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증여세 제도는 지난 2004년 1월1일부터 완전포괄주의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습니다.
증여세 완전포괄주의란 사실상 재산을 무상으로 이전하는 경우 그 형식과 내용에 구애받지 않고 원칙적으로 모두 과세대상으로 보는 것을 말하는데요.
이는 법률로 과세대상을 하나하나 정해놓는 '열거주의'와 반대되는 개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이 재산을 무상으로 이전하는 것이냐를 놓고 다툼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최근 사실혼 관계의 배우자가 대신 내준 전세금에 매긴 증여세에 대한 조세심판원의 결정이 나와서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같이 살기 위해 전세금을 냈지만 과세관청은 이것을 증여라고 판단한 모양입니다.
감옥에서까지 편지를 보내 증여세를 피하고자 한 납세자에게 심판원은 어떤 결정을 내렸을까요.
□ 남편이 대신내준 전세금, 증여일까 아닐까? = A씨와 B씨는 비록 결혼식은 올리지 않았지만 부부와 다름없이 살아온 내연관계, 즉 '사실혼 관계'입니다.
B씨는 A씨와 함께 살 주택을 마련하기 위해 2008년 전세 임대차계약을 체결했고, 이 계약의 등기를 A씨 명의로 했는데요.
하지만 과세관청은 이 전세보증금에 대해 자금출처조사를 실시했고, 그 결과 A씨가 B씨로부터 전세 보증금을 증여받은 것으로 판단해 2008년을 증여시기로 삼아 증여세를 결정·고지했습니다.
이를 받아들일 수 없었던 A씨는 2014년에 조세심판원에 심판청구를 제기했습니다.
A씨는 전세 등기를 본인 명의로 하기는 했지만 증여는 아니라며 강하게 반발했는데요.
A씨는 "B씨와는 사실혼 관계로서 가족생활을 하기 위해 주택을 임차한 것 뿐"이라며 "전세보증금은 B씨가 임대인에게 직접 지급한 것으로 내 재산이 아니다"라며 항변했습니다.
이어 "B씨의 요구에 의해 전세권 설정 등기를 했을 뿐 보증금의 소유자와 전세권자가 다른 상태에서 과세관청이 일방적으로 증여로 과세한 것"이라며 "이는 '경제적 가치가 있는 재산의 무상이전'이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현행법에서는 이혼 등에 의해 받는 위자료는 조세포탈의 목적이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증여로 보지 않는다는 점도 덧붙였습니다.
A씨는 수감중인 B씨가 보내온 편지를 근거로 "B씨는 나와의 동거를 청산하며 해당 주택 관리비와 생계비 등을 위자료로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증여재산가액에서 제외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과세관청은 전세 등기가 A씨 명의로 돼있었기 때문에 보증금 또한 A씨의 재산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과세관청은 "해당 전세 보증금은 A씨 명의로 등기를 마친 A씨의 재산"이라며 "A씨는 B씨에게서 보증금을 받았다는 사실을 시인한 바 있고 적극적으로 권리행사를 한 점을 봤을 때 증여세 과세처분은 적법하다"고 반박했습니다.
또한 "A씨와 B씨는 조사기간 중에 증여사실을 모두 인정하다가 2014년 심판청구를 제기한 직후에 B씨가 A씨에게 편지를 발송한 과정을 봤을 때 보증금을 위자료라고 한 편지의 의도가 순수하다고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전했습니다.
□ 심판원 "보증금이 위자료라고 볼만한 근거없다" = 심판원은 A씨가 받은 금액이 위자료라는 B씨 편지의 내용에 대해 객관적인 근거가 없다며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심판원은 "B씨가 자신의 자금으로 전세보증금을 지급한 사실과 A씨 명의로 전세권을 설정등기한 사실이 과세관청의 조사종결보고서, A씨와 B씨의 확인서, 해당 임차보증금 반환소송 판결서, 쟁점주택의 등기사항전부증명서 등에 의해 확인됨으로 증여세 과세대상임이 분명하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A씨는 보증금 금액이 사실혼 관계 청산에 따른 정신적·물질적 피해 보상 차원의 위자료라고 주장하지만 이를 뒷받침할만한 객관적인 증빙을 제시하지 못하므로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못박았습니다.
[참고심판례 : 조심2014서444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