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자존심 회복을 위해 팔을 제대로 걷어부치고 나섰다.
납세자에 대한 과세는 세입기관의 고유권한이지만 수 백, 수 천억원의 세금이 걸린 대형소송에 잇달아 패소하면서 국세청이 대형로펌에 맥을 못 추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제기되어 왔다.
다국적기업이 늘어나고 역외탈세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면서 한정된 인력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과세쟁점이 복잡한 사건이 급증하고 있지만 국세청 인력과 업무시스템은 '과거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 탓이 컸다.
임환수 국세청장도 대형소송 패소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문제를 깊이 공감하며 수차례 송무기능을 강화하겠다고 공언했다. 국세청은 수개월 동안 조직개편안을 다듬은 끝에 서울국세청 산하 송무국을 신설하는 방안을 내년부터 시행키로 했다.
□ '대형소송' 맥 못추는 국세청 = 지난 국정감사에서는 국세청의 대형소송 패소율이 높다는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었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대형소송 패소율과 그에 따른 소송비용이 과도하게 소요되면서 이를 개선하라는 국회의 요구가 이어졌다.
국세청의 지난해 조세불복소송 패소금액은 7179억원에 달했으며 소송금액이 50억원 이상인 소송에서 국세청의 패소율은 무려 45.6%였다. 소송의 절반은 패소하는 셈이다.
세목별로 보면 전체 소송건수 중 한 수 위의 '법마인드'를 갖춘 대형로펌 등이 얽혀있는 법인세 패소율이 27%로 가장 높아 국세청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패소율이 높아짐에 따라 국가가 부담해야 하는 소송비용도 증가했다. 패소율이 높은 서울국세청의 경우 지난해 19억6300만원의 패소비용을 부담했으며 중부국세청은 5억7200만원, 대전국세청은 1억6700만원, 부산국세청 8800만원, 광주국세청 8300만원, 대구국세청 3700만원이었다.
특히 지난해 서울국세청의 경우 국세청의 전체 소송건수 중 47.9%, 소송금액은 64.6%를 차지하고 있어 서울국세청의 송무기능 강화가 절실한 상황이다.
□ 서울청 송무조직 강화…경쟁력 'UP' = 송무기능 강화를 위해 국세청이 선택한 방법은 경제력에 걸맞게 대형소송이 밀집하는 서울국세청의 징세법무국을 송무국으로 개편하는 것이다.
징세 기능이 송무국에서 분리되면서 상대적으로 소홀해 질 수 있는 징세 업무는 서울국세청장 직속의 '징세담당관'을 신설해 징세 전문성과 체납대응역량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서울국세청 송무국장은 외부에 개방해 민간 조세조송 전문가를 채용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애초에 불복소송이 일어날 소지가 있는 부실과세를 막자는 취지에서 지방청 조사심의팀에 외부 법률전문가 11명을 채용키로 했다.
또한 민간경력 특채(5급)로 조세소송 전문 변호사 채용을 확대하고 매년 10여명의 변호사 인력을 임기제(6급)로 채용해 전문성을 확보한다.
업무방식도 기존과는 확 달라진다.
기존에는 소송담당 직원이 여러가지 일을 동시에 처리해 소송 수행에 대한 업무 집중도가 떨어졌다면 이제는 인력을 보강해 사무관 중심의 '팀제'로 운영할 계획이다. 인력은 서울국세청 38명, 중부국세청 11명, 대전국세청 2명이 보강된다.
보강된 인력들은 지방청에서 3인 1팀의 팀에 편입, 사무관이 팀장이 되고 조사관 2명이 한 팀이 되어 소송 한 건을 전담, 한쪽에선 과세논리를 개발하고 다른 쪽에선 소송에 대응하는 '분업체제'로 업무를 진행한다.
한편 중부국세청 이하 지방청은 현재의 징세법무국 체계를 유지하되, 명칭을 징세송무국으로 변경해 소송 대응 기능을 명확히 한단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