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 1월 한국 증시에서 주식 보다는 채권 매수를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국은 채권을 대량으로 매집하면서 국내 채권시장에서 '큰 손'으로 떠올랐다. 중국은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는데다 중국 정부의 외환보유고 다변화 정책에 따라 당분간 한국 채권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려나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외국인 투자가, 주식 시장서 채권 시장으로 이동
5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1월 외국인은 국내 상장주식을 약 9000억원 규모로 순매도한 반면 상장채권을 약 600억원 규모로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외 안전자산 선호를 자극하는 이슈로 채권시장이 탄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그 동안 기준금리를 인상해 왔던 러시아중앙은행이 깜짝 금리 인하를 단행했고, 호조를 보일 것으로 예상됐던 미국 4분기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이 2.6%로 발표돼 전망치인 3.2%를 크게 하회했다.
안전자산 선호도가 상승함에 따라 외인들은 전월에 이어 국내 상장증권 순매도 추이를 이어갔다. 외인은 2014년 12월 1조9320억원 규모의 주식을 순매수했고, 1월에도 9000억원 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국가별로는 1월 한 달 동안 영국이 1조원을 순매도하며 최대 순매도국으로 부상했고, 노르웨이와 홍콩은 각각 2000억원 규모를 순매도해 뒤를 이었다.
반면 전통적으로 국내 상장주식 순매수국이었던 미국, 싱가포르, 일본 등을 제치고, 사우디와 중국이 각각 5000억원, 3000억원 상장주식을 순매수해 최대 순매수국 대열에 올랐다.
외국인 상장주식 총 보유 규모는 증가했다. 올해 1월 말 외국인의 상장주식 보유 규모는 434조2000억원으로 전월 말 대비 11조2000억원 증가했다.
中, 안전자산 선호로 국채 매입에 적극적
외국인들은 지난 1월 주식은 매도한 반면 채권을 사들여 대조를 보였다. 외국인은 채권시장에서 600억원을 순매수해 전월의 1000억원 순유출에서 순투자로 전환했다.
종류별로는 통안채, 국채, 특수채 순으로 인기가 높았다.
국가별로는 중국(7111억원)이 최대 채권 순투자국으로 부상한 가운데 노르웨이와 프랑스가 각각 2530억원, 2500억원을 투자해 상위권을 형성했다. 반면 말레이시아(1조1058억원), 룩셈부르크(919억원), 캐나다(303억원)은 채권을 순매도했다.
1월 말 기준, 외국인의 상장채권 보유 규모는 100조4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600억원 늘어난 가운데 중국이 채권 보유 1위국인 미국을 바짝 따라잡고 있다.
미국이 보유한 국내 채권은 18조7000억원 규모로, 외국인 전체 보유액의 18.6%를 차지하고 있다. 중국은 15조원4000억원(15.4%), 룩셈부르크은 11조9000억원(11.8%) 규모로 채권을 보유 중이다.
중국 투자자금이 채권시장으로 쏠린 이유는 안전자산 선호 증가에 맞물린 중국의 외환다변화 정책때문이다. 중국 외환관리국(SAFF)은 미국과 일본의 국채 비중을 낮추고, 한국 및 신흥시장 국채 매입을 진행하고 있다.
박석중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외환다변화 전략은 중장기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국채, 금 등 안전자산 선호도가 높아져 중국의 국내 투자는 당분간 채권 매입으로 방향을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국 자금의 한국 주식 순매수와 상하이종합지수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며 "작년 4분기부터 중국 증시의 강한 반등세로 국내 주식시장에서 중국 자금의 유출이 지속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