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12월 가까스로 처리한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어린이집 무상보육)이 지방재정법 처리 지연되면서 다시 '보육대란'이 현실로 다가오는 가운데, 여야의 신경전이 치열해지고 있다.
지난 해 연말 정부와 국회는 보육대란에 대책으로 부족예산 1조7000억원 가운데 5064억원을 목적예비비로 지원하고 나머지는 시도교육청이 지방채를 발행해 마련하도록 지방재정법을 고치기로 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누리과정 우회지원 명목의 목적예비비 5064억원의 지급을 미루고 있고, 국회는 2월 임시국회에서 지방재정법 개정안을 처리하기로 했지만 국회 안전행정위 야당 의원들의 이견으로 통과가 무산되면서 보육대란 위기를 맞고 있다.
이에 야당은 정부를 향해 당장 목적예비비 5064억원 지급할 것을 연일 압박하고 있고, 여당은 지방재정법 우선 처리를 강조하고 있다.
새누리당 원유철 정책위의장은 10일 원내대책회의에서 '보육대란' 문제에 대해 "보육 현장에 상당한 혼란이 우려되고 학부모들도 많은 걱정을 하는 상황"이라며 "야당은 아이들을 위한 누리과정 예산을 악용한 정치 공세를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부족한 예산을 해결하고자 지난 연말에 여야는 지방채 발행을 위한 지방재정법 처리에 합의했고, 2월 임시회에서 법안을 처리했어야 하나 야당의 비협조로 통과가 무산됐다"면서 "4월 임시국회에서 지방재정법을 우선 처리하기로 합의한 만큼 이번에는 반드시 통과될 수 있도록 야당의 협조를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현재 국회 안행위에 올라온 지방재정법 개정안(새누리당 김장실 의원 대표발의)은 지방채 발행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하지만 야당은 지방채 발행요건이 완화되면 열악한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부담을 더욱 가중시킨다고 반대해 2월 통과가 무산됐다.
새정치연합 우윤근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정부의 어린이집 보육예산 미집행에 대해 "누리과정 예산은 여야 합의로 통과시킨 것이고,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사항이기도 하다"면서 "교육부, 기재부가 집행하지 않는다면 국회와 국민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회 보건복지위 김성주 의원은 "정부가 철석같이 약소한 누리과정 어린이집 보육예산 지원이 중단될 위기다. 보육현장은 혼란스럽고 부모들의 불안은 가중되고 있다"며 "작년 예산 심의 과정에서 새정치연합의 주장에 따라 어렵게 5046억원(목적예비비)을 증액했지만 정부는 이마저도 집행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은 보육과 같이 전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것은 중앙정부가 전적으로 책임지겠다고 공언했는데, 실제는 지자체에 떠넘기고 이젠 교육청에게 빚내서 해결하라고 한다"며 "최소한 누리예산이라도 정부가 지자체에 떠넘기지 말고 전적으로 책임지길 바란다"고 압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