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실손보험은 처음부터 답이 없었어요. 안 팔릴 수밖에 없는 상품이죠."
노후실손의료보험이 '실패할 수밖에 없는 상품'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쓴 지 5개월 만에 금융당국이 칼을 빼 들었다.
3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노후실손보험의 판매 실적이 저조하자 전체적인 맥락에서 이를 짚어보고 판매 유인을 가질 수 있도록 상품 재설계를 논의 중이다.
실손보험은 병·의원과 약국 등에서 실제로 지출한 의료비를 보상하는 보험으로 노후실손보험은 그 대상을 고령층까지 확대한 상품이다. 일반 실손보험의 가입은 65세까지 가능했던 반면 노후실손보험은 50세부터 75세까지 가능하다.
노후실손보험은 입원과 통원을 합산해 연간 1억원을 보상해주며, 통원은 회당 100만원 한도로 보상한다. 하지만 기본 공제 금액이 입원 30만원, 통원 3만원이며 추가로 비급여 30%, 급여 20%를 공제하는 게 특징이다. 또 1년 만기 자동갱신형으로 3년 단위로 재가입을 해야한다.
현재 노후실손보험은 단독형과 특약형으로 판매되고 있으며, 단독형의 경우 정책성보험으로 지난 8월 출시됐다.
생명보험사의 한 관계자는 "노후실손보험은 공제 금액이 30만원 이상으로 너무 높다"면서 "실손보험 같은 경우 단돈 2~3만원의 치료를 받더라도 보장을 받을 수 있다는 인식을 모든 국민이 갖고 있는데 이는 보장 받을 기회를 줄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공제 금액은 높아지고 보장에서 제외 되는 것이 많아지면 가입자한테는 매력이 없다"며 소비자들에게 외면 받을 수밖에 없는 원인을 지적했다.
노후실손보험을 판매하고 있는 보험사는 현재 삼성·한화생명과 삼성·동부·메리츠화재, 현대해상, LIG·한화·롯데·MG손해보험으로 총 10개사다.
이들이 지난 4개월 동안 실제 판매한 노후실손보험의 실적을 살펴보면 지난 8월 첫 출시에 총 1562건, 9월 2144건, 10월 1504건, 11월 1005건이다. 한화생명과 MG손보의 경우는 9월부터 판매를 시작했다.
지난 8월에 이어 9월에 잠깐 가입건수가 늘었다가 그 뒤로는 계속해서 줄고 있는 실정이다.
생보사의 한 관계자는 "단독형 일반 실손보험의 경우 대략 평균적으로 한 달에 500~600건이 팔린다"고 말했다.
각 보험사들이 노후실손보험을 한 달 평균 155건 정도 판매한 것과 비교되는 부분이다.
손해보험사의 한 관계자는 "노후실손은 가입 대상 연령이 고령인데 그 때는 이미 아픈 사람이 많다"면서 "이미 아픈 사람은 보험에 가입할 수가 없으니 들고 싶어도 들 수가 없어 상품이 인기가 없다"고 말했다.
소비자단체 관계자는 "고령층은 일단 돈이 없어서 가입을 할 수가 없다"면서 "가입할 능력이 된다면 그 돈으로 보험 없이 치료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이유를 바탕으로 노후실손보험은 소비자들로부터 외면을 받았다. 결국 노후실손보험의 저조한 실적과 쏟아지는 불만들로 인해 금융당국은 현재의 노후실손보험 관련 정책들을 뜯어 고칠 수밖에 없게 됐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고령화시대로 가고 있는 상황에서 의료비 지출이 본격적으로 필요한 사람은 노후 계층이 분명하다"면서도 "좋은 취지인데도 불구하고 정책성이란 성격이 강하고 수지타산에 안 맞는 것을 잘 알고 있다"고 고백했다.
이어 "그렇다고 쉽게 접을 수는 없다"면서 "매력적인 기대는 아니지만 회사입장에서도 적정 수익을 내고 보험사의 신뢰도도 높일 수 있도록 회사와 국민 입장에서 설득하면서 자리매김 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처음부터 답이 없는 상품이었다"면서 "안 팔릴 수밖에 없는 상품이기에 해결책이 따로 없다"고 비관했다.
소비자단체의 한 관계자는 "현재는 빛 좋은 개살구"라면서 "정부에서 보험료의 50%를 지원해준다면 해결이 될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현재 금융위는 노후실손보험 재설계를 비롯해 업무 계획을 짜고 있는 중이다. 업무 계획에는 앞으로 노후실손보험을 어떻게 추진할 것인지와 그 방향성, 추진 시점, 시행 일정, 상품 출시 계획 등의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금융위는 이 같은 노후실손보험 재설계 내용을 내년 1월 업무 보고를 통해 발표할 방침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