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날 쥔 정부, ‘세금폭탄줄까 절세혜택줄까’ = 기업소득 환류세제의 과세규모를 결정하는 ‘투자의 범위’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현대자동차가 10조원이 넘는 돈을 쏟아 부어 매입한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공사 부지가 투자범주에 포함될지의 여부도 관심이다. 정부는 이르면 이달 말이나 내달 초에 투자범위의 기준점을 정한 세법개정안 시행규칙을 발표할 계획이다. 사진은 서울시 양재동에 위치한 현대자동차 사옥. (사진=김용진 기자)
침체일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한국경제를 살리기 위한 정부의 조세정책이 본격적으로 가동됐다.
'기업소득 환류세제(이하 환류세제)' 이야기다.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금을 투자로 연결하지 않고 쌓아둔 금액(사내유보금)에 과세하겠다는 방향성이 설정되면서 투자에 소극적인 기업들이 자칫 세금폭탄을 떠안게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과세규모를 결정하는 '투자의 범위'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도 집중되고 있다.
환류세제의 과세방식은 간단하다. 앞으로 3년 동안 당기순이익의 80%(제조업)을 투자와 임금증가·배당액으로 써야만 과세를 피할 수 있으며, 이에 못 미치는 경우에는 미활용액에 세율 10%를 곱한 값을 법인세에 추가해 과세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다만 '투자'에 대한 기준점은 아직까지 불명확하다.
정부는 최근 입법예고한 세법시행령 개정안을 통해 환류세제 투자범위에 기업의 업무용 건물과 업무용 건물 신축·증축 부지 등 부동산에 대한 투자 또한 투자로 인정해주기로 했다.
문제는 '업무용' 범위가 다소 협소하다는 것이다.
쟁점은 업무용 건물을 어디까지 인정해주느냐다. 현재 시행령 상 업무용 건물은 공장, 사업장 등으로만 명시하면서, 호텔이나 테마마크 등을 짓기 위해 부지 매입을 계획 중인 기업들은 투자로 인정받지 못할지도 모르는 상황에 처해있다.
더욱이 업무용 건물 신·증축 부지에 대한 '투자시기'도 관심이다.
정부는 업무용 건물에 대한 범위를 비롯해 업무용 건물 신·증축 기준일을 확정하기 위한 손질 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실제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기재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세법시행령 개정안이 이달 국무회의에서 통과되면 추가적으로 시행규칙을 통해 업무용 범위 기준을 발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르면 이달 말이나 늦어도 2월 초에 업무용 범위가 정해진다는 소리다.
우선 정부는 업무용 건물에 대한 범위가 개별기업별로 부동산 투자 등의 활동이 다르기 때문에, 어디까지를 업무용으로 인정해줄지 여부에 대해서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가령 기업이 매입한 토지가 백화점, 호텔 등이 들어서는 복합건물형태로 지어질 경우 이를 투자로 인정해준다면 개별 특성에 따라 투자로 인정될 수 있기 때문에 범위 자체가 다소 모호해질 가능성이 높다.
대표적인 예가 현대자동차 그룹이 매입한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다.
10조원이 넘는 돈을 쏟아부어 부지를 매입한 현대차의 경우 이 땅에 사옥이나 자동차 테마파크, 컨벤션센터, 호텔 등을 지을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달 내에 발표될 시행규칙상 업무용 부동산 인정 범위가 공장부지 등으로 협소하게 정해진다면 투자로 인정받지 못하게 된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현재 투자인정 범위 등을 세부적으로 확정짓기 위한 검토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현대차가 매입한 한전부지가 투자로 인정될지의 여부는 말해주기 어렵다"며 즉답을 피했다.
특히 업무용 건물 신·증축의 시기를 어떻게 설정하느냐도 쟁점이다.
쉽게 말해 기업들이 부동산(토지 등)을 취득한 후 어느 정도 기간 내에 착공 등 건설에 착수하는지를 투자의 범위로 인정해줄지의 여부다. 현행 건축물이나 시설물 신축용 토지의 경우 취득일로부터 5년 안에 법인의 업무에 직접 사용하는 경우를 업무용 토지로 인정하고 있다.
다만 환류세제가 한시적으로 시행되는 정책인 만큼, 현재 세법에서 정하고 있는 기준(5년)으로 가져갈 수 없다는 것이 정부의 기본적인 방침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환류세제는 한시적으로 운영되는 정책이기 때문에 현행 세법에서 정하고 있는 5년 이내에 투자해야 한다는 기준을 따라 갈 수 없다"고 밝혔다. 이를 근거로 환류세제에 적용되는 업무용 건물 신·증축 기준은 '5년 이내' 보다는 낮게 설정, 환류세제의 정책이 발동되는 시기(3년)와 동일하게 가져갈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토지 등 부동산을 업무용으로 활용했다고 해서 모두 투자의 범위에 들어가지 않는다.
올해 1월1일 이후에 취득한 부동산에 한해서다. 즉 기존에 기업들이 소유하고 있던 부동산을 환류세제 정책에 맞게끔 활용한다고 해도 투자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현대차의 경우 올해 취득한 부동산의 기준에는 부합된다. 현대차는 지난해 9월 한전과 매입 계약을 체결한 상태로, 각종 절차를 거친 뒤 매입이 완료되는 시점은 올해 9월로 예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협소하게 설정되어 있는 투자의 범위가 환류세제의 본래 취지를 역행하는 형태이며, 기업 경영까지 간섭하는 과도한 규제라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는 상황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이달 국무회의에서 세법시행령이 통과되면 이후 시행규칙을 통해 업무용 범위 기준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