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나 운동하다 생긴 척수손상은 사지마비, 성기능장애로 이어져 삶의 질을 급격히 떨어뜨릴 수도 있다. 기원전 3000년경 이집트에서부터 척수손상은 ‘치료되지 않는 병’으로 간주됐다. 아직까지 손상된 신경을 재생시키는 치료법은 개발되지 않고 있다. 근본 치료법에 대한 연구가 답보 상태에 머무르면서 체계적·과학적인 재활치료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척수는 뇌의 명령을 신체 각 부위에 전달하는 연결통로이다. 뇌와 함께 인체의 중추신경을 담당한다. 질병이나 사고로 척수가 손상되면 운동·감각·자율신경기능 등에 문제가 생긴다. 손상 부위와 정도에 따라 다리가 부분적으로 마비되거나 팔·다리를 전체적으로 움직일 수 없게 된다.
류병주 삼육서울병원 재활의학과장은 “척수가 손상되면 사지가 마비되는 것은 물론 방광, 장, 성기능에 장애가 생기면서 여러 합병증이 동반된다”며 “이 때문에 척추손상 환자가 일상생활에 제대로 복귀하려면 전문적인 재활치료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척수손상과 척추손상은 이름이 비슷해 혼동하는 경우가 많지만 엄연히 다른 질환이다. 척추손상은 척추를 구성하는 뼈로 된 구조물인 척추체, 척추경, 척추후궁, 횡돌기, 극상돌기 등이 골절되거나 척추를 지지하는 연부조직이 손상된 것을 의미한다.
반면 척수손상은 척추관내에 있는 척추신경, 척추신경뿌리 등이 손상된 질환이다.
척수손상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재활치료법으로는 △운동치료 △작업치료 △보조기 △욕창치료 △정신과 상담 △성재활 △호흡재활치료 등이 있다.
운동치료는 손상 정도에 따라 치료법이 달라진다. 척수가 완전 손상된 환자는 남아 있는 운동기능을 최대한 유지 및 발전시키기 위해 침상에서의 움직임, 휠체어 조작법 등을 훈련한다.
불완전 손상 환자의 경우 보행훈련, 기능적 전기자극치료, 보조기치료 등을 병행해 치료효과를 극대화한다.
작업치료는 식사, 세면, 의복 착·탈의, 목욕 등 기본적인 일상생활 동작 훈련과 스마트폰 및 컴퓨터 사용 등 사회 참여에 필요한 훈련을 의미한다.
호흡재활치료도 중요하다. 류 과장은 “척수손상으로 인한 호흡기능 약화는 폐렴을 유발할 수 있고, 이는 상위척수손상 환자의 가장 흔한 사망 원인”이라며 “호흡재활치료는 척수손상 환자의 호흡기능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되고, 위급시에는 호흡기내과 중환자실에서 응급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척수가 손상되면 성기능의 대부분이 저하돼 성 만족도가 떨어진다. 주로 호소하는 성기능장애는 발기부전이며 심한 경우 성관계를 전혀 할 수 없게 된다.
천수 상부 척수손상인 경우 환자의 90% 이상에서 반사적인 발기가 유발되지만 발기 시점이나 유지 기간을 예측할 수 없어 만족스러운 성관계를 갖기 어렵다. 또 혈관장애나 다른 질환이 동반돼 발기력이 더 감소할 수 있다.
척수손상 후 정신적인 문제를 겪는 환자에게는 정신과 상담 및 약물치료를 시행한다. 신경인성 통증이나 근골격계 통증이 나타날 경우 주사치료, 약물치료, 열전기치료 등으로 증상을 개선한다.
척수손상 치료는 사고 현장에서부터 적절히 대처해야 빠른 기능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 사고를 당한 환자가 척추골절 및 척수손상이 의심되면 척추 고정용 부목 위에 반듯이 눕히고 경추보조기를 착용하게 하거나, 모래주머니를 양 옆에 놓아 척추가 더 이상 움직이지 않도록 고정한 뒤 이송해야 한다. 불완전 마비 환자의 경우 급히 이송한다는 이유로 몸을 함부로 움직이게 하면 척수를 더 다치게 할 수 있다. 헬스오 박정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