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 정부는 일자리를 창출하고 국민소득을 높이기 위해 그 원천이 되는 기업을 지원하곤 합니다.
기업을 지원하는 방법에는 직접 보조금을 주거나 규제를 완화하는 방법도 있지만 세금을 깎아주는 것 또한 큰 부분을 차지합니다.
현재 우리 정부는 특정 지역에 투자하는 기업들에 대해 세금을 깎아주고 있는데요. 이러한 지역을 '산업단지'라고도 합니다.
현행 지방세법에 따르면 이러한 산업단지에 입주하고자 구입하는 부동산에 대해서는 취득세를 면제해주고 있습니다. 대신 그 부동산은 제조업 등 생산활동에 사용해야한다는 전제가 붙습니다.
최근 산업단지에서 취득세 감면을 받은 납세자와 이를 취소하려는 과세관청이 대립하다가 조세심판원의 도움을 청한 일이 있었다고 하는데요. 심판원은 어떻게 판단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 창고로 전환한 '산업용' 건물, 취득세는 어떻게? = A법인은 2010년 모 지역 산업단지에 산업용 건물을 신축했고, '산업용 건축물' 요건을 충족해 취득세를 면제받았습니다.
이후 A법인은 이 건물을 제조업이 아닌 창고의 용도로 타 법인에게 임대를 했는데요. 세무조사 과정에서 이 사실을 알게 된 과세관청은 A법인이 건물을 제조업이 아닌 용도로 사용했다며 기존에 면제했던 취득세를 다시 부과, 고지했습니다.
당초 면제받았던 세금을 다시 내야할 판인 A법인은 과세를 받아들이지 못했고, 결국 심판원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건물을 창고 용도로 임대해야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A법인은 회사 사정을 이유로 들며 부득이하게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항변했습니다.
A법인은 "경기불황과 이자 상환 문제로 인해 부득이하게 건물을 제조업이 아닌 창고의 용도로 임대했다"며 "취득세를 감면받을 당시에도 안내받지 못한 내용을 이유로 당초 감면받은 취득세를 추징당하는 것을 부당하다"고 맞섰습니다.
하지만 과세관청도 나름 이유가 있었습니다. 기존 취득세를 감면했던 것은 '제조업' 용도로 쓴다는 전제였기 때문에 이 전제가 깨진다면 당초 감면받은 취득세도 다시 토해내는게 맞다는 것입니다.
과세관청은 "A법인은 산업단지 내에서 산업용 건축물을 신축해 취득한 후 그 일부를 창고 용도로 임대했다"며 "이 경우 산업용 건축물의 용도로 직접 사용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반박했습니다.
이어 "취득세 등의 감면 당시 과세관청이 안내한 추징조항은 감면 후 해당 용도에 사용하지 아니한 경우 면제한 세액이 추징된다는 일반적 사실을 알려준 것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 심판원 "'창고업'이라도 다 같은 창고업이 아냐" = 한편 심판원은 과세관청의 면제 취소 처분이 정당하다며 과세관청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현행 지방세법에 따르면 '창고업'을 산업용 건물로 허용하고 있기는 하지만 타인이나 타 업체의 물품을 보관하는 것이 아닌 자신의 것을 보관하는 경우 산업용으로 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에 따라 취득세 면제도 취소된다는 것이 심판원의 판단입니다.
심판원은 "현행 지방세법에 따르면 산업단지 등에서 취득하는 '산업용 건축물'에는 창고업이 포함되어 있다"며 "하지만 법에 따른 창고업은 수수료 또는 계약에 의해 타인이나 타 사업체의 물품을 보관하는 것을 말하며 단순히 자신의 물품을 보관하는 경우에는 창고업으로 보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A법인이 단순히 이 건물을 임차인에게 임대했다고 하더라도, 임차인이 이를 단순 물류창고로 사용한다면 산업용이 아닌 다른 용도에 사용한다고 볼 수 있으므로 취득세를 면제한 처분은 잘못이 없다"고 못박았습니다.
[참고심판례 : 조심2015지03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