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대통령 '수사 가이드라인' 논란…野 '특검' 압박
검찰이 5일 '정윤회 국정개입 보고서 유출'사건과 관련해 '날조'라고 결론지으면서 국정농단 의혹에 대한 논란은 더욱 들끓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검찰은 청와대 내부 권력투쟁 과정에서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과 박관천 전 청와대 행정관(경정)이 허위로 보고서를 만든 '자작극'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수사 결과에 대해 '정치수사'의 한계를 드러내며 이미 결론이 예상됐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야당의 '특검'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 檢, 조-박 '일탈'로 결론…조응천 "짜맞추기 수사" 반발 =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이른바 '정윤회 문건'을 떠도는 풍문을 과장해 박 경정(구속)이 짜깁기한 것이고, 이 문건을 조 전 비서관의 지시로 박 경정이 박지만 EG회장 측에 전달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박 경정은 앞서 지난 3일 공무상 비밀누설·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공용서류 은닉·무고 혐의로 구속기소됐으며 조 전 비서관은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청와대 문건을 복사한 한모 경위도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로 불구속기소 됐다.
하지만 조 전 비서관측은 검찰의 수사결과에 대해 '짜맞추기 수사'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특히 조 전 비서관은 청와대 문건 17건을 직접 또는 박 경정을 통해 박 회장에게 건넸다고 혐의를 씌운 것에 대해 부인했다.
또한 검찰은 청와대 내부 권력투쟁에 밀린 조 전 비서관과 박 경정의 '일탈'로만 치부하면서 사건의 본질인 '국정농단'에 대한 의문점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논란의 핵심이었던 '비선 실세' 의혹에 대해 실체가 없는 것으로 결론지었지만 수사 대상과 범위가 상당히 제한적이었다.
또 조 전 비서관과 박 경정이 대통령기록물인 문건을 어떤 이유로 '짜깁기'했는지도 불명확하다.
□ 朴대통령 '수사 가이드라인'논란…檢, 의혹해소 못해 = 이런 검찰의 수사 결과는 앞서 박근혜 대통령의 '찌라시'발언으로 검찰 수사 가이드라인 논란을 불러일으킨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권력 투쟁이라는, 지극히 '정치적'으로 풀어야할 문제를 법리를 이용해 수사를 해야 하는 것은 검찰로선 상당한 부담감이 작용하는 문제다. 여기에 대통령과 관련된 사안을 대통령이 직접 '찌라시'에 불과하다고 선언하면서 검찰이 스스로 수사 영역을 좁히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검찰은 이른바 문건내용인 '십상시'회동에 대해서도 '회동' 자체에만 초점을 맞췄고, 문고리 3인방(이재만 총무비서관, 정호성 제1부속 비서관, 안봉근 제2부속 비서관)에 대해서도 이재만 총무비서관만 조사했다. 특히 이 비서관 조사에서는 검찰의 과잉 보호논란을 빚기도 했다.
또한 문건 유출 혐의로 조사를 받던 서울지방경찰청 최 모 경위가 지난 달 13일 자살하는 등 검찰의 강압수사와 청와대의 회유 의혹 등이 불거져 나왔다. 정윤회씨의 문화체육관광부 인사개입 의혹에 대해서도 제대로 다루지 않았다.
□ 與 '경제'로 국면전환vs野 '김기춘-문고리 3인방' 정조준 = 여당은 수사 발표에 힘을 실으며 국정농단 의혹 이슈를 마무리 짓고 '경제성장'으로 국면전환을 꾀하고 있다.
또한 박근혜 대통령 국정지지도가 30%대로 추락했다 최근 40%대를 회복된 것도 기대를 걸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기간인 리얼미터가 이날 2014년 마지막 주 조사를 발표한 것에 따르면 박 대통령이 국정수행을 잘하고 있다는 응답은 44.8%(부정평가는 49.6%)로 조사됐다(유권자 2500명 대상,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 ±2.2%포인트).
하지만 문건유출 사건 검찰수사에 대한 국민신뢰가 낮은 상황인 만큼 야당은 특검 주장을 거듭 압박할 전망이다. 앞서 지난 달 여론조사기관인 한국리서치가 '정윤회 문건' 파문에 대한 검찰수사를 '불신한다'는 응답이 63.7로 높게 나타났다.
국정조사나 특검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60%로 나타났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 ±3.1%포인트).
이에 야당은 오는 9일 국회 운영위원회에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과 문고리 3인방의 출석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원내대표는 이날 "이번 사건의 본질은 문건에 나온 국정농단이 사실인지를 명백히 밝히는 것"이라면서 "중간 수사결과 발표를 끝으로 검찰은 손을 떼고, 2라운드로 가려면 특검을 실시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이어 "9일 열리는 국회 운영위원회를 통해 검찰 수사가 왜 문제였는지를 알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야당 한 관계자도 특검 여부와 관련해 "중요한 것은 국민 여론이다. 국민이 검찰수사를 불신하고 비선실세에 대한 의문을 품는데 이대로 국정운영이 되겠는가"라며 "박 경정이 그 엄청난 짓을 왜 했는지, 인사개입 의혹 등에 대해서도 나온 게 없다. 이대로 덮는다고 끝날 사안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