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화 국회의장(왼쪽)은 최근 잇따른 박근혜정부의 정책실기에 대해 "정책의 단점에 대한 대안을 세우지 않은 게 문제였다"며 "이미 예견된 일"이라고 지적했다. 정 의장과 신춘대담을 진행한 황춘섭 조세일보 대표이사(오른쪽)가 악수를 나누고 있다.(사진 = 김용진 기자)
"여야, 복지정책 경쟁…예산 계산 제대로 안 해"
"국회의장 직속 선거제도개혁 국민자문위원회 구성"
'승자독식' 구조의 대한민국 정치구조.
이를 개선하기 위한 개헌과 선거법 개정, 선거구 획정 문제 등이 2015년 국회 최대 과제로 꼽히고 있는 가운데, 국회수장인 정의화 국회의장의 역할이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여권의 권력추가 '친박계'에서 '비박계'로 넘어가는 신호탄을 쏘아 올렸던 정 의장을 만나 올해 국회 최대 과제인 정치개혁과 선거법 개정, 개헌 논의 등에 대한 견해를 들어봤다.
특히 최근 지지율 추락으로 레임덕 현상이 가시화되는 박근혜정부의 정책실기 문제 등 주요 현안에 대해 1,2편으로 나눠 보도한다.
정 의장은 지난 2일 조세일보(www.joseilbo.com)와 가진 신춘대담을 통해 연말정산 파동에 이어진 건강보험료 체계개편 혼선 등에 대해 "이미 예견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어떤 정책이든 장단점이 다 있다. 중요한 건 단점이 생길 때 대안이 있어야하는데 없다는 것"이라며 "그러니 (이렇게) 시끄러워지고 복잡해지고 갈등이 생기는 것이다. 나중엔 아웃 오브 컨트롤(통제 불능 상태)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수부족 사태로 인한 증세-복지 논의에 대해 "복지는 줬다가 뺏는 것이 없다. 그러니까 복지를 펼 칠 때 굉장히 계산을 잘 했어야하는데 대선 당시 야당이 A를 하겠다고 하면 여당이 다른 거 하겠다고 경쟁적으로 했다"며 "'증세 없는 복지'에 한계가 왔다고 하잖나. (복지정책은) 못 돌린다. 증세이야기 안 나올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정 의장은 지난 1월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한 정치개혁특위 구성과 관련해 "최대한 빨리 논의를 시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또 빠른 시일 안에 국민들이 인정할 만한 전문성과 덕망을 갖춘 분들로 의장 직속으로 선거제도개혁 국민자문위원회를 구성할 예정이다. 국민자문위원회의 논의를 통해 4월 중 정개특위에 선거제도 개선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대담 : 황춘섭 대표이사
정리 : 박지숙 기자
사진 : 김용진 기자
Q. 최근 연말정산 파동과 담배세 인상 등으로 '서민증세'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도 떨어지면서 증세-복지 논의가 전개되면서 여권 일각에서는 복지축소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 복지라는 게 줬다가 뺄게 없다. 그러니까 복지를 펼 칠 때 굉장히 계산을 잘 했어야하는데 대선 당시 야당이 A를 하겠다고 하면 여당이 다른 거 하겠다며 경쟁적으로 내놨다. 그러나 액수를 보면 뭘 줄이고 뭘 하고 해야 하는데 그런 게 없었다. '증세 없는 복지'에 한계가 왔다고 하지 않나. 지금 (복지정책) 못 돌린다. 당연히 증세이야기 안 나올 수 없다. 근데 경기가 안 좋으니 딜레마에 빠지는 것이다.
방법은 소득점유율이 높은 사람들 세금 더 내야 한다. 또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사회를 빨리 깨끗한 사회로 바꿔 누수를 막아야 한다. 상수도가 오래되면 중간에 파이프가 썩어 물이 빠지는 것처럼 결국 우리 사회가 건강하고 깨끗한 사회가 되면 부패가 줄어 누수가 줄고 빈부 격차도 준다. 지금은 성장을 해도 성장의 과실을 누가 따먹느냐. 상위 2~30%가 다 가져가버린다.
Q. 이번에 건강보험료 체계 개선 문제가 혼선된 것도 조세저항을 염려한 탓이 크다고 보여지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
=지금 정책 혼선을 보며 느끼는 게 어떤 정책이든 장단점이 다 있다는 거다. 중요한 건 단점이 생길 때 대안이 있어야하는데 없다는 거다. 그러니 시끄러워지고 복잡해지고 갈등이 생긴다. 나중엔 아웃 오브 컨트롤(통제 불능 상태)이 된다. 이미 예견된 거다.
Q. 특히 의장께서 올해 첫 일성으로 '정치개혁 특위' 구성을 내놓았다. 우리나라 지역주의와 승자독식 정치문화를 해소할 소선거구제 개편 문제를 꺼냈는데 선거구제 개편과 선거구 획정 문제 등 정치개혁 현안에 대한 고견을 듣고 싶다.
= 올해가 국민화합과 사회통합을 실현하기 위한 선거제도로 개혁할 수 있는 적기라고 생각한다. 헌재 결정에 따라 올해 말까지 반드시 선거구 재조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현행 국회의원 선거제도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개혁해 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지난해, 저는 제헌절 연설을 통해 선거제도 개혁을 여야 각 정당에 주문했는데, 지역정당을 고착화하고 승자가 독식하는 현행 선거 제도(소선거구제)로는 대한민국의 대전환과 미래를 주도할 수 없다. 현행 제도는 51대 49로 표가 나와도 승자가 다 가지는 구조로 대립과 갈등을 양산하고 있다. 새로운 선거제도는 지역주의와 진영논리를 벗어던지고 국민화합을 이룰 수 있어야 합니다.
국익을 위해서는 언제든지 초당적 협력을 가능하게 하는 틀이 되어야 한다. 결국 중대선거구제, 권역별 비례대표제로 나아가야 한다. 이 제도들이야말로 국민의 다양한 요구를 담을 수 있는 선거구제, 국민의 의사가 왜곡되지 않는 제도다.
선거구 획정과 관련하여 말씀드리면, 공직선거법은 선거구 획정은 총선 6개월 전에 이뤄지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역산해 보면 올해 10월까지는 선거구가 획정돼야 하므로 정기국회 전까지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이에 지난 1월 8일 여야 원내대표와 2월 중 정개특위를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최대한 빨리 논의를 시작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또 빠른 시일 안에 국민들이 인정할 만한 전문성과 덕망을 갖춘 분들로 의장 직속으로 선거제도개혁 국민자문위원회를 구성할 예정이다. 국민자문위원회의 논의를 통해 4월 중 정개특위에 선거제도 개선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Q. 올해는 전국단위의 주요 선거가 없는 해로 여야 의원 다수가 ‘개헌’을 강조하고 있다. 이른바 개헌의 ‘골든타임’이라는 것인데, 개헌에 대한 입장이 어떠신지 궁금하다.
= 우리나라는 거대한 전환기에 직면해 있으며, 현재 정치 틀로는 전환기를 주도할 수 없다. 1987년 체제에서 벗어나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한 대한민국의 현실을 반영하고, 통일까지도 대비하는 헌법이 필요하다. 끊임없는 갈등과 대립을 유발하는 대통령 중심제, 양당제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장기적 관점에서 개헌 논의를 이제는 시작해야 합니다.
다만, 개헌의 시기나 방향과 구조 등은 국민적 공유와 합의가 중요하고, 권력구조 문제와 일반적인 부분으로 나누어 접근해야 한다. 특히 권력구조 문제에 대해서는 차차기부터 적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차기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제척사유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권력구조와 관련해서는 개헌을 하게 되면 전체적으로는 권력을 분산하는 분권형 대통령제, 대통령에게 일정한 권한을 주는 4년제 중임 정·부통령제로 가야 한다. 또 통일을 대비하는 차원에서 양원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하편으로 이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