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한폭탄' 가계부채에 정부, 두 팔 걷었다
외환은행 론스타에 수배억 배상 왜?
지난 28일 금융위원회가 제 1차 금융혁신위원회를 열고 '2014년 하반기 은행 혁신성 평가' 결과를 발표했다.
기술금융 확산과 보수적 금융관행 개선 등을 평가해 은행별 순위를 매기는 이번 평가에 은행권은 '새로운 관치'라며 불만의 목소리가 높였다.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에 동조를 잘하는 은행이 좋은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는 평가이기 때문에 정부의 정책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무리수라는 지적.
10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 문제가 우리 경제의 '뇌관'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쏟아지자 정부가 두 팔을 걷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질 나쁜 주택담보대출을 장기·고정금리·분할상환식 대출로 갈아탈 수 있는 상품을 내놓기로 한 것이다.
또 외환은행이 '외환카드 주가조작사건'을 놓고 론스타에 수백억원을 물어준 사실이 확인됐다.
□ 은행 혁신성 평가에 은행권 ‘부글부글’ = 금융위원회가 은행 혁신성 평가 결과를 발표하면서 은행들 ‘줄 세우기’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일반은행 8곳 중에서는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하나은행 순으로 우수은행 평가를 받았지만 국민은행과 SC은행, 씨티은행은 하위권에 머물렀다. 지방은행 중에서는 부산은행과 대구은행이 우수한 평가를 받은 반면 수협과 제주은행은 하위권으로 평가받았다.
은행 혁신성 평가 지표를 보면 기술금융이 40점, 금융관행 개선 50점, 사회적 책임이행 10점 등으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기술금융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정부정책 수행에 따라 은행들을 줄 세우는 것은 관치금융”이라며 “이번 평가 결과로 어느 은행이 찍혔는지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은행 고위 임원은 “영업현장에서 과당경쟁이 더욱 커질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도 부실 위험 키우는 금융정책이라며 비난했다. 금융노조는 30일 성명서를 통해 “실적 위주의 기술금융 확대 강요가 도를 넘어 이제 은행별로 등수를 매기며 노골적으로 압박하고 있다”지적했다.
이어 “기술금융 관련 시스템이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술만을 담보로 대출을 늘리라는 것은 결국 은행더러 고객 돈을 가지고 투기판에 뛰어들라고 강요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 금융위, 가계부채 선제적 관리 나선다 = 부동산 규제 완화와 기준금리 인하 등으로 가계부채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면서 우리 경제에 치명적인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금융위는 가계부채 구조 개선을 올해 업무계획 1순위로 삼았다. 금융당국도 가계부채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현재 가계부채 문제는 규모뿐만 아니라 질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너무 높아 금리가 상승할 경우 대출자들의 이자 부담이 급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지난 29일 업무계획을 발표하면서 단기·변동금리·일시상환 주택담보대출을 연 2% 대의 장기·고정금리·분할상환식으로 갈아탈 수 있는 금융상품을 오는 3월 내놓기로 했다.
변동금리나 일시상환 조건으로 돈을 빌린 사람은 기존 대출을 상환하고 저리의 신규 고정금리·분할상환대출로 변경할 수 있다. 금리는 20년 만기에 연 2.8~2.9%의 고정금리이다.
매달 원금과 이자를 함께 갚아나가야 하는 부담은 있지만 변동금리 대출의 평균 금리(연 3.5%)보다 낮기 때문에 대출 기간 동안 이자가 절반가량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자절감 효과와 더불어 중도상환수수료가 면제되고 이자소득 공제 등의 혜택도 더해진다.
고승범 금융위 사무처장은 "기존의 변동금리·일시상환 대출을 장기·고정금리·분할상환대출로 전환해 빚을 갚아나가는 구조를 정착시키겠다"며 "가계부채 총량을 늘리지 않으면서 대출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선해 금리 위험과 만기상환 부담을 덜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대학생과 청년들을 위한 금융지원이 확대되고, 100세 시대를 대비한 금융상품도 출시된다.
연 4~5% 수준의 금리로 만 29세 미만의 청년층에 생활자금을 빌려주는 '대학생·청년 햇살론'이 빠르면 3월 중 도입된다. 미소금융재단과 신용회복위원회의 기존 생활자금 대출을 강화한 상품으로, 금리는 내리고 한도는 최대 800만원까지 확대한다.
아울러 80세부터 사망할 때까지 연금을 받을 수 있는 '고연령거치연금'도 올해 안에 출시된다. 55세 전에 상품을 가입해 상대적으로 싼 월납입액을 내고, 25년간의 거치기간이 지나면 80세 이후부터 연금을 받는 구조이다.
□ 론스타와의 악연, "끈질겨" = 외환은행이 2003년 외환카드 인수과정에서 발생한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해 '먹튀' 논란을 일으켰던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에 430억원 가량을 이달 초 배상해 준 것으로 나타났다.
론스타가 당시 외환카드 2대 주주였던 올림푸스캐피탈에 물어준 손해배상금의 절반 이상을 외환은행이 지급한 것이다.
론스타는 2003년 외환은행을 인수한 뒤 외환카드를 합병하는 과정에서 주가를 낮춰 합병 비용을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허위 감자설을 유포했다.
올림푸스캐피탈은 '손해을 입었으니 배상하라'며 싱가포르 중재재판소에 중재를 신청했고, 재판소는 손해를 배상하라고 중재했다. 결국 론스타는 올림푸스캐피탈에 713억원을 물어줬다.
이후 론스타는 '외환은행도 책임이 있다'며 2012년 싱가포르 중재재판소에 배상금에 대한 구상권을 청구했고, 재판소는 외환은행이 배상금액의 상당 부분을 론스타에 지급하도록 했다.
주가조작과 관련해 외환은행은 국내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음에도, 유죄가 확정된 론스타에 돈을 물어 준 것이어서 향후 논란이 예상된다.
론스타는 이 뿐만 아니라 외환은행 주식을 하나금융지주에 팔고 떠나면서 냈던 주식매각대금에 대한 양도소득세도 부당하다며 2012년 서울 남대문세무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3000억원을 돌려받았다.
또 외환은행 매각 과정이 지체돼 손해를 입었다며 우리 정부를 상대로 4조6000억원에 달하는 배상금 청구소송을 국제투자분쟁해결교류센터(ICISD)에 제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