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로 3년 연속 대규모 세수결손 사태가 일어나 골머리를 앓고 있는 국세청에서 세수확보를 하기는 커녕 오히려 불필요한 지출이 늘어나는 등 혈세가 줄줄 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종시로 청사를 이전한 후, '청사관리비용'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1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오제세 의원이 국세청과 세종청사관리소로부터 받은 청사관리 예산 자료에 따르면 서울 수송동 국세청사 관리비용 대비 세종시 나성동 국세청사 관리비용이 크게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국세청이 세종시로 이전한 지난해 12월22일부터 올해 1월31일까지 세종청사관리소는 국세청사 관리비용으로 인건비와 물품구입비, 전기요금, 난방비, 수도요금, 도시가스 등 도합 4억6586만원을 지출했다.
수송동 국세청사 시절이었던 전년 동기(2013년 12월22일~2014년 1월31일) 대비 34%(1억1973만원)가 더 지출된 것이다. 이 기간 국세청이 직접 관리했던 수송동 국세청사의 관리비용은 3억4613만원이었다.
물품구입비와 인건비 중 시설관리·통신·승강기 인력은 제2세종청사로 묶여 통합관리되어 일대일로 놓고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전반적으로 세종청사 관리비용이 높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대목이다.
세부내역을 살펴보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청사가 새로 이전해 그에 필요한 물품구입비와 청소인력 인건비와 청소와 설비 테스트에 따른 수도, 전기요금 등이 기존보다 많이 지출되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전기요금과 난방비가 과도하게 나오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더해 청사 보안을 담당하는 특수경비원 인력이 수송동 청사 대비 배 이상 많이 투입되면서 혈세 낭비라는 지적도 함께 나오고 있다.
◆…"한겨울에 에어컨 틀라고?" = 서울 수송동에 있었을 때보다 더 많은 관리비용이 들어가는 세종시 나성동 국세청사. 난방을 너무 세게 틀어 오죽하면 꼭대기층 남향에 사무실이 있는 국장들은 선풍기를 틀어놓을지 여부를 고민할 정도라고 한다. 심지어는 덥다고 항의하는 직원에게 청사관리소 직원은 "에어컨을 틀라"는 황당한 답변까지 했다는 후문이다. 그 결과, 세종시 나성동 국세청사 전기·난방비는 수송동에 있었을 때보다 무려 1억원이 더 나왔다.
□ 전기·난방비 '펑펑'…혈세 '줄줄' = 세종시 이전으로 국세청 직원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때 아닌 '더위'. 한겨울에 무슨 더위 때문에 힘들어할 수 있냐고 하겠지만 아침부터 숨이 턱턱 막히는 난방에 창문을 열어놓고 겨우 버틴다.
해가 중천에 뜨는 오후가 되면 창문을 여는 것마저 소용없게 되는 상황이 매일 벌어지는 것이다.
특히 전면이 유리인데다 남향에 위치한 국세청장실과 차장실, 국장실 등은 햇빛이 들어올 때면 겨울임에도 불구 28도에서 30도까지 육박, 간부들이 적잖이 힘들어한다는 전언이다.
세종청사는 중앙난방시스템으로 사무실에서는 개별적으로 난방온도 등을 조절할 수 없을 뿐더러 청사관리를 행정자치부 산하 세종청사관리소에서 하기 때문에 국세청은 이를 관리할 권한이 없다.
추운 겨울 따뜻한 곳에 있어서 힘들다고 한다면 복에 겨운 소리하지 말라는 타박이나 받겠지만 국세청 직원들은 더위 고충 외에도 다른 걱정도 떠안고 있었다. 전기세와 난방비다.
실제 지난해 12월22일부터 올해 1월31일까지 세종시 국세청사에서 사용한 전기요금은 1억3696만원, 지역난방비는 4788만원이었다. 다만 세종청사는 난방을 전기와 지역난방 두 가지 방식을 모두 사용하고 있어 전기요금에는 난방비도 포함되어 있다.
전기요금 중 난방으로 얼마를 사용했는지 정확하게 구분해 산출하기는 어렵지만 전기와 난방으로 모두 1억8484만원을 사용한 것이다.
수송동 국세청사 시절 2013년 12월22일부터 2014년 1월31일까지 지출한 전기요금이 8383만원인 것에 비하면 무려 1억원이나 많은 셈이다. 수송동 국세청사는 전기로만 난방을 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전기요금에 난방비가 포함되어 있다.
□ 두 배 많은 청사관리 인력, 왜? = 국세청 직원들의 또 다른 불만과 걱정은 청사관리 인력이 수송동 청사보다 눈에 띄게 많다는 점이다. 세종시 국세청사의 관리인력은 약 91명으로 수송동 청사 때보다 30명 많았다.
세종시 국세청사 관리인력 중 시설관리 부문은 38명, 통신 5명, 승강기 4명, 청소 30명, 조경 3명, 특수경비원 31명, 안내 4명으로 총 115명이 근무를 하고 있다.
이 중 시설관리와 통신, 승강기 관리 인력은 제2세종청사 인력으로 분류돼 한국정책방송원을 공동으로 관리하고 있다. 이에 해당하는 이 인력을 절반으로 나눈다면 국세청사를 관리하는 인력은 91명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수송동 청사 시절에는 청소 22명, 경비 6명, 안내 2명, 방재 21명, 방호 10명 등 총 61명이었다.
방호는 현재 국세청사 특수경비원(특경)에 해당하는 인력으로 수송동 방호 인력보다 세종청사 인력이 3배나 많은 셈이다.
◆…"방문증, 아무 소용없어요" = 신분증을 맡기고
방문증을 발급받는다는 것은 신분확인이 됐다는 뜻
이지만 황당하게도 방문증을 가지고는 저 게이트를
통과할 수 없다. 오히려 1층 로비에 있는 민원회의실
을 이용하라고 하라고 해 국세청 직원과 민원인 모두
황당하다고 입을 모은다. 화장실이 내부에 있다보니
외부인이 화장실을 이용할 경우에는 특경 1명이
따라가는 웃지 못할 상황도 벌어진다.
국세청 직원들도 이를 피부로 느끼고 있다. 청사 출입문에서부터 사무실로 들어가기까지 마주치는 특경은 모두 6명이다. 수송동 청사 시절에는 출입문에서부터 게이트에 신분증을 찍고 들어가기까지 방호 인력은 1~2명에 불과했다.
더구나 특경들이 근무지가 계속 순환하는 형태로 근무하면서 직원들 얼굴을 외우지 못해 국세청 직원들은 크고 작은 불편함이 생긴다며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심지어 세종시 이전 초반에는 임환수 국세청장의 차량을 막는 황당한 일까지 있었다는 후문이다.
국세청 직원들은 하위직이야 신분증 검사를 철저히 하더라도 국장급 등 간부들은 특경들이 얼굴을 외우고 출입을 하는데 문제가 없도록 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니겠느냐고 하소연한다.
특히 민원인의 경우 신분증을 안내데스크에 맡기고 방문증을 받더라도 게이트를 통과할 수 없는데다가 화장실까지 내부에 있어 민원인들의 쏟아지는 불만을 국세청이 감내해야 되는 상황이다.
국세청의 한 직원은 "청사에 들어오면 출입문에 2명이 서 있고 게이트마다 또 2명이 서 있다. 왜 2명씩 서 있는지 모르겠다. 심지어는 청사 밖으로 나갈 때도 신분증이 없으면 나가지 못한다"며 "차라리 국세청이 직접 청사관리를 하던 시절이 더 효율적으로 관리했던 것 같다"고 토로했다.
□ 청사관리소 "우리도 할 말 있다" = 지난해 12월 국세청이 이전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구내식당이며 직원들 근무공간 협소, 과잉 보안, 난방 문제 등 직원들의 불만이 쉴새없이 쏟아지고 있지만 청사관리소도 나름 이유가 있다고 항변한다.
과도한 난방과 특경 인력이 많은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정 때문이라는 것이다.
과도한 난방의 경우 국세청사의 난방시스템이 중앙에서 조절하는 것이라 기술적인 부분이 필요해 시행착오를 겪었다고 해명했다.
국세청사의 난방시스템은 층별, 구역별로 나눠 일정한 온도를 맞춰놓고 난방을 하게 되는데 어떤 사무실에서는 햇빛이 많이 들어와 덥고 어떤 사무실은 북향이라 춥지만 이런걸 고려하지 않고 일괄적으로 온도를 맞춰 난방을 하다보니 가장 낮은 온도인 사무실을 기준으로 난방이 가동된다는 것이다.
또한 청사 이전 초기에는 새 건물이라 베이크 아웃(실내온도를 높여 유해물질을 내보내는 것)을 통해 각종 유해물질을 내보내느라 난방을 많이 가동했다고도 설명했다.
특경 인력이 많은 것은 공무원증(출입증)을 도용하는 일이 많아 게이트마다 특경을 두 명씩 세워야 한다는 것이 청사관리소의 입장이다.
청사관리소 관계자는 "청사를 출입할 때 신분증이 없다고 옆 동료 신분증을 빌려다 쓰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것을 막기 위해 한 명은 신분증과 얼굴을 확인하고 한 명은 가방 등 엑스레이 검사를 해야 하기 때문에 2명씩 서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특경들이 직원들의 얼굴을 익히면 좋지만 그렇게 되면 편의를 봐주게 될 수도 있고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방문증의 경우에는 방문증을 찍는 것만으로도 게이트를 통과할 수 있도록 현재 작업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