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네가 지난번 부가가치세 신고 때 한 일을 알고 있다"
과거 부가세 신고·납부시 축소 신고했거나 거짓 신고를 했던 납세자라면 이번 국세청의 사전안내문을 받고 속으로 '뜨끔'했을지 모른다.
국세청이 2014년 제2기 부가세 확정 신고·납부를 진행하며 그동안 자제해 왔던 과세자료 분석정보 등을 사전에 제공하며 성실한 세금신고를 독려했기 때문이다.
올해 사후검증도 지난해(4만5000건) 대비 최대 70%까지 줄인다는 계획도 발표하는 등 친절한 사전안내와 사후검증 축소에 납세자들은 국세청의 납세서비스가 한층 업그레이드됐다고 좋아할 수도 있다.
고강도 검증을 할테니 성실신고를 하라고 엄포를 놓는 과거와 달리 성실신고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국세청의 태도 변화도 납세자들에게는 기분 좋게 다가올 수 있다.
하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납세자들이 마냥 웃고 있기에는 사전안내 자료의 내용이 영 찜찜하다.
□ 국세청, 45만명 '예의주시' = 국세청의 사전안내를 받은 납세자는 45만명. 국세청은 그동안 사후검증 때 활용하던 과세자료를 분석해 어떤 유형의 탈세가 많은지, 매입 참고자료는 무엇이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했다.
표면적으로는 납세자들이 탈세 유형을 미리 파악해 성실신고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것이지만 국세청의 속내는 따로 있다.
국세청이 전체 596만명의 납세자 중 유독 왜 45만명에게만 사전안내 자료를 제공했는지를 보면 답은 더욱 쉽게 찾을 수 있다. 국세청은 45만명의 선정기준은 일반 납세자에 비해 비교적 탈세 소지나 위험이 큰 납세자라는 설명이다.
어떤 탈세 유형이 있는지 국세청에서 다 파악하고 있으니 '딴 생각하지 말라'는 일종의 경고였던 것이다.
국세청이 제공한 자료는 오픈마켓과 신용카드 위장가맹점 실 판매자(사업자) 매출자료, 유흥주점 주류 매입자료, 탈세유형 등이었다.
탈세가 비교적 많다고 알려진 G마켓이나 11번가와 같은 오픈마켓 사업자들로부터 수집한 전자상거래 실 판매자의 매출자료를 국세청이 사전에 수집해 납세자들에게 안내했다. 오픈마켓 판매자들은 주의해서 신고를 하라는 메시지인 셈이다.
자료상이나 신용카드 위장가맹점으로부터 매입한 자료, 비영업용 승용차 관련 매입세액과 사업과 관련없는 신용카드 및 현금영수증 수취 금액 등도 공제를 받을 수 없음을 사전에 안내했다.
□ "이런 탈세유형, 조심하세요" = 국세청이 사전안내한 탈세 유형은 매출신고를 누락해 부가세를 덜 내거나 거짓 세금계산서나 현금영수증, 신용카드 등을 활용해 매입세액 부당공제를 받는 행위 등이다.
실제 국세청은 지난해 건설업자가 비사업자에게 건설용역을 제공하고 세금계산서를 발행하지 않은 후 매출신고를 누락한 사례를 적발했었다. 비사업자의 경우 부가세를 공제받거나 환급받을 필요가 없기 때문에 건설업자 입장에선 세금계산서를 발행하지 않아도 된다.
국세청은 이 건설업자에 대해 부가세 405억원을 추징했다.
면세·간이과세자로부터 세금계산서를 수취해 부가세 신고시 매입세액을 부당공제한 사례도 있었다. 이 경우에는 부가세 46억원이 추징됐다.
실제 거래금액보다 현금영수증이나 신용카드 공제를 과다 기재해 매입세액을 부당공제하는 경우도 적발됐으며 국세청은 43억원의 부가세를 추징했다.
□ 사후검증, 대폭 줄이지만… = 납세자들에게 일종의 '사전경고'를 한 국세청이 사후검증을 대폭 줄이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은 얼핏 보면 이해하지 못할 정책일 수도 있지만 뒤집어서 생각해보면 또 다르다.
국세청은 지난해 4만5000명에 대한 사후검증을 실시했으며 올해는 지난해 실시한 사후검증 규모의 30%(1만3500명)만 실시한다고 밝혔다. 사후검증이 지난해보다 느슨해졌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1만3500명에 대해선 더욱 촘촘히 들여다보겠다는 뜻이다.
특히 사전안내를 받은 납세자가 신고를 성실하게 하지 않은 것으로 의심될 경우 더욱 엄격하게 사후검증을 실시하되, 영세업자가 아닌 대사업자나 고소득 자영업자 등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자 위주로 검증한단 방침을 세웠다.
신고누락 금액이 큰 경우에는 조사대상자로 선정해 신고와 조사의 연계를 더욱 강화해나갈 예정이다. 거짓세금계산서를 이용해 부당환급을 신고한 악성 납세자는 환급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사후관리를 한단 계획이다.
현실적으로 596만 납세자 전부를 감시할 수 없는 만큼 '문제 있는 납세자'만 골라 면밀하게 살핀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