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화 국회의장은 지난 2일 새해를 맞아 조세일보와 '신춘대담'을 갖고 남북 국회 회담 추진과 국회 운영 목표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사진 김용진 기자)
총 375조4000억원의 올해 예산안이 지난해 12년 만에 법정시한을 넘기지 않고 처리된 데는 정의화 국회의장의 '압박'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정 의장은 예산안 심의 당시 거듭 무조건 법정시한을 지키겠다고 천명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인지 정 의장은 예산안 법정시한 처리를 세월호 특별법 통과와 함께 지난 7개월의 국회의장 활동기간 동안 가장 큰 성과로 꼽았다.
그는 지난 2일 조세일보(www.joseilbo.com)와 가진 신춘대담에서 "12년 만에 처음으로 예산안을 헌법이 정한 시한 내에 처리한 것도 큰 성과"라며 "저는 취임 이후 줄곧 헌법에서 정한 예산안 처리시한을 준수할 것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이어 "2002년 이후 12년 만(사실상 개헌 이후 최초)에 법정시한을 준수할 수 있었던 것은 저와 여야 동료의원들이 더 이상 국회가 비정상적으로 운영되어서는 안 된다는 결의가 모아졌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덧붙였다.
정 의장은 세월호 특별법 통과와 관련해 "세월호 특별법으로 인한 여야의 대치로 장기간 국회가 마비됐다"며 "지난 9월26일 여당 단독국회의 위기도 있었지만, '상생(相生)과 화합(和合)'이라는 원칙을 가지고 국회를 운영했고 이를 토대로 극적인 합의를 이끌어 특별법 통과와 국회 정상화라는 결실을 맺었다"고 평가했다.
특히 정 의장은 '남북 국회 수장 회담'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한반도 통일은 한반도만이 아니라 동북아 전체 공동번영의 절대적인 전제조건이자 마스터키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대표기관으로서 국회도 남북의 물꼬를 트는데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주저 없이 나서야 한다는 생각을 저는 그동안 해왔다"며 "국회본회의에서도 남북국회 회담 추진의지를 담은 결의안을 채택했다. 북측도 우리 민족의 미래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올해 핵심 이슈인 선거제도 개선에 대해 "분열과 갈등의 시대를 화합과 통합의 시대로 이끌 선거제도 마련을 위해 힘쓸 것"이라며 "승자독식 정치, 지역구도 정치, 대립과 갈등의 정치를 종식시킬 수 있는 선거제도가 마련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대담 : 황춘섭 대표이사
정리 : 박지숙 기자
사진 : 김용진 기자
Q. 개헌과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이 '블랙홀'이라며 반대 입장을 거듭 나타내고 있다. 박 대통령은 '경제 살리기의 골든타임'이라는 것인데, 이에 대해 야권에서는 개헌은 국회의 권한으로서 대통령이 왈가왈부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 박근혜 대통령이 개헌과 관련해 '블랙홀'이라며 반대하는 것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대통령 입장에서 선거가 없는 올해야 말로 경제 살리기에 매진해야 할 때라고 생각하시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개헌 논의 과정에서 권력구조에 관한 부분은 차차기 대선부터 적용하는 것으로 의견이 모아진다면 개헌 논의가 모든 의제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Q. 의장께서도 '개헌론자'이신데, 야권에서는 국회가 개헌논의를 본격화하기 위해 의장님의 적극적인 리드를 원하고 있는 듯하다. 개헌론자들의 이 같은 요구를 어떻게 보는가?
=개헌 논의가 필요하고 개헌 논의가 자연스럽게 나오겠지만, 현실적으로 개헌 논의에 대한 동력이 다소 떨어진 것도 사실이다. 헌법재판소의 결정대로 올해 말까지 선거구 조정을 해야 함에 따라 여기에 의원들의 관심이 쏠려 있기 때문이다.
또 선거구 조정에 앞서 선거제도 개편에 대한 논의를 올해 상반기에 해야 하기 때문에 개헌 논의의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국회 차원에서 개헌에 집중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국회의장으로서 선거제도 개편과 선거구 조정에 만전을 기하면서도 개헌 논의의 동력을 이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Q. 남북 국회 수장 회담의 추진을 여러 차례 강조해 오셨다. 남북 국회 수장 회담을 추진하시는 이유를 소개해 달라.
= 나는 의학을 전공한 사람이다. 한반도를 인간의 몸에 비유한다면 허리가 잘려 있는 반신불수 상태라고 할 수 있다. 한반도가 반신불수 상태에서 벗어나 온전한 제 모습을 찾게 된다면 거침없이 세계로 웅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한반도 통일은 한반도만이 아니라 동북아 전체 공동번영의 절대적인 전제조건이자 마스터키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렇기에 통일은 꼭 가야할 길이며, 우리에게 주어진 소명이자 원대한 국가발전 전략, 그리고 다음 세대에게 물려줄 가장 중요한 유산이다. 그리고 올해는 광복 70년, 분단 70년이 되는 해인데, 광복 70주년의 의미도 참으로 크지만, 분단 70년의 고통은 우리민족의 발목을 붙잡고 있고, 남북관계는 여전히 꽉 막혀 있다.
그러나 통일은 우리가 반드시 가야 할 길이다. 우리는 꽉 막힌 물꼬를 트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국민의 대표기관으로서 국회도 남북의 물꼬를 트는데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주저 없이 나서야 한다는 생각을 저는 그동안 해왔다. 국회본회의에서도 지난 12월 9일 여야가 뜻을 모아 남북국회 회담 추진의지를 담은 결의안을 채택했다.
이 뜻을 받들어 저는 빠른 시일 안에 남북국회의장회담이 성사될 수 있도록 정부와 함께 다각도로 노력하겠다. 북측도 우리 민족의 미래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주기를 바란다.
Q. 취임 후 7개월 여가 지났다. 가장 큰 성과로 생각되는 것은 어떤 것인가?
=무엇보다 세월호 특별법 통과와 국회 정상화 그리고 12년 만에 예산안을 헌법이 정한 시한 내에 처리한 것이다.
세월호 특별법으로 인한 여야의 대치로 장기간 국회가 마비되었다. 특히, 지난 9월 26일 여당 단독국회의 위기도 있었지만, '상생(相生)과 화합(和合)'이라는 원칙을 가지고 국회를 운영했고 이를 토대로 극적인 합의를 이끌어 특별법 통과와 국회 정상화라는 결실을 맺었다. 중립을 지켜야 하는 국회의장으로서 여야의 의견을 고루 듣고, 야당의 입장을 대변하기 위해 노력했으며, 그런 진정성이 좋은 결과를 낳았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로는 12년 만에 처음으로 예산안을 헌법이 정한 시한 내에 처리한 것도 큰 성과다. 저는 취임 이후 줄곧 헌법에서 정한 예산안 처리시한을 준수할 것을 강조했다.
2002년 이후 12년 만(사실상 개헌 이후 최초)에 법정시한을 준수할 수 있었던 것은 저와 여야 동료의원들이 더 이상 국회가 비정상적으로 운영되어서는 안 된다는 결의가 모아졌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처럼 작년 정기국회는 헌법을 지키는 국회로 자리매김하는 이정표를 세우게 됐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하고 싶다. 올해에도 예산안을 법정 시한 내에 처리함으로써 예산안의 법정 시한 내 처리가 국회의 불문율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Q. 올해에는 국회의장으로서 어떤 활동에 집중할 계획인가.
= 2014년은 '헌법준수', '대화와 타협'이라는 원칙으로 국회를 운영함으로써 국회 정상화, 12년 만의 예산안 법정시일 내 처리라는 결실을 맺었다. 새해에도 헌법준수, 대화와 타협, 상호호혜ㆍ상호존중의 원칙이 불문율로 정립되는 국회를 만들어가도록 노력하겠다.
국회의장에 취임하면서 약속한 일 하는 국회, 예측 가능한 국회를 만들어 국민 신뢰를 높여가고자 한다. 국회운영위원회의 국회 운영제도 개선안이 2월 임시회에 입법화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이를 통하여 2015년이 일하는 국회, 예측 가능한 국회의 원년이 되기를 기대한다. 요일별 상임위원회 및 본회의 운영이 정착되면 세종시로 이전된 정부 부처와 국회 간 업무 프로세스의 효율성이 대폭 향상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분열과 갈등의 시대를 화합과 통합의 시대로 이끌 선거제도 마련을 위해 힘쓰겠다. 승자독식 정치, 지역구도 정치, 대립과 갈등의 정치를 종식시킬 수 있는 선거제도가 마련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2014년은 헌법에 정해진 12월 2일에 다음 해 예산을 통과시키는 새로운 역사를 세웠다. 올해에도 예산안 법정시한을 준수함으로써 우리 국회가 앞으로 반드시 지켜야 할 불문율로 만들고 싶다.
사진 찍는 국회의장, 정·의·화
정의화 국회의장(5선. 부산 중구동구) 집무실에는 그가 그동안 심혈을 기울이며 찍은 작품 사진들이 전시돼 있다.
대학 학보사에서 사진기자를 하고 국회에서도 사진전을 열만큼 프로급 사진촬영 실력을 자랑한다.
삶의 순간을 포착하고, 기록하는 것이 사진예술의 매력이라는 정 의장은 언제나 '사람'을 향한 열정이 집약된 삶을 이어갔다.
정 의장은 15대 총선을 앞둔 지난 1996년, 김영삼 전 대통령이 역사바로세우기를 천명하면서 신한국당이 공천혁명을 단행할 당시 전문가 영입케이스로 발탁, 정치에 입문했다.
신경외과 의사로서, 사람 고치던 의사에서 사회의 병을 고치는 정치인이 되고자 뛰어들었다. 그는 "기초가 반듯하고 근본이 튼튼해야 건물이 제대로 서듯, 서로 신뢰하고 배려하며, 정직하고 투명하며, 정의가 살아 숨 쉬는 '건강사회'"를 궁극적인 목표로 삼고 있다.
대표적 '비박계' 인사로 5선인 정 의장은 지난 해 국회의장 선거에서 친박계 황우여 현 교육부총리를 누르는 이변을 연출했다. 여권의 권력추가 친박계에서 비박계로 넘어가는 신호탄이 된 이 선거를 두고 '친박의 자만'이 회자됐다.
정 의장은 국회 고유의 권한인 예산안 심의와 입법권을 여야가 최대한 행사할 수 있도록 '여야 합의정신'을 줄기차게 강조해 다수당인 여당에게 '같은 편끼리 너무 한다'는 볼멘소리도 듣고 있다.
국회 선진화법 개정 당시 국회 부의장으로서 '반대'의사를 명확히 했지만 '여야 합의'로 통과된 선진화법을 최대한 존중하고 있는 의회론자다.
그는 5선의 의정활동에서 육아휴직 범위를 만 6세에서 만 8세까지 확대하기 위한 관련 법들인 국가공무원법, 지방공무원법, 교육공무원법,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발의(18대 국회)한 것을 가장 보람있는 법안으로 꼽았다.
[약력]
▲1948년 ▲경남 창원 ▲부산대학교 의학과 ▲연세대학교 대학원 의학 석사 ▲인제대학교 대학원 의학 박사 ▲봉생신경외과병원장 ▲15~19대 국회의원 ▲국회 보건복지위원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위원장 ▲한나라당 최고위원 ▲세계스카우트의원연맹 총재 ▲18대 하반기 국회 부의장 ▲19대 하반기 국회의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