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아 부사장이 승무원의 서비스를 문제 삼아 항공기 운항을 저지한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 이후 대한항공이 유상증자를 실시키로 했다.
유상증자가 부채비율을 줄이고 땅콩 이슈를 잠재울 약이 될까. 아니면 반대로 주가를 떨어뜨리는 독이 될까.
대한항공은 지난 6일 오후 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주주배정 후 실권주를 일반공모하는 방식이며, 할인율은 20%, 예정 발행가는 3만5300원이다. 이번 유상증자로 보통주 발행 주식 수는 5867만5000주에서 7284만주로 24.1% 늘어난다.
금융권에서는 대한항공이 유상증자를 결정한 이유에 대해 득이 실보다 많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단기 유동성 확보보다 부채비율 축소를 목표로 유상증자를 결정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대한항공은 에스오일(S-Oil) 지분 2조2000억원, 노후 항공기 2500억원, 기타 부동산 1조500억원 상당의 매각을 계획했으나 부동산 매각에 차질이 빚어지며 재무구조 개선이 어려워졌다. 하지만 당장 유동성을 걱정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은 아니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대한항공의 총 차입금은 14조9000억원. 이 중 1년 내 만기 도래하는 차입금이 4조9000억원이다. 장·단기 차입금과 ABS(Asset Backed Securitie·자산유동화증권)는 차환 반환이 가능하고, 금융권 여신 한도가 남아 있다. 더불어 담보 제공이 가능한 항공기재도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대한항공이 유상증자 대금 전액을 부채 상환에 사용한다고 가정할 때 올해 말 부채비율이 693%에서 571%로 122%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200%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예측했다.
국제유가 하락이 계속되며 대한항공이 대표 수혜주로 떠오른 것도 호재 중의 하나이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연 평균 항공유가가 10달러 하락할 때마다 연간 영업이익이 1690억원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1개월 사이 항공유가는 2014년 평균 112달러에 비해 35달러로 31% 낮아졌다.
윤희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대한항공은 차입금 규모가 크지만 반환 능력이 충분하고, 유가 하락으로 인한 수혜도 기대되는 만큼 이번 유상증자로 올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80%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승철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이번 증자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것으로 자회사 한진해운 지원을 위한 자금 마련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며 "주가 하락보다는 유가 하락으로 인한 올해 이익 성장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유상증자로 인해 주식 수가 늘어나게 되면 주당 가치가 감소하게 되는 것을 우려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유상증자로 인해 대한항공의 2015년 예상이익 기준 EPS(Earning Per Share·주당순이익)는 6229원에서 5036원으로 19.2% 감소하며, BPS(Book-value per share·주당순자산가치)는 4만4653원에서 4만2862원으로 4.0%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정유석 교보증권 연구원은 "최근 대한항공이 유가 하락의 수혜주로 부상했으나 전일 유상증자 결정으로 주가 조정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7일 대한항공 주가는 전일보다 2150원(-4.71%) 떨어진 4만3500원으로 마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