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당국 제재, 감사인 선임 고려사항 안돼"
기업 "가장 중요한 요소는 감사인의 연속성"
"회계감사 입찰에서 외부감사 관련 금융당국의 제재를 한 번도 받지 않았다는 사실은 자랑이 아닙니다. 오히려 꼼꼼하고 철저하게 감사했다는 증거로 남아 이를 숨기는 게 유리할 정도이니까요."
한 대형 회계법인의 고위 임원은 회계감사를 바라보는 우리 기업들의 시각에 대해 이렇게 우려를 나타냈다.
금융당국으로부터 외부감사와 관련해 제재를 받은 전례가 없다는 사실, 즉 기업에 대한 회계감사를 철두철미하게 실시한다는 증거는 외부감사 수임에 있어 오히려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실제 기업들은 자신의 재무상태를 외부감사인이 자세히 들여다보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이뿐 아니라 회계감사를 받을 때도 정확한 자료를 제공하지 않는 등 소극적인 태도는 오래전부터 분식회계의 한 원인으로 지목돼 왔다.
□ '제재'에 대한 시각, 회계업계 서로 달라= 이러한 기업의 태도는 감사품질을 떨어뜨리고, 재무정보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훼손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기업의 회계정보에 대한 신뢰성을 담보하기 위한 장치가 외부감사인데 외부감사에 대한 신뢰성이 훼손된다면 어느 누가 기업의 재무정보를 곧이곧대로 믿을 수 있겠냐"며 의문을 나타냈다.
심지어 회계법인에 대한 금융당국의 제재 여부와 관련해서는 회계업 내부에서도 서로 다른 시각이 존재한다.
한 회계업계 관계자는 "금융당국의 제재 여부가 외부감사 입찰 시 고려사항으로 작용하지 않고 있는 것 같다"면서 "실제 컨설팅 관련 제안서를 제출할 때는 고품질을 강조하지만, 외부감사 관련 제안서에는 감사품질에 대해 강조하는 면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송재현 중소회계법인협의회 회장은 "강도 높은 회계감사에 대해 기업들이 부담감을 가질 수 있다"면서도 "회계법인에 대한 금융당국의 제재 여부가 감사품질과 직결되는 것이 아니므로 제재 받지 않은 회계법인이 감사 수임에 있어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다는 것은 비약이다"라고 말했다.
□ 기업, 감사인 선임 조건 첫 번째 '연속성'= 기업은 외부감사인 선임 시 감사품질과 제재 여부 등을 포괄적으로 판단하지만 감사의 연속성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고려한다는 입장이다.
이승렬 상장회사협의회 회원지원본부장은 "기업들은 외부감사인을 선임할 때 감사보수와 감사인 경력, 감사품질 등 여러 요소를 종합해 판단하지만 기존 감사인이 계속 회계감사를 맡기를 원한다"며 "감사인이 변경되면 기업의 부담이 증가하기 때문에 연속성을 가장 중시한다"고 말했다.
이 본부장은 또 "(회계법인에 대한 금융당국의 제재 관련) 경중은 있겠지만 금융당국으로부터 제재 받지 않은 회계법인은 없을 것"이라면서 "외부감사인 선임 시 제재 여부는 중요한 고려요소가 안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2년부터 최근 3년간 감사절차 소홀 등의 이유로 회계법인이 받은 제재 건수는 모두 48차례이다.
연도별로는 2012년에 25건으로 가장 많았고, 지난해에는 8건, 올해에는 14건의 제재가 있었다.
같은 기간 4대 회계법인 중에서는 한영회계법인이 4차례로 가장 많은 제재를 받았다. 이어 삼일회계법인 3차례, 안진회계법인 2차례, 삼정회계법인이 1차례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