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기가 문제 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선량한 가입자가 피해를 입기 때문이다.
2000년대 이후 지난해까지 약 14년 동안 보험사기가 제일 빈번하게 일어나는 자동차보험사의 누적 적자는 8조500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자동차보험사들은 정부에 수시로 보험료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보험사와 정부가 보험사기를 제대로 막지 못하고 결국은 그 책임을 가입자에게 떠넘길 위험이 커지고 있다.
□ 평범한 회사원도 보험 사기꾼, 선량한 가입자 '피' 본다 = 최근 5년 동안 업계에서 적발된 보험사기는 금액으로 2조원대이다. 해마다 늘고 있는 보험사기는 보험사의 손해율을 높여 결과적으로 가입자에게 보험료 인상의 부담을 준다.
보험사기를 저지르는 사람들은 흉악범이나 전문 사기꾼인 경우도 있지만, 일반 회사원이나 심지어 주부·학생도 적지 않다.
금융감독원 조사 결과 지난해 상반기 보험사기 혐의자 4만714명 직업 중 무직과 일용직이 20.6%로 가장 많고, 회사원 17.1%, 자영업자 7% 순이다. 학생은 3%, 공무원과 군인도 0.5%, 0.3%를 차지한다.
이처럼 평범한 사람들이 보험사기꾼으로 전락하는 동안 착실하게 보험료를 내는 일반 가입자들은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보험사기로 인해 보험금이 잘못 지급됐음에도 불구하고 다시 환수되는 실적은 많지 않다. 지난해 수사기관이 적발한 부당지급 보험금은 1138억1300만원에 이르지만, 환수 금액은 293억9800만원(25.8%)에 그쳤다.
보험연구원은 적발되지 않은 보험사기까지 포함하면 한 해 보험사기액이 3조4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서울대와 보험연구원이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보험사기에 누수되는 보험금은 한 해 3조4105억원(2010년 기준). 이는 보험사가 그 해 가입자에게 지급한 보험금 27조4156억원의 12.4%에 달하는 규모다. 가로챈 보험금은 국민 한 사람당 7만원, 한 가구당 19만8837원 꼴이다. 보험사기가 없다면 그만큼 보험료 부담이 줄어들 수도 있다는 의미다.
불필요한 보험 가입도 문제로 지목된다.
현재 우리나라의 보험 가입 규모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과도한 수준이다. 재보험사 스위스리의 조사에 따르면 GDP 대비 보험사의 수입보험료는 한국이 11.9%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미국(7.5%), 일본(11.1%), 프랑스(9%) 등 선진국들도 모두 한국 아래이다.
금융감독원과 보험개발원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국민 1인당 보험 가입 수는 3.59건을 기록하고 있다. 4인 가구를 기준으로 해도 한 가구당 총 14건 이상의 보험을 가지고 있다. 보험 가입 수는 2011년 말 3.29건, 2012년 말 3.46건, 2013년 말 3.45건으로 증가하는 추세이다.
익명을 요구한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보험에 많이 가입해 보험사기를 저지른다는 논리는 쉽게 수긍하기가 어렵지만, 불필요한 보험 가입이 보험사기의 간접적인 원인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는 시각은 일리 있다"고 말했다.
□ 가족 살해하는 엽기적 보험사기…'사회문제' = 손해보험사에서는 자동차보험에 연루된 보험사기가 많으며, 생명보험사에서는 암 등 질병에 관한 보장성 보험사기가 많다.
문제는 보험사기의 수법이 점점 더 교묘하고 악랄해져 간다는 점이다. 모텔형 병원을 세워 수십억대 보험사기를 조직적으로 벌이는가 하면, 보험금을 노리고 가족을 차례로 살해하는 범죄도 흔히 등장하고 있다.
지난해 강력 범죄가 연관된 보험사기 적발액은 1025억원을 기록, 처음으로 1000억원을 넘어섰다.
가칭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을 추진 중인 박대동 새누리당 의원실 관계자는 "보험사기는 이제 경제문제를 뛰어넘어 심각한 사회문제가 돼가고 있다. 인면수심의 흉악 범죄가 보험과 관련 있다는 사실을 더 이상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고 말했다.
이준호 금융감독원 보험조사국장은 "보험사기는 일반 소비자의 피해와 연관된다. 보험사기에 연루된 강력 범죄가 사회 불안 요인뿐 아니라 보험료 증가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