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정치권이 올해 일몰 예정인 상호금융 예탁금 비과세 문제(이하 예탁금 비과세)를 놓고 제대로 붙을 태세다.
정부는 가계대출 확대, 차명계좌를 이용한 편법탈세 등을 우려해 농협·축협·수협·새마을금고 등의 예적금 상품에 부여되는 이자소득세 면제혜택을 폐지하자는 입장이지만 정치권은 농어민들의 생활기반이 흔들린다며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치권은 지난 21일 조세특례제한법을 발의해 일몰될 예정 비과세 혜택을 2018년말까지 3년 더 연장하자는 법안을 내놓으며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이에 맞서 정부는 지난 27일 비과세 혜택을 폐지하는 내용이 담긴 '2015년 정부입법계획'을 법제처에 제출하며 전쟁의 서막을 알렸다.
□ 싸움의 시작은 1976년으로… = 정부와 정치권의 지리한 싸움의 원인이 된 예탁금 비과세 혜택의 시작은 지난 1976년 박정희 정부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정부는 농어민 등 영세민들의 자산형성을 돕겠다는 명분으로 농협 등 상호금융기관에 맡기는 예탁금에 대한 이자소득세를 면제하는 제도를 시행했다.
상호금융이 농어민 등 조합원들의 자금을 예탁받은 후 자금이 필요한 다른 조합원에게 빌려주는 구조로 운영되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제도도입 후 20년이 흐른 지난 1995년 정부는 정책목표가 어느정도 달성됐다는 판단하에 이 제도를 일몰제로 전환했다. 하지만 그대로 일몰될 줄 알았던 제도는 20년 넘도록 명맥을 이어왔다.
이유는 정치권의 반발이다. 농어민을 간판으로 내세운 상호금융업계의 주장에 흔들린 정치권이 정부가 비과세 혜택을 일몰하려는 법안을 내놓기 무섭게 번번히 퇴짜를 놨다.
정부의 전적은 지난 1995년부터 2012년까지 7전7패. 7번에 걸쳐 폐지를 골자로 한 개정안을 만들어 내놓은 정부의 도전이 모두 정치권의 반발에 묻혀 사장되고 말았다.
□ 정부 "가계대출 증가, 차명계좌 악용 문제" = 정부가 예탁금 비과세를 종료하겠다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현재 상호금융 예적금 상품에는 1인당 3000만원까지 이자소득세 14%가 면제되고 있다. 4인 가구 기준으로 계산하면 총 1억2000만원까지 면세혜택이 주어진다.
이러한 면세혜택 때문에 상호금융으로 돈이 모이고 있고, 이와 더불어 저축은행 구조조정과 상호금융에 주어지는 LTV·DTI 특혜로 인해 상호금융권에서 가계부채가 빠른 속도로 늘어 왔다는 것이 금융위원회의 판단이다.
금융위가 지난해 12월10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상호금융 총자산 규모는 지난 2008년 말 317조원에서 2014년 상반기 기준으로 371조3000억원까지 증가했다.
가계대출규모는 지난 2008년말 117조3000억원에서 2014년 9월말 기준으로 210조3000억원으로 2배 가까이 늘어났으며, 작년 9월말 기준 전년대비 가계대출 증가율 또한 11.3%로 시중은행권의 2배에 달했다.
또한 가계 대출 중 신용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10%에 불과해 "농어민 등 조합원 중심의 '관계형 금융'이라는 본연의 역할에는 다소 미흡한 측면이 있다"는 것이 금융위의 설명이다.
금융위는 지난해 8월1일부터 시행된 'LTV DTI 규제 합리화 조치'를 통해 상호금융권의 LTV를 최고85%에서 70%로, DTI를 65%에서 60%로 낮추는 등 시중은행권과 동일 수준으로 끌어내린 바 있다.
금융위는 이와 더불어 상호금융에 주어지는 비과세 혜택이 차명계좌를 이용한 탈세로 이어지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1인당 3000만원까지, 4인 가구에는 총 1억2000만원까지 이자소득세가 면제되기 때문에 이를 이용해 차명계좌를 만들어 이자소득세를 탈세한다는 것이다.
이에 금융위는 예탁금 비과세 제도를 2015년 말까지만 운영하겠다고 밝혔고, 이어 지난 27일 기획재정부가 법제처에 제출한 '2015년 정부입법계획'에는 예탁금 비과세 혜택을 올해로 종료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상호금융 예탁금 이자소득세 면제가 이대로 종료된다면 2016년부터는 5%, 2017년부터는 9%로 세율이 적용돼 과세될 예정이다.
한편 기획재정부의 2014년, 2015년 조세지출예산서에 따르면 이들 상호금융 예탁금 이자소득세 면제로 깎아주는 세금의 규모는 지난 2012년에는 7943억원, 2013년에는 8935억원, 2014년에는 9203억원(잠정)이었으며 2015년에는 9105억원의 세금이 감면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업계와 정치권 '일몰 연장'으로 한 목소리 = 하지만 정치권은 이에 반발하고 있다. 이대로 비과세혜택이 폐지된다면 상호금융에 큰 타격이 돼 농어민 생활기반을 위태롭게 한다는 것이다.
시중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은 사람도 돈을 빌릴 수 있는 상호금융이 축소된다면 이에 의존하는 영세한 농어민 등 서민들이 자금을 마련할 길이 줄어들지 않겠냐는 것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이찬열 의원은 지난 21일 조특법 개정안을 발의하며 "농협, 수협, 축협, 산림조합,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에 대한 비과세 예탁금은 전체 예금의 37%에 달한다"며 "예탁금의 이자소득에 대한 비과세 혜택이 올해 폐지된다면 예탁금 이탈로 농어민과 서민의 금융기관의 존립이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밝혔다.
상호금융업계도 반발하고 나섰다. 가계대출을 줄여야한다는 측면에는 공감하지만 아직 시중은행과 경쟁할 수준이 못됨에도 불구하고 비과세 혜택을 종료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 입장을 모르는바가 아니다"며 "장기적으로는 주택담보대출에만 의존하지 않고 신용대출 활성화, 관계연금쪽으로 나아가야한다는데는 공감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그렇다고 상호금융권의 대출이 현격이 부실하다는데에는 동의할 수 없다"며 "그런 이유로 비과세 혜택을 종료하는 것보다는 가계대출을 조정하는 다른 방식을 먼저 사용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전혔다.
이어 "비과세 혜택을 종료한다면 상호금융권 예금규모가 크게 줄어든다"며 "아직까지는 비과세 등 혜택없이 시중은행과 경쟁하기는 어렵다. 장기적으로는 업계도 이를 줄여나가는데는 동의하지만 아직은 시기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