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게임은 4월국회에서 합시다" = 지난 2월23일 열렸던 국회 조세소위. 이날 소위에서는 새누리 나성린 의원안으로 발의된 연말정산 분납방안이 논의됐고 나머지 대책들의 심의, 통과 여부는 4월 임시국회로 미뤄졌다.
정치권이 연말정산 보완대책을 둘러싼 '세법전쟁'에 돌입했다.
여야는 올해 연말정산(2014년 귀속분)으로 근로자들의 불만여론이 높게 형성되어 있는 만큼, 세부담을 덜어주자는 총론에서는 공감대를 이루고 있지만 각론에서는 입장이 확연히 갈리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약 1600만명의 연말정산 결과를 전수 조사해 마련한 보완대책을 통해 총급여 5500만원 이하 근로자의 경우 세부담이 거의(98.5%) 해소된다는 점을 강조한 반면, 야당은 '알량한 통계수치에 불과하다'고 비판하면서 소득공제 환원, 고소득자 소득공제 종합한도 축소 등 제도손질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음 달(5월)부터 정부가 내놓은 연말정산 보완대책에 따른 추가 환급절차가 정상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비추어 볼 때, 큰 이변이 없는 한 연말정산 보완대책 관련 소득세법 개정안은 4월 임시국회 회기 내에 입법화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다만 세법을 심사해야 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움직임이 통 신통치가 않다. 이 같은 이유로 일각에서는 '결국에는 졸속심의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 "정부보완책 못 믿어", 쏟아지는 보완책 = 1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따르면 현재 국회에 발의된 연말정산 관련 세법개정안은 5개. 정부의 보완대책을 입법안 형태로 발의한 새누리당 강석훈 의원의 개정안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정부의 보완책이 낼 효과에 문제를 지적하며 재설계를 제시하는 안이었다.
우선 강석훈 의원의 입법안은 자녀세액공제 제도를 다시 세분화해 6세 이하 자녀, 출산·입양 세액공제 등을 신설하고, 근로소득세액공제를 확대하거나 표준세액공제금액을 인상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다자녀 가구와 공제대상 지출이 적은 1인 가구에 대한 세부담을 덜어준다는 취지다.
실제 보완책 적용으로 총급여 5500만원 이하 근로자들의 세부담 증가분이 거의 모두(98.5%) 해소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 약 541만명에 달하는 근로자들의 세부담이 4227억원 줄어, 1인당 평균 8만원 가량을 환급세액으로 돌려받을 전망이다.
그러나 이 같은 정책효과에도 불구하고, 세부담 증가의 원인으로 꼽히는 '세액공제'를 다시 소득공제로 환원시켜야 한다는 대책들이 쏟아졌다.
여기에 고소득층을 겨냥한 '증세 법안'까지 등장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최재성 의원은 지난 16일 세액공제로 전환한 항목 중 자녀 및 의료비·교육비 등을 소득공제로 전환하는 개정안을 내놨다. 다만 과세표준 1200만원 이하 세율(6%)을 적용받는 근로자의 경우는 소득공제로 환원했을 때 세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고 판단, 이들 소득자에 한해 현행 세액공제율(9%)를 적용하도록 했다.
특히 고소득자를 대상으로 보험료, 의료비, 교육비 등 소득공제 특별공제 종합한도(합산 2500만원)를 대폭 축소시키는 방향성도 제시됐다.
구체적으로 고소득자에게 적용되는 소득공제 한도를 총급여 1억2000만원~2억원 구간은 2000만원, 2억원 초과 구간은 1500만원으로 하향 조정하도록 했다.
같은 당 김영록 의원은 총급여 500만원 이하 근로소득공제율을 80%로 환원을 요구했으며, 윤호중 의원도 의료비·교육비 세액공제율을 현행 15%에서 20%로 인상하자는 보완대책을 내놓기도 했다.
세법개정(세액공제 전환)에 따른 근로자들의 세부담을 덜어주겠다는 방향성에서는 여야 간 큰 이견이 없다는 점을 비추어 볼 때 국회의 벽을 순조롭게 넘을 전망이다.
하지만 연말정산 추가 공제분에 대한 소급적용 방침을 놓고서는 마찰이 빚어진 만큼, 공제율이 손질 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더욱이 야당에서 '법인세 정상화'를 외치며 압박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협상을 통해 '하나를 주고 하나를 받는' 식의 흥정을 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세법을 심의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오는 21일 열리기로 잠정 합의된 상태다.
□ 정부, 연말정산 대책은 '안심'…부수법안은 '끙끙' = 연말정산 보완대책을 둘러싼 여야 간 기싸움이 벌어지고 있음에도, 세제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는 여유 있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국회에 제도를 충분히 설명하고 알리는 시간을 가진 상황에서, 보완대책 취지를 부정하는 의견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더욱이 5월 중 연말정산 재정산을 실시해 환급액을 지급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향에는 공감대를 이룬 만큼 보완대책 관련 개정안의 입법화가 기정사실화 되고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상임위 일정이 나오지 않았지만, 다음 주에 열릴 것으로 내다 보고 있다"며 "국회 보고 당시 큰 이견 차이가 없었다는 점에서 연말정산 보완대책은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하지만 순조로운 입법화 추진에도 활짝 웃지는 못하고 있다.
지난해 국회 문턱에서 발목 잡힌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가업상속공제 확대)'과 문턱에도 가보지 못한 '非예산부수법안(국제징수법, 조세범처벌법 등)'의 국회 논의가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기 때문이다.
12월 임시국회에서는 세수(稅收)와 관련이 없다는 이유에서 논의조차 이루어지지 않았다.
정부는 국회에 잠들어 있는 세법개정안을 끄집어내겠다는 입장이지만, 현재까지 여야 모두 국회 논의테이블로 가져갈 생각이 없다는 점을 비추어 볼 때 4월 임시국회 회기 내 처리는 사실상 물거품이 될 가능성이 높다.
기재부 내부에서도 '논의는 어렵다'는 입장을 취하면서 반쯤 포기한 상태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난해 부결된 세법개정안을 이번 임시국회 때 통과시키기 위해 노력을 하겠으나, 연말정산 보완대책에 국민적 관심이 쏠린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은 법안들에 대해 의원들이 관심이 가져줄지는 의문"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