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에 해당하는 영국 FSA(Financial Services Authority)는 선진적인 금융 제도를 구축하고 있다.
한 예를 들어 현 정부가 추진 중인 가칭 금융소비자보호원 설립은 영국 FSA의 모델을 따른 것이다.
영국 런던에서 6년 동안 주재원 생활을 한 대형 금융투자회사의 임원은 당시 FSA 직원으로부터 들은 말을 소개했다.
"한국은 금융 노조의 힘이 장난 아니게 세다고 이야기했더니, FSA 직원이 놀라며 '당신 혹시 글을 못 읽어요?'라고 물어보는 거예요. 그래서 글을 읽지 왜 못 읽느냐고 했더니, 영국 기업의 노조는 글을 읽지 못하는 노동자를 대신해 회사가 부당한 권한을 행사하지 못하도록 보호하는 것에서 출발했다고 설명해 주더라고요."
그의 말을 빌리면 영국 제조업체들은 노조를 인정하지만, 금융 기업의 경우 노조가 없다는 것이다. 물론 제조업체 종사자들이 실제 글을 못 읽는 경우야 드물겠지만, 금융 산업은 화이트칼라를 대표할 뿐 아니라 유수한 인재들이 모이는 만큼 노조의 필요성이 적다는 것이다.
같은 근로자의 입장에서 노조 자체를 비판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우리나라 금융 노조의 활동을 보고 있으면 '도가 지나쳤다'는 느낌을 자주 받는다.
임금 타협을 빌미로 대규모 파업을 불사하는가 하면 사측과의 협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치권을 악용하는 일도 흔하다. 정치권에서 소위 '힘'이 있다보니, 개별 기업의 노사 갈등 문제가 국정감사를 받으며 사태를 키운 일도 있다.
사측이 권한을 이용해 노동자의 권리를 침해하려 했을 때 이를 노조가 견제하는 것은 필요한 일이다.
그렇지만 최근 한 은행의 사내 게시판에는 "노조 너희가 언제 우리를 위해서 일했나, 노조라는 이름을 쓰지 마라"는 비판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오죽했으면 조합원도 등 돌리는 노조가 됐을까.
전직 금융노조 간부를 지낸 한 관계자는 "우리는 스스로 어용노조임을 부인하지 않는다"고 솔직하게 털어놓기도 했다.
강성·귀족 노조가 기업과 사회를 벼랑 끝으로 내모는 사례는 현대차, 코레일 등 국내에서만 아니라 멀리 미국에서도 볼 수 있다.
과연 금융노조는 진정 노동자를 위했나. 금융 산업이 가야 할 길이 멀고 대내외적으로 위기에 놓인 지금의 상황에서, 무엇이 조합원을 위하고 회사를 위하는 길인지 한번 되돌아봐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