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의 관세인 시상식에서 김낙회 관세청장(사진 좌측)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장춘호 관세행정관.
인천본부세관 조사총괄과 정보계에서 근무하는 장춘호 관세행정관(43세, 6급)은 26일 조세일보(www.joseilbo.com)와의 인터뷰에서 "소위 말하는 밀수꾼과의 싸움에서 지지 않기 위해서는 밀수꾼 못지않게 고민을 해야 한다. 하지만 스트레스를 받기는커녕 호기심이 발동해 피곤한 줄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보업무가 틀에 박힌 일이 아니기 때문에 그간 쌓은 업무 노하우와 열정을 꽃 피울 수 있는 자리를 만났다고 생각한다"며 "세관에 출근하는 것이 무척 즐겁다"고 전했다.
수출용 면세담배 2933만갑과 주한미군용 담배 590만갑 등 사상최대 규모의 면세담배를 적발한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8월의 인천세관인', '9월의 관세인'에 이어 올해 1월 '제1회 대한민국 공무원상'까지, 그야말로 상이란 상은 모조리 휩쓴 장 행정관.
그는 "관세공무원으로 올해 22년째를 맞고 있다. 그 동안 실무자로써 수출입 통관, 조사, 심사, 홍보, 감사 분야에 두루 경험을 했고 일하는 재미를 한창 느끼고 있다"며 "앞으로 남은 공직 생활 동안 관세공무원으로써 진짜 모습을 만들어 나가려한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 사상최대 면세담배 적발…"사후 대책도 마련" = 지난해 사상최대 면세담배 2933만 갑과 주한미군용 590만 갑을 적발한 사건의 '최전방'에는 장 행정관이 있었다.
중국으로 수출되는 식료품이 시중에 유출되고 있다는 첩보를 전해들은 장 행정관은 조사과정에서 식료품 뿐만 아니라 중국으로 수출되는 국산 면세담배 역시 국내에서 유통되고 있을 것이라는 심증을 얻게된 것.
장 행정관은 이후 중국세관 직원과의 인맥을 동원해 한국에서 중국으로 수출된 담배가 중국으로 수입 통관된 사실이 없으며, 특히 중국세관에서 검사한 컨테이너에 담배가 없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2년6개월 동안 2933만 갑(시가 600억대)의 국산 면세담배가 조직적으로 유출됐고 국내 굴지의 제조사의 지점장까지 연루되었다는 점을 토대로, 국산 면세담배의 관리에 큰 구멍이 있을 것 같다는 직감이 들었다는 장 행정관.
세관에 적발된 밀수담배의 94%가 국산 면세담배라는 사실이 그의 호기심을 자극했고 결국 장 행정관은 관세법 이외의 국내 담배 관련 법령을 찾아 검토하기 시작했다.
그는 면세담배의 유통경로를 추적하다 보면 뭔가 허점을 보완할 대책이 잡힐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어 안전행정부를 무작정 찾아가 사상 최대의 면세담배 밀수 사건을 설명했다. 그렇게 안행부의 협조로 관세행정 영역 밖의 면세담배 유통과정에 대한 조사에 나서게 됐다.
장 행정관은 국산 면세담배 제조사 3사의 제조공장 5곳을 방문해 관할 지자체에 신고된 2013년 1년간의 자료를 확보, 세관에서 보유중인 통관내역과 대사(Cross Checking)를 해 보는 방식으로 면세담배의 유통실태를 면밀히 점검했다.
점검 결과 문제의 원인은 너무나도 간단했다. 담배 관련 부처들인 기재부(담배사업법), 지자체(지방세법) 그리고 관세청(관세법)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규정하고 있는 법령만 철저히 준수할 뿐, 각 부처 간 정보 공유가 되지 않고 있는 점을 피의자들이 노렸다는 것이 장 행정관의 설명.
피의자들이 제조사 지점장을 매수해 외항선원용으로 다량의 국산 면세담배를 불하받은 뒤 유령의 식품업자들을 내세워 중국으로 수출하는 것처럼 속이고 조직적으로 시중유출을 해왔던 것이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이 같은 실태조사 결과를 토대로 관세청(관세법), 안행부(지방세법), 기재부(담배사업법)는 협업을 통해 면세담배의 체계적인 관리를 위한 협의체가 구성되는 쾌거를 이뤄냈다.
장 행정관은 "올해 시행을 앞둔 담배유통 관리시스템이 가동되면 담배의 생산(수입 포함)부터 유통, 적재 등 전 과정이 통합 전산관리가 가능해짐에 따라 관세청, 안행부, 지자체 등 관련기관에서 면세담배 유통현황(제조→반출→수출→적재) 실시간 모니터링이 가능해 진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면세담배 불법유출 사전 예방해 국민건강 보호 및 조세탈루 차단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 "정보를 얻으려면 능동적으로!" = 장 행정관이 근무하고 있는 인천본부세관 조사총괄과 정보계에는 담당직원 3명이 함께 근무하고 있다.
정보계는 인천항을 통한 불법·부정 무역 위협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수출입 무역과 관련된 현장 중심의 각종 우범 정보를 체계적으로 수집하고 분석하고 위험정보를 전파하기 위해 2013년 2월 신설된 부서다.
정보수집 결과 해당 업무부서에 위험을 알리거나 위법행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경우 즉시 조사에 착수하도록 통보하기도 한다. 또 검찰, 경찰, 국세청, 식약청 등 대외 수사기관과 공조수사를 조율하는 창구역할을 하고 있다.
장 행정관의 주요 일과는 인천항 주변의 무역종사자는 물론 유관기관의 동정을 수시로 살피는 것이다. 정보계 업무는 딱히 정해진 일이 있을 수 없기 때문에 능동적으로 일을 찾아 나서지 않으면 '고문관'이 될 수도 있는 자리라는 것이 그의 설명.
장 행정관은 "정보계원들은 합리적인 의심을 할 수 있는 판단 능력과 대인관계가 좋은 사람이면 최고 적임자라 할 수 있다"고 전했다.
□ "딸들에게도 권하고 싶은 관세공무원" = 장 행정관은 2005년 가을 세관에서 만난 아내와 결혼을 해서 지금은 초등학교 2학년과 유치원 다니는 6살 난 딸을 두고 있다.
공무원도 여러분야가 있지만 관세공무원은 특히 매력이 있다고 생각하는 그는 최근 온가족이 모두 관세공무원이 되는 꿈을 꾸기도 한다.
장 행정관은 겨울방학에 큰 딸과 서울 잠실에 위치한 직업 체험관을 간 일화를 소개하며 현직에 몸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많은 직업 체험장 중 관세직업 체험관이 가장 재미있었다고 전했다.
또 초등학생인 큰 딸 눈에도 X-ray 검색을 통해 국내에 들어오면 안 되는 물건을 잡아내는 관세공무원이 괜찮아 보였다 것이 장 행정관의 설명.
그는 "집에 돌아오는 길에 딸에게 아빠, 엄마가 관세공무원이며 무슨일을 하고 있는지를 꽤 진지하게 설명을 해줬더니 '어른이 돼서 하고 싶은 여러 가지 직업 중에 관세공무원도 하나 추가해 두겠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집사람과 온 가족이 모두 관세공무원의 길을 걷는 날이 오는 건 아니냐며 크게 웃었던 기억이 난다"고 전했다.
사복을 입고 형사와 같이 잠복하고 미행도 하며 밀수꾼을 잡아내는 특별사법경찰관의 분야, 세무서의 세무조사와 같이 수출입 기업에 대한 수출입, 외환거래 심사를 통해 추징을 담당하는 분야, 세관 제복을 입고 수출입신고서를 매일매일 처리하는 민원을 담당하는 통관분야로 관세청 업무를 나눈 장 행정관.
그는 "성격이 전혀 다른 분야들 가운데 자신의 적성에 맞는 부서에서 근무할 수 있고, 또 3가지 분야를 옮겨 근무할 수 있는 점이 관세공무원의 가장 큰 장점인 것 같다"며 "이런 매력을 갖은 관세공무원의 길을 우리 딸들이 걷겠다고 한다면 적극 지원을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