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조세정책의 근간을 만드는 기획재정부 세제실의 중추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과장급 인사라인에 강한 변화의 바람이 몰아쳤다.
최근 단행된 기재부 과장급 전보 인사를 통해 세제실 주무과장 자리이자 조세정책을 총괄 지휘하는 조세정책과장 자리에 소위 '비(非)세제통 출신'이 인선됐기 때문이다.
지난 수 십년 세제실 인사의 기본모토나 다름없던 '(세제)순혈주의'를 타파하고 사실상 외부 영입인력에 대해서도 공정한 기회를 부여하는 등 '능력주의 인사'를 실시하겠다는 기재부의 전체적인 인사방침이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과거와는 달리 세간에서 세제실의 조세분야 전문성을 둘러싼 시비가 심심치 않게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 등 안팎의 여건을 고려할 때 이번 인사의 방향성에 대한 의구심이 완전히 걷어진 것은 아니다.
기재부는 지난 17일 세제실 10개 과장직을 포함한 대규모 과장급 순환, 교류인사를 단행했다.
우선 조세정책과장에는 예상을 깨고(?) 박금철 과장(전 조세분석과장, 행시 37회)이 배치됐다.
정책조정국 신성장정책과장으로 업무를 수행했던 박 과장은 지난해 4월 부처내 국실간 교류인사를 통해 세제실로 넘어온 인물.
전통적으로 과장급의 경우 최소 3년 이상, 사무관급의 경우 최소 5년 이상 세제실에 근무한 인사들에 대해서만 '세제통'이라는 훈장 아닌 훈장을 부여하는 문화가 형성되어 있다. 이를 고려할 때 박 과장은 세제맨들이 금과옥조처럼 떠받드는 이른바 '세제통' 인사로 분류하기는 힘들다.
이 때문에 박 과장이 세제실 과장급 최고의 요직이자 부이사관 승진 0순위 자리인 조세정책과장에 인선되면서 세제실 안팎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전통적인 인사관행이 혁파된 것에 대한 일시적 반발인 측면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정부에서 대(對)국회 업무효율화로 행정비효율을 개선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책조정국 출신으로 대외조율 능력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는 박 과장의 인선은 당연한 귀결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조세정책과장 직책의 기본임무가 전반적인 세제실 업무의 조율이고, 정책완성의 마지막 단계이자 가장 난이도가 높은 국회 조율 업무가 현 정부 들어 더욱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측면에서 현재 세제실 과장급 인력풀 상 최상의 적임자가 낙점됐다는 설명이 곁들여지고 있다.
그동안 조세정책과장 하마평(下馬評)의 단골손님이자 행시 37회 동기들인 김경희 과장과 박춘호 과장, 정정훈 과장은 각각 재산세제과, 법인세제과, 국제조세협력과장로 이동했다.
김경희 과장의 경우 능력과 경륜에 더해 '여성'이라는 프리미엄이 붙어, 세제실 역사상 첫 여성 조세정책과장으로 기록될 것이라는 기대를 받아왔다. 박춘호 과장 역시 사무관 시절부터 쌓은 굵직한 세제경력을 바탕으로 가장 무난한 조세정책과장 후보로 꼽혀 왔다.
정정훈 과장도 날카로운 업무처리 능력에 합리적 조율 능력을 갖춘 인물이라는 높은 평가를 받으며 조세정책과장 후보군에 수시로 이름을 올려왔다.
조세정책과장 인선이 '파격'이었다면 김경희 과장과 박춘호 과장을 포함한 나머지 세제실 과장급 직위 인선은 세제통으로 분류되는 인사들이 채워지면서 무난하게 이루어졌다는 평가.
가장 일도 많고 욕 먹을 일도 많은(?) 소득세제과장 자리에는 젊은 피(행시 40회)로 분류되는 김건영 과장이 배치됐다. 연말정산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는 시점에 상대적으로 경륜이 부족한 인물로 교체됐다는 점에서 의외라는 평가가 나오는 대목.
하지만 세제실 안팎에서는 김건영 과장이 몇 명 남지 않은 진짜배기 세제통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자원이라는 측면을 고려할 때 '기우(杞憂)'라는 설명이다.
사무관 시절 대부분을 세제실에서 보내며 미래 세제실의 주역으로 꼽히는 이상길 과장과 조만희 과장, 황병하 과장, 이재목 과장도 각각 부가가치세제과장, 조세분석과장, 산업관세과장, 양자관세협력과장에 배치되면서 '통 라인'을 굳건히 지켰다.
한편 과장급 전보인사로 인해 공석이 발생한 세제실 팀장급 직위(금융세제팀, 조세법령개혁팀)는 빠르면 이달 내에 채워질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