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길진 칼럼] 절제의 품성
쏘가리는 몸에 아름다운 무늬가 있어 금린어라고도 불린다. 쏘가리는 깨끗한 것을 좋아해 1급수에서만 산다고. 아름다운 이 물고기는 입이 커서 자기 몸길이의 반 이상 되는 물고기도 한 번에 삼킨다. 쏘가리는 겉으로 보기에는 깨끗하고 예쁜 물고기이지만, 큰 물고기는 물론이고 작은 피라미까지 먹어치우는 포식자이다.
한 사업가가 있었다. 그분은 하는 일마다 성공하여 수천 억 재산을 모았다. 어느 날 그분의 어머니가 미국에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미국의 지인을 통해 장례식장에 부의금을 보냈다. 그런데 며칠 후 그분의 어머니 시신이 국내에 들어오고 대학병원 영안실에 모셔졌는데, 거기서 또 한 번 부고장을 돌리고 화환을 받고 줄을 세워 부의금을 받는 것을 보았다. 재산이 그렇게도 많은데 말이다.
얼마 전 똑같은 경험을 했다. 재산이 많기로 소문난 지인으로부터 부고장을 받았다. 부고장에는‘부의금과 화환 일체사절’이라고 쓰여 있었다. 그렇게 알고 지방에 있는 장례식장으로 내려갔다. 장례식장에 들어서는 순간 아차 싶었다. 수십 개의 화환과 부의금을 내기 위해 서 있는 줄하며. 나는 급하게 갖고 있던 돈을 챙겨 줄을 서서 부의금을 냈다.
그리고 지인에게 물었다. 부고장에는 부의금과 화환을 받지 않는다고 했는데 왜 받는지를. 지인은 멋쩍은 표정으로 말했다. “저는 받지 않으려 했습니다. 그런데 형님과 누님들이 그동안 낸 부의금을 이번에 회수해야 한다고 하셔서 어쩔 수 없이 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정도 부의금이라면 지인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금액일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부자인 것 같아도 거지 품성을 가진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그때 알았다. 그 사업가는 남이 봤을 때는 돈 많은 부자로 보이지만 마음이 가난한 사람이다. 남한테 받아야만 직성이 풀리는 사람은 가진 재산이 아무리 많아도 거지 품성을 가진 거지다.
사람은 누구나 품성이 있다. 품성은 사람에게 깃든 마음이며 됨됨이를 말한다. 품성은 어느 순간에 생기는 것이 아니다. 오랜 시간 반복적 행위, 즉 올바른 행위의 반복에서 좋은 품성이 생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품성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어떤 습관을 가지느냐에 따라 사람마다 품성의 차이를 가져오고 깊은 영향을 미친다.”
인생에서 상류를 꿈꾸는 사람은 많다. 하지만 상류에 있으면 안 되는 사람도 많다. 부자이면서 거지행동을 하는 사람이 그렇고, 땅콩 때문에 비행기를 돌리는 사람도 그렇다. 그녀는 빗발치는 여론에 밀려 사과를 하더니 결국은 구속이 되었다. 이로 인해 3세로 경영승계를 준비 중인 재벌가에 빨간 불이 켜졌다. 경영능력보다 품성을 검증받아야 한다. 그 품성이 하루아침에 바뀔 리는 만무하다.
부자가 재물이 많을 때는 재물을 절제하고, 정치인이 권력이 있을 때는 권력을 절제하고, 잘나가는 연예인은 인기를 절제할 줄 아는 것, 그것이 품성이다. 마구잡이로 먹어치우는 쏘가리에게 절제를 바라거나 좋은 품성을 기대할 수 없다. 하지만 사회를 움직이는 사람은 좋은 품성을 가져야 한다. 나쁜 품성을 가진 사람이 많은 사회는 혼탁할 수밖에 없다. 새해에는 품성 좋은 부자, 품성 좋은 정치인이 많아지기를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