보다 낮은 가액으로 재산을 양수한 경우 그 차액만큼을 대통령령에 따라 증여된 것으로 보고 증여세를 과세한다"고 전제했습니다.
이어 "A씨는 매매사례가액 등 쟁점주식의 시가로 인정할만한 가액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A씨가 제시하는 증빙자료도 법인세 신고내용과 달라 B회사의 순자산가치가 과다계상됐다고 볼 근거도 없다"며 "과세관청이 상증법상 보충적 평가방법에 따라 해당 주식의 시가를 평가해 증여세를 과세한 처분은 잘못이 없다"고 못박았습니다.
[참고심판례 : 조심2014서189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