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재권 두고 금융위vs금감원 갈등 계속돼
금융감독원 산하의 제재심의위원회(이하 제재심)가 전면 개편을 맞게 됐다. 제재심은 금융회사 및 금융업계 종사자들이 불법거래를 저지르거나 규정을 위반해 시장 질서를 해쳤을 때 이에 대해 제재 수위를 자문하는 기구이다.
따라서 금융권에 막강한 권력을 행사할 소지가 있는 만큼 외부 전문가들을 제재심의위원으로 위촉하고 있다.
12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제재 업무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제재심의 효율적 운영 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금융위와 금감원은 상반기 내 '검사·제재 규정' 및 시행세칙을 개정할 계획이다.
새 방안에 따르면 금융위 직원의 제재심 참여 방식이 조정된다. 현행 제재심 참석은 안건 관련 국장급이 하되 과장급이 대신하는 것이 가능하다. 앞으로는 금융위 직원이 제재심 참석 시 발언권을 행사할 수 있으나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제한한다.
이에 대해 김년담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실 팀장은 "발언권과 의결권을 자제함으로써 제재권에 대한 공정성이 명확해질 것이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게 제재심 민간 위원을 현행 6명에서 12명 풀(Pool)로 운영한다. 소비자 보호와 IT 부문의 전문가를 위촉하기로 했다.
민간 위원의 경력 요건은 현행 5년에서 10년 이상으로 높여 전문성을 제고할 방침이다. 예를 들어 현재는 변호사 경력, 관계당국 근무 경력, 전임 강사 경력 등 중 하나를 5년 이상 요구하나 앞으로는 변호사 3년, 관계당국 근무 경력 3년, 전임 강사 4년을 합해 10년이면 요건을 충족하는 것으로 본다. 당연직은 3명으로 유지한다.
제재심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기 위해 제재심의위원 명단은 금감원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된다. 하지만 제재심 회의 시 지명된 위원은 비공개된다.
만일 중대한 금융 사고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경우에는 제재심을 집중 연속해 열 계획이다. 또 심의 기간을 단축하고 사전 설명제를 도입해 제재심 개최 전 충분한 논의를 할 예정이다.
지난해 KB금융그룹 경영진의 내분 사태가 일어난 당시 제재심은 약 2달 동안 6차례 열려 심의 기간이 많이 소요되고 비요휼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동안 한편에서는 금융위와 금감원이 제재권을 두고 이권 다툼을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지난해 금융위가 '금융기관 검사 및 제재에 관한 규정'을 개정해 금감원 검사 결과를 신속 보고하도록 하고, 금감원의 제재권을 축소하는 내용의 법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두 기관의 갈등이 계속해서 빚어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제재심은 금감원장의 자문기구이며 제재권의 경우 경징계는 금감원장, 중징계는 금융위원장에게 있으나 외부에서 볼 때에는 제재권에 여러 사람이 개입하면서 공정하지 못하다는 인식이 굳어져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