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올해 세수(稅收) 안녕하신가요?"

"경제성장률이 1% 증가하면 세수는 2조원 늘어난다."

민간소비 등 거시경제변수의 변동이 있기 때문에 정확한 추정치를 추출해 낼 수는 없지만, 경제성장률이 세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데는 큰 이견이 없다.

2012년을 시작으로 2013년, 그리고 지난해까지 3년 연속 대규모 세수결손 상황에 직면해 있는 정부는 경제성장률 제고를 위해 각종 정책을 쏟아낸 상태다. 소위 '쌍팔년도'에나 있었을 법한 정책인 기업 유보소득 과세제도(기업소득 환류세제), 발상의 전환으로 평가될 수 있는 근로소득 증대세제 등 이른바 초이노믹스 세제정책을 내놓았다.

재정정책은 더 화끈하다. 빚(국채)을 내기는 했지만 지난해 대비 20조원 이상 증가한 규모의 예산안(376조원)을 편성, 올해 상반기 중 집중적으로 시장에 쏟아 부을 태세다.

목표지점은 하나, '경제활성화'다.

경제활성화만 완성된다면 부족하게 징수되는 세수도 충분히 채워 넣을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복안이다. 재정지출을 고의적으로 늘리면서 관리재정수지 적자규모가 커져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경제만 살아난다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말 그대로 '벼랑 끝 전술'이다. 대한민국 국민 누구도 바라지 않는, 최악의 시나리오지만 이 마저도 먹히지 않는다면 최경환 경제팀은 퇴로가 없다. 경제활성화라는 확실한 목표를 부여하며 최경환 경제팀을 중용한 박근혜 대통령도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일단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8% 수준으로 잡았다.

문제는 성장률 전망치가 아닌 세수다.

정부는 지난해 세입예산 대비 5조원 높여 잡은 221조5000억원의 세입예산을 책정했다. 3.8% 성장률만 달성한다면 5조원 이상의 세수는 전혀 문제가 없다.

하지만 지난해 세수결손폭이 10조원을 넘을 것이라는 전망을 감안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지난해 대비(세수결손 10조원 감안 실제 세입추정치 206조5000억원) 15조원 이상의 세수를 더 징수해야 한다. 한 마디로 3.8%의 경제성장률로는 '택'도 없는 이야기라는 소리다.

일부 낙관적 전망도 있지만, 2012년과 2013년 그리고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4년 연속 세수결손 상황에 직면할 것이라는 불안감 섞인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다.

□ "경제야 살아줘", 정부의 애타는 '요청' = 정부가 올해 경제활성화를 위해 초점을 맞춘 부분은 '내수'다. 경기가 풀려서 기업과 가계의 소득과 지출이 늘고 그에 걸맞게 세수입 증가를 노리고 있는 것이다.  

실마리는 기업의 '금고'를 건드리는 것부터 풀어나간다는 계획이다.

'가계소득 증대세제 3대 패키지(가계소득·배당소득 증대세제, 기업소득 환류세제)'가 열쇠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말 세법시행령 개정을 통해 이들 제도의 구체적인 적용기준까지 마련하면서 정책 기대효과를 끌어올리고 있는 모습이다. 

그러나 기업의 이익을 가계의 소득으로 이어지도록 하게끔 설계돼 있는 3대 패키지의 정책효과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정부의 설명과 달리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평가가 '대세(大勢)'처럼 자리잡고 있다. 

여기에 감옥에 가 있는 기업인들의 사면도 추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경환 부총리가 청와대에 의견을 전달하는 등 경제활성화를 명분으로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과거 특별사면이나 가석방으로 나온 기업인들이 투자를 늘린 경우는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국세청도 지하경제 양성화를 슬그머니 내려놓고 경제활성화 지원을 위한 세정활동이라는 캐치프레이즈로 순식간에 갈아탔다. 당장 눈앞에 놓인 몇 푼의 세수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보다는 경제를 살려 그 힘을 바탕으로 세수실적을 끌어올리는 정책노선을 탄 것이다.

이 같은 정부의 정책노선이 성패는 단순히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수치적 성공을 넘어 가시적인 경제활성화가 이루어지고 이에 따라 수 조원씩 구멍이 나던 국고에 세수가 넘쳐나는(?) 수준까지 만들어 놓을 수 있느냐 여부에 달려 있다.

□ 아직은 어둡기만 한 '터널' = "경제는 심리다. 너무 낙관해서도 안 되지만, 너무 비관해서도 안 된다."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지난해 연말 공식석상에서 밝힌 발언이다.

그는 우리 경제상황을 '터널'에 비유하며 "터널을 지날 때 어둠만 보는 비관적인 자세가 아닌 터널 속의 어둠과 터널 끝의 밝은 빛을 모두 볼 수 있는 보다 현실적인 자세가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한민국 경제는 여전히 터널 한 가운데서 갈피를 못 잡고 있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정부의 난관적인 전망과는 달리 근원적인 처방이 필요한 시점에서 정부 정책은 단기 처방에 머물러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능가하는 장기불황이 올 것이라는 비관론도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있다. 더욱이 세수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경기를 살려내기 위해 나라곳간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재정지출을 늘림에 따라 국가의 재정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미래세대에 지울 엄청난 빚을 내 적자재정을 펼치고, 세무행정의 기조까지 전환하면서까지 정책적 노력을 했는데도 경제가 활성화되지 않는다면 세수를 채우는 문제와 별개로 경제팀에 대한 인적책임론이 부각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원윤희 서울시립대 교수는 "소비를 늘리고 투자도 늘리는 등의 경기를 살리기 위한 갖은 정책을 정부에서 펼치고 있다"며 "경제팀의 정책이 본격적으로 올해부터 불이 붙기 때문에 상황은 더 지켜봐야 될 거 같다. 다만 지난해보다는 세수부족을 겪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영 한양대 교수는 "전통적이지 않은 방식으로 정책을 사용함에 따라 효과부분에 있어서는 여러 가지 논쟁이 있으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3대 패키지의 경우 배당을 늘리는 건 이외에는 투자나 임금상승 효과는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