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조세불복 소송에서 과세처분의 적법성과 과세요건에 대한 증명책임은 과세관청에게 있다”며 “특수관계가 없는 자 사이의 거래에서 거래의 관행상 정당한 사유가 없다는 점에 대한 증명책임도 과세관청이 부담함이 원칙”이라고 판결했다.
일반인 사이의 거래는 통상적으로 이해관계가 대립하는 대가관계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세법상으로도 문제 삼을 수 없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데 세법은 예컨대 부동산을 매매할 때 매수인이 시세보다 30% 이상 저렴하게 매입하였다면 정당한 사유가 인정되지 않는 한 그 비율을 초과한 부분을 증여로 보아 매수인에게 증여세를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개인이 특수관계가 없는 타인으로부터 주식을 취득할 수 있는 권리인 신주인수권을 시세보다 저렴하게 취득하고 그 신주인수권을 행사하여 이익을 얻은 경우에도 정당한 사유가 인정되지 않는 이상 시세보다 저렴하게 취득한 부분에 대해 증여세를 부과하는 규정을 두고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경우 ‘거래의 관행상 정당한 사유’의 유무에 대하여서는 납세자와 과세관청 중 누가 증명하여야 할까?
대법원은 특수관계인이 아닌 자 사이에 신주인수권을 거래하고 그 신주인수권을 행사하여 이익을 얻은 경우 이러한 이익에 대해 증여세를 물리기 위해서는 거래의 관행상 정당한 사유가 없다는 점을 과세관청이 증명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이는 특수관계인이 아닌 자 사이의 거래는 이해관계가 일치하지 않는 대립적인 관계에 있는 것이 일반적이고 자신이 얻을 수 있는 기회를 포기하면서까지 거래 상대방에게 이익을 주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점을 고려한 판단으로 보인다.
이 판결로 적어도 증여세 영역에서 특수관계인이 아닌 자 사이의 거래를 증여로 보려면 그 거래가 정당하지 않다는 점을 과세관청이 증명해야 하는 것으로 정리가 되었다. 납세자 입장에서 일차적으로 증명할 부담을 덜었다는 점에서 판결을 환영할만 하다.
그렇다면 납세자는 소송에서 과세관청이 거래의 관행상 정당한 사유가 없다는 점을 증명하는지 두 손 놓고 구경만 하고 있어도 되는 것일까?
대법원은 과세관청이 객관적인 정황 등에 관한 자료를 제출함으로써 거래의 관행상 정당한 사유가 없다는 점을 상당한 정도로 증명한 경우에는 납세자가 정상적인 거래로 보아야 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음을 증명할 필요가 있다고 하였다. 경우에 따라서는 납세자에게도 거래 관행상 정당한 사유가 있다는 것을 증명하도록 요구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대법원 2015.2.12.선고 2013두24495 판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