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사건 5주기인 26일 여야는 희생한 호국장병의 넋을 기리면서도 안보문제에 대한 입장차를 드러냈다.
새누리당은 북한의 책임 있는 사과와 조치를 촉구하면서 새정치민주연합 전신인 민주당 의원들이 5년 전 국회 천안함 폭침 규탄 결의안에 반대한 것에 대해 사과할 것을 압박했다.
이는 오는 4.29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내세운 '종북심판' 프레임의 연장선상에서 '안보 프레임'으로 야권을 공략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이날 대전 유성구 기초과학연구원에서 열린 현장최고위원회의에서 "천안함 폭침은 5년전 국제공동조사로 북한 소행임이 명백히 드러났지만 당시 천안함 폭침이 북한 소행이 아니라는 괴담을 주장하고 미군 관련 의혹을 제기하며 유엔 안보리에 천안함 진상규명 요구서한을 보낸 세력이 있었다"며 "무책임한 언행을 일삼은 못된 세력은 46명 용사들과 천안함 장병, 국민에게 사죄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김 대표는 "당시 국회에서 천안함 폭침 규탄 결의안을 의결할 때 민주당 의원 70명 중에 69명이 반대표를 던졌다는 사실을 우리는 잊어서는 안 된다. 반대한 의원 중 30명이 19대 국회에서 지금 활동 중"이라며 "당시 대북규탄결의안에 반대한 것에 대해 새정치연합은 순국 장병들과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전날(25일)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천안함 폭침이 북한 소행"이라고 처음 언급한 것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 표명이 5년이 걸린 것은 너무 오래 걸린 것으로 생각된다"고 꼬집으며 "많이 늦었지만 그래도 환영할 일이고, 오늘 추모식에 참석한다고 하니 반가운 마음으로 만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문 대표에 대해 "북한의 사과를 먼저 요구하지 않고 천안함 폭침을 우리 안보무능의 산물이라 말한 점은 심히 유감"이라고 비판했다.
북한을 향해서도 "북한은 연일 천안함 사건과 무관하다면서 모략 날조 같은 얼토당토않은 궤변을 일삼으며 5·24 조치(개성공단사업을 제외한 대북 교류협력 전면 중단 조치)해제를 요구하고 있다"며 "5·24 조치 해제를 위해서라면 북한의 책임 있는 사과와 관련 조치가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야당을 향해 "기왕 안보정당으로 기치를 내세운 만큼 국가 안보 하나 만큼은 초당적으로 임해주시길 부탁드리고, 다른 중요한 국가안보 이슈에서도 뜻을 같이 해주길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반면, 새정치연합은 문재인 대표가 앞서 천안함 사건을 '북한소행'으로 처음 언급하면서 보수층 끌어안기에 나서면서도 이명박근혜 정권의 '안보무능'을 비판했다.
우윤근 원내대표는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천안함 5주기에 대해 "젊은 호국 장병들의 고귀한 희생을 기린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국가 안보에 한 치의 오차 없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우 원내대표는 새정치연합이 이날 창당 1주년을 맞은 점을 강조, "새정치연합은 강령에 국가안보에 대한 확고한 입장을 제시했다"며 "한반도의 지속적 평화와 영토 주권을 지키기 위한 신속한 국가 위기 관리 태세를 구축하고, 어떤 형태의 위협에도 단호하게 대응해 국민이 신뢰하는 튼튼한 안보태세를 확립한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부 여당이 외교안보 정책에서 갈팡질팡 엇박자 행보로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있어 46명의 천안함 희생자들에게도 죄송하다"면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북한 핵보유국' 발언과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주장 등을 겨냥, "한반도 비핵화 원칙을 명확히 한 한중일 외무장관 합의 자체를 부정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앞서 문 대표는 전날 강화도 해병대 제2사단 상장대대를 방문한 자리에서 천안함 5주기를 맞아 "천안함 폭침 때 북한 잠수정이 감쪽같이 몰래 침투해 천안함을 타격한 후 북한으로 도주했다"고 말했다.
또한 문 대표는 전날 4·29 재선거가 치러지는 인천 강화ㆍ서구을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천안함 폭침과 관련, "남북 평화와 신뢰를 깨뜨리는 어떤 군사적 위협 도발도 결코 용납할 수 없다는 점을 북한에 경고한다"며 "북이 하루빨리 평화와 질서를 존중하는 정상적 국제사회 일원으로 거듭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천안함 폭침사건 자체가 새누리당 정권의 안보무능의 산물인데도 새누리당은 안보를 바로 세우는 반성의 계기로 삼지 않고 종북몰이로 선거에서 이득을 보려는 궁리 뿐"이라며 "새누리당은 천안함 장병들의 영령 앞에서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