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자식처럼 키워온 소중한 기업을 어느날 영문도 모른채 다른 사람에게 송두리째 빼앗긴다면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듯한 기분일 것이다.
최근 허위 공정증서로 한 물류업체의 대표자를 무단으로 변경하려던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지난 6일 경기도 분당경찰서는 공정증서 원본 불실기재 및 특정경제범죄처벌법상 배임 등의 혐의로 김모씨 등 일당 6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
회사의 대표를 갈아치우고 공금을 마음대로 유용하려 한 이들을 검거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해낸 것은 바로 용인세무서 박성현 조사관(8급, 사진)이었다.
용인서 법인세과에 근무하고 있는 박 조사관은 평소 꼼꼼하고 신중한 업무처리로 상하 직원들의 신임을 받고 있는 국세청의 젊은 유망주.
박 조사관은 지난해 5월 용인시 소재 모 물류업체의 대표자 정정신청을 접수하며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변경될 대표의 정보에 자료상 범칙이력 등이 있었던 것이다.
이에 박 조사관은 현재 대표인 A씨에게 전화를 걸어 이것이 사기임을 확인한 뒤 즉각 대표자 정정을 거부통지해 이들의 범죄를 원천차단했다.
박 조사관은 "대표자 변경 신청이 들어오면 유심하게 보는 편"이라며 "바뀌는 대표자 측이 수긍을 하지 않고 자신이 여전히 대표자라고 주장하면 충돌, 다툼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대표자 변경 신청 접수시 유의할 사항을 설명했다.
그는 "이번 건도 마찬가지였다"며 "사업자 등록 처리기한이 3일이다. 이틀이 흘러갈때까지 A씨와 통화를 할 수 없었고, 3일째 되던 날 어렵사리 A씨와 통화가 돼 확인해 본 결과 신청자와 현재 대표가 말하는 것이 전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허위로 신청서를 작성한 주주 중 한명이 예전 주주였다"며 "이들에 대해 전산망을 검토해 본 결과 지분비율과 주주 여부에 대한 내역이 달라 자세하게 검토했다"고 밝혔다.
주범인 김씨 등은 해당 물류업체의 법인등기부등본 사항을 허위로 변경한 뒤 법인의 부동산 및 예금채권 20억원을 인출하려 시도하는 한편 관할 세무서에 사업자등록 명의변경 신청을 했다고 알려졌다.
박 조사관은 "사건이 처리된 뒤 물류업체 대표 A씨가 그 후 세무서를 방문한 바 있다"며 "'덕분에 큰일을 면했다'며 감사의 인사를 전해왔었다"고 전했다. 그는 "앞으로 더욱 더 신중하고 정확한 납세행정을 구현해 납세자의 재산권을 보호하는데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대학시절부터 세무공무원을 꿈꾸며 준비해왔다는 박 조사관은 앞으로 조사분야에서 자신의 역량을 힘껏 펼치고 싶다며 포부를 드러냈다.
한편 지난해 4월 결혼에 성공한 박 조사관은 현재 신혼생활을 즐기고 있는 중이라고. 박 조사관은 "이번 사건을 주변 지인들이 알게되면서 격려의 메세지를 보내오고 있다"며 "특히 장인장모님이 '잘했다'며 좋아하신다"고 말했다.
[약력]
▲1980년 ▲부산 ▲동아대 경영학과 ▲일반공채(9급)
▲용인세무서 소득세과·조사과, 평택세무서 부가세과·법인세과, 동수원세무서 운영지원과, 용인세무서 법인세과(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