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법상 영농후계자들은 부모로부터 경작지를 상속 또는 증여받는 경우 관련 세금을 모두 면제 받을 수 있습니다. 농촌에 남아있는 이들에게 세금을 감면해 농촌의 균형 있는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운영되는 제도죠.
다만 이 같은 영농자녀들이 조세감면혜택을 받기 위해선 세법에서 엄격히 규정하고 있는 각종 요건들을 반드시 충족해야합니다.
단순히 농사를 짓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세금을 면제해 준다면, 뚜렷한 정책 목적을 가지고 도입한 제도가 취지와 맞지 않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죠.
이번에 소개해 드릴 사례는 청원경찰로 근무하고 있는 '무늬만 농사꾼' A씨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몸이 불편한 아버지를 대신해 휴일에 직접 농지를 경작했다는 A씨는 과연 '진짜 농사꾼'임을 증명해 낼 수 있었을까요?
□ "휴일 이용해 직접 경작하고 있다" vs "청원경찰이 농사꾼이라고?" = 청원경찰 A씨는 지난 2012년 5월 아버지로부터 8필지의 농지를 증여받고 그해 8월 영농자녀가 증여받는 농지 등에 대한 증여세 감면신청을 했습니다.
비록 지방자치단체에 소속된 공무원이지만 휴일을 이용해 직접 농지를 가꾸는 등 영농자녀의 요건을 충분히 충족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과세관청은 A씨가 현재까지도 공무원으로 근무하고 있다는 이유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판단, 감면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과세관청의 결정에 불만을 품은 A씨는 자신이 직접 농지를 경작한 사실을 문서로 증명할 수 있다며, 이에 즉각 불복하고 심판원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A씨는 "청원경찰로 일주일에 3일 야간방호 등의 업무를 하고 휴무일에 트랙터 등의 농기계로 농지 등을 직접 경작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이어 "82세인 아버지는 노환 및 2010년도에 받은 양 무릎 인공관절수술로 노동력을 상실한 상황"이라며 "내가 농지를 직접 경작했다는 사실은 면장이 발급한 농업인 확인서, 이장의 경작사실확인서, 농지원부, 면세유류관리대장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농지를 직접 경작하지 아니한 것으로 보아 쟁점감면을 부인해 증여세를 과세한 처분은 부당하다"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과세관청은 다른 직업을 갖고 있으면서 농지를 간접적으로 경영하는 것은 제도의 취지에 부합하는 영농자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반박했습니다.
과세관청은 우선 "A씨는 1991년부터 현재까지 면사무소 소속의 청원경찰로 근무하고 있으며 농지를 직접 경작하였다는 사실을 입증할 구체적인 증빙서류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현장 확인을 실시했는데 농지 등의 영농일지 및 영농수입금액을 A씨의 아버지가 작성·관리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과세관청은 또 "직접 영농에 종사한다는 것은 자기의 책임 하에 관리·경작하는 것을 의미하므로 다른 직업에 전념하면서 농업을 간접적으로 경영하는 것은 영농자녀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못 박았습니다.
□ 심판원, "다른 직업 있으면 영농자녀 인정 곤란" = 사실관계를 살핀 심판원은 과세관청과 입장을 같이 하며 증여세를 과세한 처분은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심판원은 "영농자녀에 대한 증여세 감면규정의 취지는 자경농민인 직계비속 등에게 증여세를 부과하지 아니해 계속 영농에 종사하게 함으로써 농촌의 균형발전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조세특례제한법 제71조 및 같은 법 시행령 제68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영농자녀라 함은 농지를 직접 경작하는 농민만을 의미한다고 보아야 하고 다른 직업에 전념하면서 농업을 간접적으로 영위한 경우에는 이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심판원은 "A씨는 1991년부터 현재까지 지방자치단체 소속 공무원(청원경찰)으로 근무해 농업을 주업으로 한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에 비추어 과세관청이 감면을 부인하고 증여세를 과세한 처분은 잘못이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습니다.
[참고심판례 : 조심2014중34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