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대기업들이 위험하다. 이익을 내도 대출이자를 못 갚는 기업이 늘고 있으며, 이 부실기업들은 채권은행뿐 아니라 한국 경제 전체를 위협하는 위험 요인이다.
부실기업이 무너질 경우 대량 실직과 금융권 대출 부실화 등 많은 사회문제를 야기할 수 있어, 이들 기업은 경제의 '뇌관'으로 지목되고 있다.
정부는 현행 기업 구조조정 촉진법(이하 기촉법)을 개정, 올해 말로 정해진 구조조정 일몰 기한을 없애고 상시화하는 법안을 다음 달 국회에 상정시켜 논의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부실 징후 기업에 대한 금융 당국의 구조조정 압력이 거세질 전망이다.
□ "대한민국 대기업 다 위험하다" = 매출액 증가율이 5%에 못 미치는 저상장 기업이 2010년 상반기 34.5%에서 지난해 상반기 59.5%로 급증했다. 최근 몇 년 사이만 해도 웅진그룹, 동양그룹 등 유수의 대기업들이 자금난을 이기지 못하고 기업회생절차(옛 법정관리)를 선택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어음부도율은 0.17%를 기록, 한 달 사이 0.05%포인트 상승했다. 부도 업체 수는 개인사업자를 포함해 67개. 역시 한 달 사이 6개가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동양그룹, STX 소속 기업 등 841개 기업이 부도를 맞았다. 2013년에는 1001개였다.
기업 구조조정은 채권단이 주도하는 워크아웃(workout)과 법원이 주도하는 기업회생절차로 크게 구분된다.
워크아웃은 쉽게 말해, 돈을 빌려준 은행과 빌린 기업이 협의를 통해서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작업이다. 이자를 감면해 줄 수도 있고 분할상환이나 새로 차입을 허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하지만 워크아웃 약정을 제대로 지키지 못할 경우 채권단으로부터 경영진 교체를 요구 받거나 만기 여신 회수, 대출이자 인상 등 강력한 제재를 받을 수 있다.
워크아웃은 기촉법의 적용을 받는다. 기촉법은 2001년 한시법으로 도입된 후 계속해서 일몰 기한이 연장됐다.
정부가 추진 중인 개정 기촉법에서는 워크아웃 적용 범위를 현행 신용공여액 500억원 이상인 기업에서 모든 기업으로 확대된다. 또한 부실 징후가 있는 기업은 워크아웃을 신청하지 않아도 채권단과 금융 당국으로부터 강도 높은 여신 관리를 의무적으로 받아야 하는 내용이 담겼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현재 대한민국 대기업 중 위험하지 않은 곳이 없다고 말할 정도이다. 이르면 다음 달 국회에서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구정한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워크아웃을 신청하지 않은 부실 징후 기업이 대출 연장, 신규 대출을 받아 구조조정이 지연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워크아웃을 추진 중인 경우에는 채권은행이 채무 재조정, 신규 자금 지원을 해 기업이 조기 회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법조계 반발, 관치금융 논란 제기 =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부실기업에 대한 신속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 기촉법 상시화를 추진해 왔다.
반면 법조계는 워크아웃이 채권은행의 이해관계에 의해 움직이기 때문에 사적 권한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며 반대해 왔다. 또 중소기업에는 적용되지 않아 형평성 문제도 제기됐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법원과 법무부에서 기촉법 상시화를 반대해 온 측면이 있지만 이러한 과제가 해결되면 법 개정은 문제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일부에서는 기촉법이 당국의 관치금융을 강화한다는 비판도 제기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구조조정이 채권단 주도로 이뤄지지만 실질적으로는 금융 당국이 채권은행에 영향력을 행사해 구조조정에 개입한다는 논란이 있어 왔다.
실제 대기업 여신을 가장 많이 보유한 은행은 KDB산업은행과 우리은행 등 정부 소유의 은행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