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사회 선거판이 요동을 치고 있다. 6월18일부터 실시되는 제29대 한국세무사회장 선거에 조용근 전 세무사회장(제25, 26대 회장, 사진)이 나설 가능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한국세무법인협회(회장 : 안수남), 세무대학세무사회(회장 : 이종탁), 여성세무사회(회장 : 김겸순) 및 일부 지방회 임원들이 결집해 본회의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만들어진 '세무사회 바로 세우기 연합회'(이하 세바연)은 8일 오전 기자간담회를 열고 조 전 회장을 제29대 세무사회장 후보로 추대키로 했다고 밝혔다.
이미 세바연은 조 전 회장을 찾아 직접 추대 의사를 밝혔으며, 조 전 회장은 제의 수락 여부를 깊게 고심하고 있다.
조 전 세무사회장은 조세일보(www.joseilbo.com)와의 통화에서 "아직 세바연으로부터 회장출마에 대한 공식 요청을 받지는 않았지만 요청을 받게 되면 출마를 고민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조 전 회장이 출마를 결심한다면 이번 선거는 4파전(백운찬, 손윤, 이창규, 조용근 세무사) 양상으로 변화한다. 하지만 조 전 회장의 출마는 단순히 후보 한명이 추가된다는 의미를 넘어선다는 것이 세무업계 관계자들의 입장이다.
지난 정부에서 국세청장 후보자로까지 거론될 정도로 사회적 명망이 높은 조 전 회장이 '추대' 형태로 출마하게 될 경우, 레이스에서 이탈하는 후보자들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율배반(二律背反)', 그리고 정 회장에게 날아온 '부메랑'
지난 28대 세무사회장 선거에서 정구정 회장은 회칙을 개정하고 반대파를 숙청하면서까지 3선 출마를 강행, 당선증을 거머쥔 바 있다.
당시 정 회장의 3선 출마를 반대하던 이들은 정 회장의 임기가 끝나가는 지금까지도 3선 논란에 대한 불씨를 꺼뜨리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조 전 회장의 추대는 다소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면이 있다.
정 회장의 3선 출마를 격렬히 반대하던 이들이 주축이 되어 세운 단체가 바로 '세바연'이기 때문이다. 3선을 반대하던 이들이 오히려 조 전 회장을 앞세워 3선을 추진하는 모양새가 된 셈이다.
세바연도 기자회견에서 자신들의 행동이 '이율배반'이라고 인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용근 카드를 꺼내들 수밖에 없었던 절박한 이유가 있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정 회장이 집권하며 만들어 놓은 비정상적 구조를 비롯 3선 혹은 그 이상의 무언가를 만들어 낼 소지가 있는 부분들을 돌려놓기 위해선 '조용근'이라는 강력한 카드가 필요하다는 것이 세바연의 입장이다.
즉, 논란을 무릅쓰고서라도 조 전 회장의 3선 길을 열어 당선 이후 앞으로 3선 혹은 4선, 5선 이야기가 나오지 못하도록 회칙을 뜯어 고치는 것이 세바연이 조 전 회장 카드를 꺼내든 가장 핵심적인 이유라는 것이다.
어찌됐든 논란을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여지는 상황에서 과연 조 전 회장이 출마를 강행할 수 있을지 업계 안팎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정구정 회장을 비롯한 본회 집행부의 머릿속도 복잡해 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조 전 회장의 3선 도전에 대해 심기가 불편할 수는 있지만 본회가 공개적으로 비난하거나 이를 막을 명분이 없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회칙 유권해석까지 하며 이룬 3선인데 본회가 조 전 회장을 비난하고 나선다면 자신들의 정통성을 스스로 무너뜨리는 격"이라고 입을 모았다.
아울러 정 회장이 특정후보를 밀어주고 있다는 항간에 떠도는 의혹이 사실이라면 이번 '조용근 카드'가 정 회장의 발목을 잡을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정 회장 자신이 당선되기 위해 편법이라는 소리까지 들어가며 무리하게 유권해석을 적용한 3선 관련 규정이 조 전 회장의 3선 도전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는 소리다.
