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이 채권은행에 출자전환 압력…성완종에 부당이득 줘
김기식 "꼬리 자르기식 감사…정치적 배후 수사해야"
감사원은 경남기업의 세번째 워크아웃 과정에서 금융감독원이 채권단에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23일 밝혔다.
감사원이 이날 공개한 금융감독원에 대한 감사결과보고서에 따르면 경남기업은 지난 2013년 10월 두차례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을 거쳐 세번째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경남기업의 워크아웃 승인을 위해 실사를 맡았던 회계법인은 경남기업에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출자전환이 불가피하다고 보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대로라면 당시 대주주인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지분을 2.3대 1 비율로 무상감자해야 했다.
신한은행은 주채권은행으로 이같은 실사 결과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판단해 무상감자를 결정했고 이를 금감원에 보고했다.
그러나 당시 담당 금감원 국장과 팀장이 워크아웃 과정에 독단적으로 개입해 성 전 회장의 입장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도록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당시 채권은행들이 무상감자 없는 출자전환에 대해 구조조정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이의를 제기했지만 금감원은 이들에게 외압을 행사했다고 밝혔다.
또 기업구조조정촉진법에 따르면 워크아웃 대상기업에 대한 지원은 채권금융기관협의회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돼 있다. 이견이 발생하면 민간위원으로 구성된 조정위원회가 결정하고 금융감독당국은 관여할 수 없다. 그러나 금감원은 법마저도 무시하고 채권은행에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같은 압력에 의해 신한은행은 채권금융기관협의회를 이용해 무상감자 없이 출자전환이 가능하도록 결정했고, 지난해 3월 1000억원의 출자전환이 이뤄졌다.
이 뿐만 아니라 워크아웃 대상 기업이 출자전환을 할 때 기준 주가가 발행가보다 낮거나 자본잠식 상태에 있을 때는 부실책임이 있는 대주주에 대한 무상감자가 선행돼야 한다는 금감원의 규정도 무시됐다.
경남기업은 당시 기준가 3750원이 주식발행가 5000원 보다 낮았다.
감사원은 금감원의 외압으로 인해 결국 무상감자 없는 출자전환이 이뤄져 성 전 회장은 150여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겼고 경남기업이 상장폐지되면서 채권단은 800억원 이상 손실을 입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김기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이날 논평을 통해 "전례가 없는 경남기업에 대한 특혜는 최수현 전 금감원장 등 고위 금융감독당국자의 지시와 묵인 없이 이뤄질 수 없는 것"이라며 "고위 금융감독 당국자에 대한 감사원의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혹을 갖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근혜정부에서 이뤄진 경남기업에 대한 특혜라는 점에서 부담을 느낀 감사원이 꼬리를 자른 정권 눈치보기식 감사결과"라고 비판하며 "최수현 전 금감원장을 포함한 고위 금융관계자는 물론 정치적 배후 세력에 대한 검찰의 신속하고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